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녘 하늘 저 편에서 머무르는 금성을 보며 비닐과 사료봉투를 주섬주섬 챙긴다.

오늘도 그녀는 마법의 주문을 외윤다.

그 찰나에

사료 몇 알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몸울 숙여 얼른 줍는다.

그녀가 타인에게도 이렇게 숙일 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숙여진 몸과는 달리 비대하고 단단한 자아는 

흩뿌려진 사료를 먹는 고양이들 처럼

온라인 게임 운영자들이 뿌린 재화를 먹는

원숭이들 처럼

나날이 커져만 갔다.

나이 마흔 후반

주거지 구축 빌라

좋아하는 것은 고양이

싫어하는 것은 아랫집 젊은 부부이다.

왜냐하면 그이들이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고 민원을 넣어서 

공무원이 몇번 찾아왔기 때문이다.

화잿거리가 되고싶지 않았다.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늘어 놓는다.

마치 하루살이와 같은 아니 그보다도 짧은 생애주기였다.

주섬주섬 “사료밥”을 챙겨 오늘도 정해진 위치를 돌아야 한다.

웃기지 아니한가?

같은 하늘 아래 저 북쪽의 전방 부대에서는 순찰로를 돌 인원도 없어서 하루 두어번 근무를 서는 군인들이 흔한 반면

자발적으로 수킬로미터가 넘는 “순찰로”를 아무 보상없이 돌아다니는 자들이 있다니

실로 재능낭비가 아닐 수 없었다.

첫 번째 “아가”들의 급식소에 도착하였다.

이미 몇몇 “아가”들은 기대하는 눈빛 반 경계하는 눈빛 반으로

그녀가 아닌 그녀가 들고 있는 사료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개중에 몇몇은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고

몇몇은 영역다툼을 하는 와중에 생긴 상처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또 한 놈은 범백이라도 걸린건지 힘겹게 누워 헐떡이고만 있었다.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모성애

향할 곳이 없는 것이 알기에

그 방향타를 고양이로 돌리고 말았다는걸 모른척하며

같은 루틴을 반복한다.

그래 사진을 찍자.

“찰칵”

-우리 길천사 아이들이 오늘도 너무 이뻐요-

반려동물 카페에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오늘 순찰일지를 적어 올린다. 

누군가는 ”중고“캣딜러가 되어 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갈 곳 없는 파수꾼이 되어 하루를 낭비하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성녀라도 될 것인것 마냥 100마리의 고양이를 집에 들였다.

한 고양이가 배가 불룩한 상태로 다가온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모성애가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한껏 오른 소프라노로 고양이와 목적없는 대화를 한다.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하고 혼자 만족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유발 하라리의 저서에서 그랬던가..

우스갯소리가 되어버렸다.

대략 서너 곳을 더 다니고 나면 시간은 어느 사이에 오후를 지나 밤이 된다.

그녀는 이제 마지막 안식처인 반려동물 카페에 접속한다.

오늘 순찰일지에 달린 무수한 댓글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도취한다.

통장 잔고 20만원.

기초생활수급과 여러 지원금과 돈이 들어올 때까지 이것으로 연명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내일 그녀는 똑같은 하루를 보낼 것이다.

멀리 켜진 텔레비전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 목마처럼

영원히 함께 할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