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이 ‘탈건, 탈건’ 하는데, 나이 먹을수록 탈건한다고 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있다면 모르겠지만,그게 아니라면 보통 관련 과를 졸업하고 자격증까지 있으면 이걸 버리고 갑자기 다른 걸 비전공으로 처음부터 판다는 것도, 처음부터 팔 직종을 찾는 것도… 지금 28살인데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
일단 얘기하기에 앞서, 이건 내 잘못이고 덜 열심히 산 거 맞다. 그래서 보면서 욕할 갤러들도, 나라면 욕할 것 같아서 혹시 보다가 불편한 점 있으면 미안하다..
나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고 그래서 후회가 남기싫어 재수를 했다.그나마 상향 지원 두개는 떨어지고 지거국 4년제 대학에 성적 맞춰 건축학과에 들어갔다. 그렇게 다니다가 2학년 때쯤, 건축학과가 너무 안 맞고 못하겠다 싶어서 편입 준비를 했다.
토익 편입으로 준비했고, 옮기려는 과의 토익 컷트점수가 800점대라 거기에 맞춰 토익이랑 전공 공부를 병행했다.
그런데 그 시기에 전국적으로 인공지능학과 신설이 많이 생기면서, 원래도 적었던 편입 인원이 더 줄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토익 컷트점수도 확 올랐다.
결국 편입에 실패했고, 편입에 올인하려고 해당 학기에 교양만 들었던 걸 나중에 초과학기로 채우게 됐다.
어쨌든 3학년 1학기에 편입 실패하고 군대에 갔다.
그런데 군휴학 내고 입대 1주일 전에 아침에 숨이 안 쉬어져서 응급실에 갔고, 진료 결과 심각한 등급의 천식을 받았다.
진짜 욕 나오면서 학교에 전화해서 “군휴학 전산 처리 완료됐냐”고 물으니 이미 돼서 취소가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1년 동안 병원 다니며 천식 재활하고, 이후 공익으로 갔다.
공익 가서 기사 하나 따고, 소방 공익이라 행사 있으면 도와주고 그렇게 지내다 전역했다.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3학년 2학기부터 4학년, 그리고 초과학기 때까지 나이 어린 후배들 밥 사주며 프로그램 다루는 법 배우고, 학교에서 날 새면서 그동안 제대로 안 한 값 톡톡히 치르며 망친 학점을 조금이라도 복구했다.
그렇게 졸업하고 보니 재수, 1년 휴학, 초과학기까지 해서 보통 남자보다 2년 반 늦게 출발했다.
졸업하자마자 기사 하나 더 따서 이제 쌍기사가 됐다.
설계는 포트폴리오도 없고, 그래서 시공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주변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과연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죄다 탈건 외친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다른 걸 하자니,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력서 난사 중인데도 뽑아주는 데가 없다.
번외로, 친구 한 명이 있는데
이 친구는 지방 4년제 IT학과를 나왔다. 처음에 군무원으로 들어갔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며 그만두고, 다시 학교 다니면서 대외활동 수상 6개 정도를 했다. 이후 중소기업 2곳에서 합해 1년 정도 일하다가 바로 대기업 개발자로 뽑혔다. 영어 자격증이나 정보처리기사 같은 것도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자격증보다 대외활동 경험이 더 가치 있고 중요한게 맞는거 같았음. 노력도 많이 한 걸 알기에, 그걸 깎아 내리려는 건 아니다.
다만, 사람 인생을 결정하는 데 ‘운’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 친구는 AI/딥러닝 쪽을 하는데, 마침 붐이 일어난 시기에 사람이 몰리기전에 들어가서 자리 잡은 케이스라고 본인이 말하더라고 지금 했으면 하이스펙 지원자에 밀려서 못 들어갔을 거라고
그 친구는 적성에도 맞고 재밌으니까 대외활동 나가는 것도 즐겁고, 힘들어도 흥미가 있으니 계속 하게 됐다고 한다.
반면 나는 건축이 적성에 단 1도 안 맞는데, 친구 하는 거 보고 ‘나도 대외활동 해야겠다’ 생각해서 혼자 공모전 준비했다.
결과는? 설계 따라잡느라 밤새고, 공모전까지 준비하다 보니 둘 다 놓쳤다.
현타가 오지게 왔다. 적성에 안 맞아도 전망이 좋거나, 전망이 안 좋아도 적성에 맞으면 애정을 붙일 수 있을 텐데…
이제는 나이도 차서 어디든 취업해야 할 것 같은데, 건축 전망이 나아질 것 같진 않다. 전망은 둘째 치고, 내가 건축 쪽에서 오래 일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보니 고민이 많아진다.
미안하다. 그냥 어디든 하소연하고 싶었어...
기술사 고고고
미리겁먹지말고 시공을 해봐. 나도 미리 겁먹고 갔는데 정작 현바현 회바회가 큼
죽었다고 생각하고 1년 빡세게 공무원 준비해라. 크게 욕심이 많거나 하고싶은게 있는거 아니면.
감평ㄱ - dc App
쌍기사면 기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