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와이프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임. 예전에 강아지를 키우기도 했었고. 그러다보니 길에 지나가는 고양이들이 보이면 마음이 좀 쓰이는 편이었나봄. 한번씩 쟤들은 뭐먹고 사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걸 들은 적은 있었음. 겁이 많은 편이라 길고양이한테 다가가서 접촉한 적은 없는 것 같았지만.

나는 원래 연애할 때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가정 출신 고양이긴 해도 생긴게 고등어 코숏임. 성격이 좀 예민하긴 한데 어쨌든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착이 강하다보니 다른 코숏들도 이럴거라고 생각 했었나봄. 인터넷, 유튜브에서 털스라이팅 자료들도 봤을꺼고...

그러다가 결혼하고 더 넓은 집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둘째 고양이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좀 갈등이 시작되었음. 와이프가 자꾸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둘째를 데려오고 싶다는거임. 걔들 성격이나 건강이나 어떨 줄 알고 데려오냐고 나는 결사 반대를 했고. 그래도 생명을 어떻게 돈주고 사냐고 자꾸 그러더라. 길 가다가 사지말고 입양하라는 플랜카드같은거 보일 때마다 한번씩 이야기하고. 그래도 나는 절대 안된다고 했지. 겨우 겨우 설득해서 브숏을 데려오기로 합의를 봄.

처음에는 캐터리에서 데려오려고 했는데 내가 캣쇼 내보낼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었음. 그래서 우마동에서 찾되 TICA 인증서 발급해주는 곳, 유전자병 검사 인증서 주는 곳, 부모묘와 키우는 환경을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새끼고양이랑 어미고양이랑 같이 지내면서 자라는 곳을 찾아서 분양 받았음.

와, 진짜 다르긴 다르더라. 처음 데려오는 날 차 탔을 때 엄청 울더니 잠깐 가다보니까 와이프 손에 기대서 자는거 보면서 엄청 놀랐음. 지금 2년 가까이 키우고 있는데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처음보는 손님이 와도 가서 부비고 난리나. 엄청 울거나 사람음식을 탐하거나 배변 실수, 벽지를 긁거나 물건을 부수는 일도 없고. 지금까지 사람한테 하악질을 하거나 무는 것도 한번도 못봤음. 그러다보니 와이프의 심경 변화가 점점 보이더라.

처음에는 가정에서 잘 자란 애들은 다 이런가보다 하고 이야기했었거든. 근데 티비에서 동물농장 보다보면 진짜 별에 별 사이코같은 고양이들 많이 나오잖아. 그런거 보면서 경악하는 경우가 많았음. 거기에 제주도 놀러갔을 때 숙소에 길고양이가 돌아다녀서 귀엽다고 차에 있는 간식 주려다가 손 쎄게 물려서 병원까지 갔다온 다음부턴 진짜 생각이 확 바뀌었나봄. 사람 손을 오래 탄 품종 고양이가 확실히 사람이 키우는데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고. 확실히 유전자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도 이야기하고.

요즘엔 주변에 고양이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 있으면 캐터리나 적어도 품종묘 데려오라고 이야기 하더라. 와이프 동생이 고양이 얘기하니까 우리가 고양이 데려온데서 데려왔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 하는 것도 들었음.


너네도 혹시 와이프나 남편이, 혹은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유기동물, 길고양이 데려오자고 해도 절대 들어주지마라. 어떻게든 캐터리같은데서 한마리 데려오고 나면 생각이 바뀌는걸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꺼임. 처음엔 좀 그걸로 다퉜었는데 지금은 고양이 두마리 키우면서 아주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