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이번편을 보기 전 2편(영웅에게 보상받아라)과 3편(영웅 표류기)을 보시고 오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안봐도 이번 편을 이해하시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1. 목표:
1편부터 3편까지 매번 1편에 1달이 걸리는 나의 기적의 연재 속도에 좀 짜증이 났었다. 대충 계획한 영웅 단편 에피소드가 앞으로 7개, 간단한 외전 몇 개까지 합하면 총 9개인데 1편에 1달이라니,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는가. 이 문제를 타파하고자 이번 편은 내가 만화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끝내보았다. 소재도 생각할 필요 없게 만화 그리기 전부터 그리려던 소재, 캐릭터도 거의 다 이미 그려본 캐릭터들, 진행도 대사도 연출도 다 미리 생각해놓은 에피소드. 그게 이번 에피소드이다. 물론 빨리 그린만큼 여러모로 아쉬운 점도 있다. a4용지 4페이지의 분량이었던 악당(사실 악당 아님)과 영웅(사실 영웅 아님)의 대화를 절반 이상 잘라냈으며 연출도 같은 것을 뺑뺑이 돌린 것도 있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후에 서술.) 그 결과 이번 만화를 그리는데 걸린 시간은 2주, 대충 11시간 쯤 될거다. 정말 어마무시하게 빠른 속도다. 여기서 좀 더 줄이면 아예 1주 1만화도 가능하다는 소리다. ...근데 1주 1연재는 내가 만화를 취미가 아니라 직업으로 삼고 싶어질 때 쯤 시도해보는걸로...
아무튼 이번 목표는 이때까지 갈고닦은 나의 실력으로 만화를 얼마나 빨리, 일정한 퀄리티로 그릴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만화였다.
사실 이 속도 말고는 다 아쉽다. 대화의 퀄리티, 작화의 퀄리티, 연출의 퀄리티 등등 아주그냥 다 못마땅하다. 평소에 피드백 받던 작가님도 한 분 계신데 그 분한테 쪽팔려서 이번엔 못 보낼 수준이다. 이때까지 그린 만화 중 가장 헛점인 만화랄까... 암튼 이제 어떤 면에서 아쉬웠는지 뒤에서 좔좔 적어보겠다.
2. 내용 및 전개
내용이나 전개는 크게 이때까지 그린 만화와 차이가 없다.
사건발생 -> 대화 -> 끝맺음
내가 발견한 내 만화의 클리셰 비스무리 한거다. 정말 이때까지 그린 만화보면 하나도 이 플룻에서 벗어난 만화가 없다. 이게 마냥 싫지만은 않은데 전에 친구가 해준 조언 중에
'만화를 읽는 사람은 생각보다 대화를 잘 안읽는다.'
라는 말이 있어서 얼마나 대화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야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 고민 중 결과 하나가 대화 중 인물들이 가만히 있는게 아닌 성격이나 가치관이 들어나도록 행동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예) 70년동안 자신만의 정의에서 마음대로 살아간 영웅 -> 악당을 시시때때로 함부로 건들임. 얼굴을 건들이거나 쓰다듬거나
자신만의 정의를 위해 계속 저항해온 악당-> 영웅이 건들일 때마다 저항하거나 짜증냄. 손을 쳐내려고하거나 표정이 한껏 찌그러지거나
이런 식으로 말이다. 결과적으로 든 생각은... 여전히 대화가 재미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반엔 비유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더 쉽게 알아듣기도 할거고 비유를 할 때 이곳이 포인트임을 알리기 위해 붉은 색도 팍팍 썼다. 결과는 여전히 뭔가 부족한 속내용... 그림을 잘 그리거나 연출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닌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인 좋은 대화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3. 연출
연출은 이번에 넣고 싶은 거 다 넣었다.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여전히 복붙이 많다거나 우려먹는 연출은 내가 봐도 거슬리지만 (특히 이번 편은 옆모습을 엄청나게 그려버렸다. 워낙 그리기 재밌기도 했고 영웅의 이중적 모습을 보여주기에 가장 알맞은 방향이 옆모습이라 엄청 우려먹었다.) 그래도 비유하는 장면 (영웅의 장작+과거사 이야기)은 나름 큰 발전이었다. 어떻게 해야 비유하는 연출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1번 잠깐 나왔지만 나에겐 큰 도전이었다. 이 연출의 변화를 알아보고 싶으면 1편 (영웅 디자인팀의 면접)을 참고하고 오자. 진짜 많이 움직이고 알찬 대화로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발 복붙하고 같은 연출, 대갈치기 는 좀 고칩시다 김시민씨. 이게 안되면 차라리 콘티를 그리고 그려야하나...
