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울 겸이가 훌쩍, 너무 일찍 가버렸어


예전에 살짝 고민을 토한 적이 있는데, 동물병원에서 아파 보이는 아이를 15만원에 분양한다고.

http://gall.dcinside.com/cat/684793

http://gall.dcinside.com/cat/687740


결국 데려왔고 겸이는 남집사와 나에게 아주아주 특별한 고냥이가 되버렸다

울집 터줏대감 냥이들도 물론 사랑하지만 겸이는 정말이지 겸이다워서 특별할 수밖에 없었거든


분양한 병원에서는 태어난지 3개월이라고 했는데 의심가는게 한두가지여야지

데려오자마자 다른 병원에 갔더니 마르긴 했어도 4,5개월은 됐을거라고-처음 겸이를 보고 문의하러 병원에 갔을 때 몸무게가 680g이었어


처음 안쓰럽던 생각들은 매일 매일 겸이를 보면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하나 싶게, 신기할 정도로 이 아이를 품은건 기가 막힌 행운이라고 생각했거든 


데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쉬는게 조금 이상한 것 같아 분양 받은 병원에 접종하러 가면서 물었더니 호흡기질환-감기일거라고 하더라 

그때 마침 콧물도 조금 달고 살았거든


그 후 쭉 잠을 잘때나 가끔씩 숨쉬는게 거칠어 보여도 워낙 잘 먹고 뛰어놀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어

그것보다는 눈가가 자주 충혈되고 부농코가 가끔 창백해지는게 더 걱정이었지

중성화 수술하러 다니던 동물병원에 갔다가 의사쌤이 그건 색소 문제라고 걱정하지 말라하더라

나 정말 멍청하지


그렇게 잘 크는줄 알았다

이삼일 전부터 겸이가 잘 때 숨쉬는게 조금 더 거칠어진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던 참에

어제 점심쯤..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다리를 접질렸더라고 부러진 것 같진 않은데 며칠 숨소리가 이상하니 겸사겸사 병원에 가보자 했지


그게 어제 오후 두시야

그때까지는 멀쩡해 보였어. 병원 도착해서 3.8kg 찍었다고 좋아했는데.

다리 엑스레이 찍으면서 의심 가는 부분까지 찍어달라고 요청했고 생각보다 한참 뒤에 의사선생님이 나와 산소통에 

겸이를 넣으라고 지시하는데 뭔가 뜨거운게 얼굴로 쏠리면서 눈물부터 나는거야


엑스레이를 보니 장기 주위가 모두 하얗게 나왔어. 폐렴이나 폐출혈로 의심되는데 입원해서 주사 맞고 산소 치료 병행하면 괜찮아 질거라고.

남집사는 크게 걱정 말라고 위로해 주는데 너무 불안하더라

입원 시키고 집에가 겸이 먹을거 챙겨 다시 병원에 왔는데 이상하게 겸이가 숨을 너무 힘들게 쉬는거야

그래도 설마 아직 어린데 괜찮겠지 평소에 너무 잘지내서 별일 아닐거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네시 반쯤 병원에 전화했어

우리 겸이 자율급식해서 사료 넣어줘야 한다고. 근데 전화 끊자마자 바로 의사선생님이한테 전화가 왔어

겸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죽을 것 같다고. 


폐렴이나 폐출혈로 의심했는데 심장병이라는거야. 선천성 심장병이래

엑스레이에 하얀 부분은 흉수였어. 흉수가 이미 가득 찼던거라고

정신 없이 병원으로 갔는데 겸이 코가 하얘, 입술하고 혀는 다 보라색이고 겸이가 맞는데 너무 아파보이는거야


지금 그 병원에서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응급병원에 가야 치료가 가능한데 병원을 옮기는 도중에 죽을 가능성이 있으니 

보호자가 선택해야 한대. 맞는 말인데 정신이 없었어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고.

남집사가 건대 병원은 이 상황에 너무 멀다고 가까운 응급 병원 거리 검색하더니 데려가겠다고. 치료 받으러 가겠다고 해서 겸이 안고 다른 병원으로 출발했고

출발하고 얼마 못가서 힘들게 숨 내뱉다가 내품에서 심하게 발작 한번하고 그렇게 가버렸다


남집사도 제정신 아니였는데 그 와중에 입원 했던 병원에 전화하더니 앞도 안보여 보이는데 차돌려 병원으로 가더라

의사 선생님 밖에 나와 있다가 차 멈추자마자 보조석문 벌컥 열더니 겸이 안고 뛰어 치료실 들어가 심폐소생술 해주시는데.

한참 해주셨어. 한참 해주시다가 물어보시더라 힘들것 같은데 어떡할지. 그러고서는 집에 데려왔지

집에 있는 똥냥이들한테 인사시키고 밤 늦게도 화장 해주는 업체들이 있어서 경기도쪽 가서 화장도 하고 왔어.  

그렇게 갔다 우리 겸이

반년도 같이 안살았는데 내 평생을 같이해 온 느낌인게 이해가 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실감이 너무 커

아직도 손에 겸이만의 촉감이 생생하고 그 꼬숩네도 생각이 나는데


새벽에 자다 깨면 발치에 있던 겸이가 내 얼굴 옆으로 와 꾹꾹이하다 항상 같이 다시 잠들고,

아침에 눈뜨면 손뻗어 닿을 거리에 있는 얘들 쪼물딱 거리고 마지막으로 내 주위 어딘가에 있는 겸이 찾아 무한 뽀뽀를 날리고 

꼬릿한 꼬숩네를 한참 맡다가 일어나면 나보다 먼저 화장실로 달려가서 변기에 올라가 있는다-변기 위로 하도 점프를 해서 겸이가 온 후로는 변기 뚜껑을 항상 닫아놨어

출근하기 전에 화장실 청소 해주려고 일회용 봉지를 한장 찢는 순간 베란다로 쏜살같이 달려나가 스크래쳐를 박박 긁어대면서 나 잘하지?? 눈빛도 팍팍 쏴주고는,

스크래쳐 긁고 있는 엉덩이 팡팡 때려주고 몸 돌려 화장실 청소하려면 이미 화장실 안에 들어가 놀자고 한다.

샤워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욕실로 들어와 고인물에 목 축이고 김 찬 욕실 이곳저곳 참견해서 겸이 오고나서는 항상 샤워 끝나고 바닥에 물 뿌려 싹 정리하고 나왔는데

이게 아침마다 항상 반복되야하는 그림인데 오늘 그게 없네


남편은 나보다 더 슬퍼해 그 사람한테는 첫 고양이나 다름없거든

큰놈들 냥이 수발이나 들다가 겸이가 들어오고 남집사 발에 차이도록 엄청 따랐거든

술 한잔 걸치고 들어오는 날이면 겸이부터 찾고 겸이한테 얼굴 묻고 떨어지지 않으려해 잔소리 엄청했는데, 술냄새 난다고


주절주절 말이 너무 길었네 미안

우리 겸이 자랑하고 싶었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울 겸이

분명 좋은곳에 갔을텐데 보내주기가 싫다










2015년 2/3월~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