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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술을 못한다. 그런데도 그의 위안은 싸구려 위스키 조금에 물이 잔뜩 들어간 한잔에 후회를 곱씹는 것이다.

대부분 최악이라 할 그것이 그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다.

술이라고 하기에는. 물이라고 하기에는. 엉망이라 그만 즐겼겠지.


어느 날은 유독 물이 쏟아져 들어간 한잔은 유난히 최악이었던 한잔이었다.

온 세상 최악의 그 한잔.

처음 향기를 맡을 때 이상한 기분이 경고를 보내왔다. 아무려면 어때서 입에 흘려 넣었을 때

그간 후회를 곱씹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후회가 밀려들어 왔다.

엉망진창 위스키. 엉망인 나. 망가진 세상.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이렇게 또렷하고, 취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물이었던 한잔.


지난 십수 년을 후회했는데 앞으로의 십수 년을 후회한 소회라니 감상은 없고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여운 속에서 이불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재료 : 개봉한지 1년이 지난 상온보관 페이머스 그라우즈 50ml, 차가운 물 210ml

주의 : 후각과 미각, 정서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줍니다. 당신의 시간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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