4. 인물
이번편에서 인물들은 거의 다 이미 나와본 사람들이다. 총 4명 중 새로 만든 캐릭터는 1명, 새로운 서사를 넣은 캐릭터 2명이니 완전 새로운 캐릭터는 1명만 만든 꼴이다. 나름 이 부분은 할 말이 많으니 좀 나눠서 이야기 해보겠다.
4-1. 영웅 (일명: 할배)
영웅(이하 할배라고 서술)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정의를 가져버린 영웅이다. 말을 타고다닌다기 보단 말에게 끌려가고 있는 카우보이를 상상하며 만든 캐릭터다. 그렇기에 말투도 특이해야했다. 마치 광대가 된 듯한, 그런 이미지. 군중에게 수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영웅이 가장 먼저 바뀔 것이 나는 말투라고 생각했다. 말투는 성격과 가치관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할배가 완전히 인형같은 존재여서는 안된다. 그는 처음부터 수동적인게 아니라 어느새 수동적으로, 불가피하게 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고자 온몸이 기계지만 슬림하게, 그렇지만 불안정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비정상적으로 넓은 어깨, 눈에 띄게 웃는 눈, 과장된 수염 등등이 이 경향을 따라간다. 할배의 키워드는
'이미 다 타버린 장작, 정의에 깔린 영웅'
이라고 내가 설정집에 적어놨네...요?
4-2. 악당 (일명: 불)
악당(이하 불이라고 서술)은 아직 자신의 정의를 실현조차 못한, 할배의 말 그대로 진짜 아직 어리고 아는게 적은 영웅이다. 비유하자면 얘는 아직 말이 아니라 조랑말을 타고 다니는 어린 카우보이인 것이다. 너무 아는 것이 없기에 저돌적이고 말투부터 할배와는 달리 속에 가시가 들었다. 잔뜩 화가 난 어린 고양이같은 이미지다. 디자인은 크게 바꿀게 없었다. 3편에 나온 그대로 (그래봤자 20컷도 안되지만) 그렸다. 정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정의에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 수 잇는지조차 생각 안한다. 그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따라가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 크게 혼나버렸지만... 그 대화만으로 뭔가를 배우고 수용할 정도로 변하기 쉬운 나이도 아니기에 이 인물이 나중에 바뀔 여지를 주려면 더 큰 충격을 줘야했다. 그렇기에 이 캐릭터를 예정보다 더욱 사납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뭐... 엔딩처럼 되었다. 앞으로도 많이 그려보고싶은 캐릭터다.
둘의 대화를 바꿔보려고 많이 시도했다. 1편은 완전한 갑과 을의 대화, 2편은 동등한 입장의 사회적 대화, 3편은 선생과 제자의 대화, 이런 식으로 컨셉을 나누며 대화를 만들어왔는데, 이번 대화는 라이벌, 숙적, 웬수와의 대화였다. 그렇기에 서로 견제도 많고 화도 많은 대화지만, 그 속에는 서로의 과거와 분노의 기원이 들어있기도 하다. 아, 이걸 잘 체감 못해도 괜찮다. 내가 대화를 적을 때 가장 우선시 하는건 대화의 주제이지, 대화의 컨셉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은은하게 깔려있기만 하지 절대 앞세우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5. 참고매체
유진의 환상특급열차 (웹툰): 오늘도 어김없이 참고매체에 나오셨다. 이 분만큼 만화에서 예시와 비유를 잘, 그리고 많이 써먹는 대화를 본 적이 없다. 많이 배웁니다.
스파이더맨 1 (웹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1편에 나온 스파이맨과 고블린의 대화를 참고했다. 숙적과의 속 깊은 대화가 어떤 느낌으로 진행되어야하는지 알아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번 편은 후기가 길다.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예전부터 그리고싶었던 만화를 내가 스스로 망쳐버렸으니 지금 여간 짜증나는게 아니다. 다음 편까진 시간이 좀 걸릴거다. 1장의 마지막 편이라 채색도 하고 싶고 콘티부터 그려보고싶다. 지금까지 그린 방법은 이제 적응도 하고 손에 익었으니 방법을 갈아엎을 시간이 왔다.
그럼 내 만화가 누군가에겐 기억되길 바라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댓글이라 뭐라도 답장을 하고싶은데 이모티콘이라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 죄송함다... - dc App
개추
워매 벌써 개추가 박혔네 너무 행복하고 - dc App
개추
학구 정진해라, 넌 자질이 있다, 만화의 외길만 걸어도 대성할거다.
아이 럽으 유 - dc App
만화 외길은 내가 이미 포기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좀 그렇고 현재 목표는 10편은 그리고 하나하나 올려서 베도 가는 거 - dc App
먹을만하네요
맛있게 드셔주십쇼 - dc App
잼있네요
다행이네요 - dc App
보냈다
?
https://m.dcinside.com/board/dcbest/153415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