...라고 늘 생각했는데, 최근 재미있는 글을 보게 되어 공유를 해봅니다. 전제할 것은...

1) 논문은 절대 불변의 진리를 담은 것이 아닙니다. 과학자 A는 이번 연구에서 P-->Q 라는 결론을 도출했구나... 정도의 오픈 마인드로 받아들이셔야.
2) 우리는 모두 각자의 관능 평가에 휘둘리는 휴-먼 들이고, 각자의 "sweet spot"이 있습니다. 특정 성분이 많다고/적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나쁜 건 아닙니다.
3) 저 화학 전공 아님(헛다리 주의)

그리고, 재미없는(?) 서론이 좀 있습니다.

(지금은 좀 시들하다고 하지만) "환경 파괴를 최소화 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로" 라는 슬로건은 증류주 시장에도 예외가 아닌 지라,
여기저기서 정부 예산까지 투입을 해가며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 나서고 있죠.
그 중 한 아이디어가, 오늘 참조할 << 나무를 최대한 덜 쓰면서 나무에 숙성한 효과를 내는 방법에 대한 연구 >> 가 되겠습니다.
포르투갈의 INIAV(국립 농업-수의학 연구소)에서 주관했던 프로젝트인데,
원래 목적인 "나무 좀 그만 죽이세요"는 현실적으로 머나먼 얘기지만, 부수적으로 얻은 결과물에 재미있는 게 있네요.

프로젝트의 전체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와 문헌을 찾아보시면 되겠구요.







원래 프로젝트의 목적은, 나무통에 숙성하는 기존 방법 대신, 나무를 덜 쓰면서 현재와 유사한 수준의 숙성 결과물에 도달하는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1) 와인을 증류한다
2) 나무통(대조군)과 Stave를 넣은 Dame-jeanne/Demijohn(실험군, 유리병)에 각각 Spirit을 넣고, 1년간 숙성한다
3) Demijohn 실험군에는 미세하게 산소를 주입하여( 0.6-2.0 mL/L / month ) 산화를 유도한다. 이 때, 산소의 유량과 시기를 조절하여 서로 다른 초기 숙성 조건을 만들어준다.
4) 위와 같이 총 1년을 숙성 후, 각각 병입(일반적인 브랜디 병)을 진행
5) 병입 후 1년이 지난 내용물과, 병입 후 4년이 지난 내용물을 비교

...를 그림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핵심은 "숙성 초기에 강하게 산화 시키는 것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 가 되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것과 유사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대안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실험의 결론은,
숙성 초기에 집중적으로 산화를 시켜야(O60) 기존 나무통과 유사한, 혹은 화학적으로 더 안정된 결과물이 나오더라... 입니다.
...
...
...
여기까지는 사실, 소비자 입장인 우리에게 있어 "실용적인" 내용은 아니죠?

이 실험에서 부수적으로 얻어진 결과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꼼꼼하게 병입을 한 이후에도, 병목의 작은 빈 공간을 차지한 산소와, 이미 술에 녹아있는 용존 산소에 의해, 여전히 산화는 진행이 된다" 라는 거죠.

다들 느낌과 상식으로는 알고 있었을 겁니다. 다만...

- 무엇이 (주로)산화가 되는가
-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는가

...등에 대해서는 막연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요? 뭐, 저는 그랬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부산물"이 모든 것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힌트는 제공을 해주네요.

- 산화의 핵심은 Gallic acid (갈산, 페놀산. 가수분해된 폴리페놀(탄닌)) 이다. 이는 Aroma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소위 구조감 / Mouthfeel 등으로 일컫는 질감과, 떫음 / 쓴맛 / 신맛에 관여한다.
- 페놀 / 탄닌류 성분들은 나무로부터 추출된 초기에는 매우 반응성이 좋은 상태로, 산소가 유입되면 이를 매개로 Polymer(고분자)를 구성하게 된다. 이후 이 폴리머(Gallotannin 등)가 다시 조금씩 가수분해 되면서 항산화 능력을 유지한다.
- 병입 후 나무와의 접촉이 사라지더라도, 앞서 Gallotannin에서 가수분해된 갈산이 조금씩 생성된다. 이들 중 일부는 에탄올과 반응하며 Ethyl gallate(에틸 갈레이트)를 만들고, 이것이 Rancio의 핵심 성분이 된다. << Demijohn 숙성이 "적당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시간이 지나면 갈산의 절대적인 농도 자체가 낮아진다. 이는 곧 항산화력의 저하를 의미한다. 이 때 에스테르 분자(과일, 꽃 향)는 산화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즉,
산소가 귀한 술에 몹쓸(?) 짓을 하는 걸 막으려면,
숙성 초기에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해 Gallic acid를 Gallotannin으로 많이 바꿔두고, 장기적으로 산화에 버티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문제는, "병입"이 된 이후에는 Gallic acid(+Gallotannin)의 공급 자체가 끊겨버리고,
산소는 병 입구를 통해 (미세하지만)계속해서 유입이 된다는 것이죠.
마치 에스테르 분자가 (미세하지만)계속해서 휘발되는 것 처럼요.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분 loss(산화)가 있는지 측정한 결과는 아래를 참고.




대충 그림만 보셔도 1Y vs. 4Y 를 했을 때 4Y 쪽이 확연히 줄어들었죠?
페놀 성분(TPI)을 보았을 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O15와 O30은 15%정도 감소(파괴)되었고, O60은 그래도 7% 감소로 선방을 했습니다. 나무통 숙성도 O60과 비슷한 수준이네요.
중요한 건, 어쨌든 병에 넣고 코르크로 틀어 막아도 산화는 된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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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입 초기에는 갈산이 열심히 버텨주겠지만, 5년, 10년, 20년.... 가면 갈수록 내 술의 항산화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강제 자가 병숙"을 하면 Rancio는 정점 그 자체일 겁니다. 탄닌을 마지막 하나까지 싹 다 분해해서 에틸 갈레이트로 만들었을 테니까요.

오픈을 하자마자 느껴지는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그 느낌은, 너무나 황홀할 겁니다.


하지만, 이미 힘을 잃은 보틀은 향긋한 과일, 꽃, 향신료, 허브를 힘없이 산소에게 내어주고,

그나마 버틸 힘이 남아있는 바닐린과, 너무 무거워서 아무도 안 데려가는 Rancio만 남아 "시큼 덜큰 씁쓸한 나무 빤 물"이 되어버릴 확률이 매우x100 높습니다.

오픈을 하자마자 바로 다 비워버릴 게 아니라면 한 주, 한 주 확연히 달라져 가는 술을 보며 눈물을 흘리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도, 당분간 새 보틀은 안 들이고 오래된 보틀부터 빨리 비우려구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거부하던 진실이 있죠.

외국 바에서 한 잔에 용돈 다 써야 하는 뭐시기 보리 브랜디 1966(오픈), 곰팡이 핀 깔바도스(오픈), 레이블 다 삭은 코냑(오픈)의 진짜 맛은.... 나는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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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 병입 후에도 산화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갈수록 항산화력이 떨어집니다.
- 올드 보틀을 오픈하면 최대한 빨리 비우시거나.... 사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합시다.
- 나 무 를 아 껴 주 세 요 나 무 는 우 리 의 친 구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