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주저리 사연을 떠들었던 시골 할머니 댁 고양이 애노...기억하시나요?

월요일... 드디어 애노네 식구를 저희 집으로 데려오는 날이었습니다.

엄마고양이랑 아기고양이 넷을 모두 한 곳에 데려와야 하는 쉽지 않은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기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일단 숨구멍이 뚫린 상자를 만들긴 했는데, 엄마인 애노를 먼저 넣어야 하나 아기고양이들을 먼저 넣어야하나,

과연 들어가면 박스에서 얌전히 있을까...

모든 것들이 걱정이었습니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니 마루 밑에 애노랑 아기들이 신나게 놀고 있더군요.

아기들은 오늘이 딱 한달 되는 날인데, 벌써부터 꽤 멀리까지 움직일 정도로 활발해서 놀랐습니다.

-할아버지께서 포도상자를 애노네 집으로 해두셨네요.

 

 

-아기들을 자꾸 들여다보자, 경계하기 시작하는 애노.

 

 

-아기들은 치즈색 냥이 한 마리와,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세 마리였어요.

할아버지께서 흰색 냥이랑 검은색 냥이라고 하시길래 완전히 흰색, 검은색인 줄 알았는데 섞여 있더군요!

 

 

애노는 삼색고양이예요. 유전자를 제공한 걸로 추정되는 도둑고양이는 검은색이었고요.

아기들은 엄마의 색을 하나씩 받아서 태어났나 봅니다.

 

 

-이런 갈색 고양이를 치즈냥이라고 한다면서요?

 

 

-황태채를 가지고 갔더니, 애노는 제게 잘 얻어먹더군요. 목을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었고요.

그런데도 아주 경계를 푸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월요일은 낯을 더 익히고, 애노네는 화요일에 데려올 생각이었습니다.

애노가 저를 많이 따라서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데려갈 수 있겠다고 안심했지요.

그런데...아뿔싸!

너무 방심했던 걸까요?

할머니, 할아버지랑 식사하는 사이에 애노가 아기들을 데리고 집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할아버지는 난리가 나셨죠.

괜히 집을 기웃거려서 애노가 위협을 느껴 아예 집을 떠났다고요.

이젠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차라리 시원하다고 하셨지만, 내심 길에서 다치면 어떡하나 걱정하시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할머니도 충격을 받아 어찌할 줄을 모르셨고요.

저는 할머니 댁 동네를 훑으며 꽤 멀리까지 애노와 아기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네 아기들을 데리고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의아해하면서요.

그러면서, 만약 애노들을 못 찾으면 어쩌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애노 이 녀석.

저녁 때가 되니 슬그머니 할머니 곁에 밥 달라고 나타나더라고요.

알고 보니 할머니 댁 자체를 완전히 떠나진 않았지만 집안 으슥한 곳에 새로운 은신처를 만들어 아이들을 거기 대피시켰던 겁니다.

어째서 냥이들을 영물이라고 하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애노한테 저녁을 주며 타이르셨어요.

잘 때는 원래의 자리에 돌아와서 자라고요...

너 해치려는 거 아니라고... 새롭게 만든 은신처는 벌레들이 많아 아기들한테 나쁘다고..계속 타이르셨죠.

그리고, 그날 밤.

애노는 거짓말처럼 아기들을 데리고 원래의 보금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할머니랑 할아버지께서 애노네와 이별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애노는 제가 사는 지역에 오자마자 중성화수술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아침밥을 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침을 먹으러 할머니 앞에 나온 애노를 할아버지께서 잡아 케이지에 넣으셨습니다.

그 다음 아기들을 애노와 두려는데, 이 아이들이 눈치를 채고 다 달아나 버렸어요!

마루 구석구석에 숨은 아기들을 꺼내느라 애썼지만...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랑 모두 함께 둘 수 있었습니다.

발톱을 다 세우고 마루에 붙은 아기고양이를 마루에서 떼어낼 때의 그 느낌... 손바닥에 전해지는 작은 심장의 콩닥콩닥.

제가 꼭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애노네를 데려가지 않으면 산에 방사당하거나 안락사를 당한다니, 꼭 살려야겠다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었어요.

애노는...

참...

얌전했습니다.

처음엔 케이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아기들을 넣어주자 금세 젖먹이기에 열중하더군요...

애노랑 아기한테 미안하고...참 씁쓸했어요...

시골집에서 계속 살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케이지에 있는 애노랑 아기들의 모습입니다.

 

-애노는 두려움을 애써 숨기는 듯했고

 

-아기들은 젖을 빠느라 여념이 없었어요.

 

시골댁을 떠나기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애노랑 아기들한테 말씀 많이 하셨습니다.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새로운 곳에서 잘 살라고...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할머니께서 눈물이 많은 분이시란 건 알았지만...

전 처음 봤습니다.

그렇게 우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요...

평일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애노의 불안과 긴장은 심해졌고 이를 덜덜 떨더군요.

혀를 내밀며 헉헉거렸고요.

그러면서도 저희들한텐 하악! 하거나 발톱 한 번 세우지 않는 애노였습니다.

그 모습에 더 가슴이 아프고, 더욱 결심했지요.

너는 반드시 우리집에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요.

할머니랑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너를, 그리고 네 아이들을 절대 슬프게 만들지 않겠다고요.

예약한 병원에 도착해 애노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먼저 검사했지요.

알고 보니 이 녀석들... 치즈냥이만 여자아이고 모두 남자형제였어요.

남자 셋 여자 하나... 홍일점 조합이었습니다.

왠지 부럽더군요. (ㄷㄷ)

천만다행이 몸에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아

발톱 깎고 귀, 눈, 코 등등만 청소하고 집에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애노는 수술이 다 끝나고 잠시 후에 데려오기로 했어요.

-엄마랑 떨어졌지만 꿋꿋이 놀고 있는 아기들입니다.

 

 

 

 

 

 

 

 

 

 

-그러다 역시 아기답게 코~ 자더군요...

아기도 아기지만 애노가 참 걱정이에요.

아기들과 떨어져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요.

얼마나 빨리 아기들을 보고 싶을까요...

하지만 수술 부위가 다 아물기 전에 5일 정도는 격리시켜야 한다고 하니...

상봉은 잠시 미뤄야겠지요.

격리된 동안 아기들한텐 고양이 분유를 먹이면 된다더군요. 그 다음 엄마젖으로 복귀하더라도.

원래 계획은 애노랑 치즈냥이만 키우고 다른 아기들은 인터넷을 통해 집사님을 구해볼 생각인데요...

솔직히 지금은 자세한 생각이 안 떠오르고... 얘들이 어서 긴장을 풀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분양을 하더라도 엄마젖을 2개월은 먹이고 하려고요...

지금은 아기들이 가끔 애오오~ 거리지만 그래도 잠이 들었네요...

이 사이 어서 애노를 데려오러 가봐야겠습니다.

애노랑 아기들이 어서 저희집에 적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