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초콜릿-캐러멜 뉘앙스가 강한 포도 브랜디가 먹고싶어졌더랬습니다.


초콜릿, 캐러멜, 바닐라.... 하면 단연 쌀국입맛이고,

"이건 포도술이지만 포도술이 아니야"를 기대하려면 꼬냑보다는 아흐마냐크죠.

그래서 바하이용(Baraillon) 빈티지 중, K&L Wine 픽을 하나 사보았습니다.


1986-2023(37yo), ABV 46%,

그리고 "750ml".


...바하이용도 제법 오래된 메이커로 아는데, 왠지 국내엔 잘 안 보이네요. 뭐, 안 보이는 이유가 있겠죠?


맛 모르는 건 덥썩 사지 말자는 나름의 룰(뭐, 철두철미하게 지켜지지는 않지만)이 있음에도 모험을 해보았는데,

다행히도 제법 성공스러운 결과네요.


식품의 정보를 글로만 전달하는 것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기에, 가급적 캘리브레이션용 비교군을 하나씩 두는 편입니다만,

이건 딱히 비슷하면서 유명하고 흔한 보틀이 없기에 그냥 적어봅니다.


#

1-5 Scale (1:Weak, 5:Strong)


구분

Baraillon

알코올

3

담배 | 잎

1

가죽

2

오크

4

바닐라

3

캐러멜

3

초콜릿 | 다크

4

홍차

2

발사믹 식초

1

인과류 | 사과

2

준인과류 | 오렌지

2

핵과류 | 체리

4

장과류 | 포도

5

꽃 | 적색

3

식물 | 줄기

2

아까시 꿀

2

클로브

1

너트맥

2

흑후추

1

왁스

1

단맛

4

짠맛

-

신맛

3

쓴맛

4

감칠맛

4

지방맛

-

여운&기타

매움

3

떫음

2

잔당감

1

점도

2

여운 | 강도

3

여운 | 지속

4


#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이 술은 브리딩 전후의 차이가 제법 크다는 겁니다.

혹시나 접하게 된다면 꼭 시간을 오래 두고(30분 이상) 드셔보시길.


코로 느끼는 첫 인상은 청포도의 과육향, 그 자체입니다.

이게 제법 강한 오키함과 맞물리면서 적포도의 껍질같은 묘한 향이 뒤섞이고,

붉은 사과 과육, 오렌지 필 등의 프루티함이 쫓아오네요.


미약하게 시큼한 향이 있는데, 코를 찌르는 향은 아니고 발사믹 식초가 연상되는 은은한 향입니다.

붉은 꽃이 연상되는 달콤함이 동반된 꽃향기, 약간은 씁쓸한 식물 줄기향도 있구요.


향신료는 꼬냑/아흐마냐크의 단골인 클로브, 너트맥 정도가 찾아집니다. 특이하게도 클로브보다 너트맥이 가장 세게 느껴지네요.

저한테는 클로브, 스타아니스, 시나몬... 정도가 포도술을 대표하는 향신료거든요.

그리고 오픈한지 1달 미만이라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약간의 왁시함도 있습니다.


입에 넣은 후에도 비슷한데, 어떻게 조합된 것인지 노즈에서는 미약하던 다크 초콜릿이 제법 강하게 느껴지고, 이게 피니쉬까지도 이어집니다.

원하던 게 초콜릿 뉘앙스가 강한 술이었으니, 이거면 만족.


여기까지 천천히 즐기다 보면, 브리딩이 되면서 캐릭터가 제법 바뀌는데...


감식초와 왁시함이 죽으면서, 다크 초콜릿이 전면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여태 잘 감지되지 않았던 체리향과, 약간의 청량함을 동반한 아까시 꿀의 달콤함도 찾아지네요.

그리고, 보울에 말라붙은 술에서는 캐러멜과 바닐라향이 (브랜디 치고는) 제법 강하게 발향되구요.

입에서는 비슷한데, 피니쉬에서의 다크 초콜릿 역시 강해지네요.


제법 단맛이 강한 편이고, 새콤함도 있습니다.

단, 오크가 범인인 듯한 쓴맛이 같이 느껴지고(못먹겠다 수준은 아니지만요), 탄닌 극혐파인 저에게는 떫은 뒷맛이 좀 거슬리네요.

소위 "바디감이 강한" 걸 좋아하는 분들은 마음에 드는 포인트일 수도 있겠네요.

여운은 중간 정도입니다. 팔레트 대비 반감된 피니쉬(저는 이 정도를 중간 강도로 생각)가 통상적인 꼬냑/아흐마냐크 보다는 살짝 길게 느껴집니다.


바라던 맛과 향에 거의 부합하는 터라, 성공적인 도박(?)으로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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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올직히 몇 잔 마시고서 처음 든 생각은

"쌀국은 브랜디에서도 버번을 찾는구나" 였습니다.

초콜릿, 캐러멜, 바닐라, 체리.... 어디서 많이 보던 플레이버 조합 아닌가요? 그쵸?

물론 이 술은 어디까지나 포도 브랜디이고, 버번과는 다릅니다만.

뭔가 묘하게 일라이저 크레이그가 생각나긴 해요.


괜히 집에 있는 ECBP에 꼬냑 섞어보진 마시구요. 서로 아까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