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내내 화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기에 이제야 소식 전합니다.

어제 병원다녀와서부터는 좀 앵알거리며 기운을 차리는 것 같이 보였어요.
사료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하니 길냥구라 사람음식에 더 흥미 있을거라고 하시고
밥 먹는다고 베이컨 굽는 냄새가 퍼지니 머리를 들이밀기에
물에 씻은 베이컨을 잘게 다져서 주니 잘 먹지않고
인간용 참치캔을 뜨거운물에 씻어서 기름, 짠맛을 좀 빼서 따뜻한 물에 개어주었더니 조금 입 대더니 거부..
냥구용 참치 파우치를 따신물에 곱게 개어서 주사기로 먹였더니 그것만 좀 받아먹었어요.

맛사지가 좋다고 해서 비닐팩에 넣은 스팀타월로 맛사지를 해 주었어요. (털이 젖을까봐..)
뜨끈뜨끈한게 좋은지 표정이 썩 나빠보이지않고 앵알거리지도 않아서 꽤 괜찮은가보다 생각했었어요.
등허리부터 뒷다리까지 조물조물해주었더니 물도 좀 마시고 참치 파우치 갠 것도 좀 먹더니
두 번째 스팀타월 만들어와서 푹 덮어주니 졸리는지 꾸벅거리기 시작하더라구요.

바닥도 푹신한 것이 좋다기에 좀 더 쿠션감도 높였고 조금 더 따뜻하게 지지라고 핫팩온돌도 두개로 늘여주었어요.

쉬는 거 확인하구 가만히 생각해보니 침 치료를 많이 추천하시길래
우리 고장에도 분명 그런병원이 있을 것 같아서 검색하니 몇 군데가 나오더라구요.
몇 군데 문의해보니 한 군데서 상태를 봐야 알 것 같다고 일단 데리고 오라고 하시네요.
어제는 진료가 끝난 시간이라 불가능하니 날 밝는대로 데리고 가보기로 했어요.

저녁때 다시 맛사지하는걸 보다보니 집에와서 한 번도 변을 본 적이 없길래 배변유도를 시도했어요.
배를 만져보니 빵빵하대서 여러 블로그,갤러리 공지 참고해서 열심히 해 봤는데도
응가는 커녕 쉬 한방울도 안나오더라구요.
거기다 맛사지할때는 가만히있더니 이번엔 죽을듯이 울면서 앞발로 머리를 쥐어뜯고 장갑도 막 물어뜯길래
다리만 문제가 생긴게 아닌 것 같다 싶었어요.
먹을것도 계속 거부하고 이러다 힘이 없어서 지칠까봐 따뜻한 설탕물을 주니 그건 잘 먹기에 조금 안심하고
내일은 닭을 좀 삶아서 국물을 먹여볼까 해서 가게 문닫기전 아슬아슬하게 닭을 사와서 삶아놓고 잠들었어요.

내일 병원가서 더 자세한 진찰을 받아봐야겠다,이런저런 생각하다 잤더니 새벽에 잠이 깨더라구요.
잘 있는지 들여다보니 핫팩 깔아놓은 온돌 부분에만 절묘하게 걸쳐서 누워있었는데
맨날 들여다보면 일단 하악질부터하던 녀석이 왠일로 멀뚱멀뚱 쳐다만보고 있네요.
하악질할 힘도 없는건가 아니면 이제 내 얼굴을 알아보는건가 뭐 그런 되도않는 착각을..
걔가 무슨 생각으로 암말도 없이 쳐다보고 있었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아직 이른시간이라 시간도 많이 남았고해서 비몽사몽간이지만 닭고기 국물이라도 좀 먹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주방에서 덜그럭거리다보니 남편도 일어나는 것 같더라구요.

갑자기 남편이 주방으로 뛰어들어오는데 냥구가 숨을 안쉰대요.
내가 아침부터 이상한 농담한다고 타박하면서 냥구한테 가보니 정말 누워만 있네요.
내가 아까 살아있는거 봤다고 다시 확인해보라고 해서 흔들어도보고
심장이 아직 뛸 수도 있다고 좀 만져보라고 해 봤지만 여전히 일어나지를 않았어요.
냥구 몸도 아직 따뜻한데 눈도 못 감고 그렇게 가버렸어요.
몇 시간이나 된다고 그거 못 기다리고 가버렸는지..

정리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냥구한테 한 일이 잘 한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구충제 바른 것 때문에 목욕도 못했는데 따뜻한 물에 목욕이라도 시켜줄 걸,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처음 간 병원에서 원장님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도 이런 이유였나 싶기도 하고, 좀 더 매달려볼 걸 싶기도 하고,
그냥 처음부터 솔직히 말씀해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주제넘는 원망도 해 보고..
결과적으로는 추운 거리에서 객사하는 것만 막은 꼴이 되어버렸네요.

살리지도 못할거면서 왜 데리고 와서 고생만 시키고,
그저 착한사람 놀이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우리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냥구에게 너무 큰 잘못을 한 것이 아닐까,
혹여 우리를 원망하지는 않았을지, 괴로웠던 건 아닌지.

이야기 끝 무렵 담에 혹시 또 이런 냥구 발견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보니 남편 목소리가 떨리네요.
잘 모르겠다고. 자신 없다고.

임신중에 겁도없이 길냥이 주워온 것 때문에 말도 많았고 생각없는 저희 때문에 덩달아 비난받으시는 분들도 계셨고,
감사하게도 걱정까지 해주신 분들 많았었는데 결국 이런 소식을 들려드리게 되었고,
여러모로 폐만 끼치고 가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 조차도 죄책감을 덜어보려고 하는 것 같아 참 못났다 싶지만
걱정해주셨던 분들이 많았기에 염치없지만 글을 남깁니다.

좋은 말씀, 충고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사람이 살아가기에도 세상이 어수선하지만 모두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기를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