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걱정이 따랐다.
먼저 꺄올이 녀석이 사람한테는 엄청 붙임성이 좋은데
냥이들한테는 까칠하기 때문에.
내가 없는 사이 때리거나 할퀴거나 물면 어쩌나.
그리고 화장실. 꺄올이처럼 제대로 못 가리면 어쩌나 싶고.
세탁기 구석, 소파 옆, 발코니 문 앞 등에 똥,
그거 밟고 온 집안에 똥방명록 남기고.
오줌은 심심하면 들어가라고 놔 둔 빈 상자에 누고.
온 몸에 똥칠 오줌칠하고 다니면.
녀석 때문에 몇 번씩 자다 깨면.
꺄올이와 사이가 나쁠 경우 둘 다 스트레스 받아서 큰 병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고. 고양이는 스트레스 심하면 복막염도 걸리고 죽을 수도 있다는데.
그걸 어떻게 견디지, 두 녀석이 다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견뎌.
꺄올이도 약한 녀석이라 2달 간 고생 깨나 했는데,
둘째도 약하면 어떻게 하나 불안했고...
스트레스 받아서 쪼그라들고 있는 나를 보며
꺄올이 잘 키워내고 다 크면, 좀 마음이여유로워지면
둘째를 데려오자고 남편이 위로해 주더라.
큰 냥이들은 아깽이한테 대체적으로 관대하니까,
그러자, 그게 좋다.
옹갤에 올라오는 냥이들, 인터넷에 조금만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은 따뜻한 집을 구하는 냥이들 보면서
내가 다 거두지 못하는 현실에
나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기만 했다.
내가 뭐라도 되는 것도 아니면서.
그 녀석들 내가 거두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내 안의 무언가는 계속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꺄올이 데려올 때보다 더 심란했다
머릿속에는 냥이들 얼굴이 계속 스쳐지나갔다
착각하지 말라고 되뇌면서도 계속 속이 쓰렸다
2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걸려 갔다.
퇴근 시간에 차가 꽉 차서, 신호가 다섯 번 여섯 번 바뀌고 겨우 한 구간 통과. 이런 식으로 갔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오며,
19살 때부터 20대 초반을 살았던, 임보자 분이 계신 그 동네 어귀가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낯익은 동네를 보며, 별로 크게 변하지 않은 풍경을 보며...
둘째 녀석은 길냥이.
꺄올이 다 크면 둘째 데려오자던 남편이 임보자 분이 올린 사진을 보고 오늘 가서 데려오자고 꼬드겼다.
나는 위의 걱정거리들을 다시 늘어놓으면서
임보자분께 연락을 드리고 있었다.
이름은
미농이라 지었다
불란서말로 귀엽다는 뜻이다.
임보자분이 이동장 필요하면 구매해서 주신다는데,
오뎅꼬치나 하나 사 달라 부탁드렸다.
막상 가보니 오뎅꼬치 4개에 카샤카샤까지 사셨더라.
데리고 계셨던 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으니,
작별 선물로 준비해 주신 것 같아 슬퍼졌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했다 먹을 수 있는 트리볼 초콜렛을 드렸다.
임보자분의 섭섭함을 단맛으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기를.
미농이.
처음엔 막연히 둘째 이름은 핑핑이라 해야지, 하고 있었다
스폰지밥에 나오는 그 달팽이 핑핑이 말이다.
꺄올이와 핑핑이, 어감도 좋고.
그러다 깔롱이라 할까 했다.
경상도 방언 그 깔롱말이다.
기각.
몽골말로 무지개를 뜻하는 쏠롱고로 할까 했다.
위쳐3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거다
수건 한 장 걸친 게롤트가 이발하고 나서
뻣뻣하게 각목처럼 의자에서 일어나
먼 산을 바라보며 입만 움직여 \'쏠롱\'이라 하는 걸.
기각.
가을이는 가을에 왔으니 가을이라 하다 꺄올이가 됐으니,
둘째는 겨울이라 하자.
그러다 껴우리 꾜우리 꾜울이 하면 어떨까 했는데
헷갈릴 수 있어 기각됐다.
다른 이름을 생각하다가, \'프랑스어 중에 예쁜 말들\'이란
글을 우연히 보고, 미농이라 지었다.
미농이는 정말 더러웠다.
땟국물이 좔좔 흘러, 흰 털임에 틀림없는 부위가 전부 오래 된 걸레 색깔.
눈도 눈물 자국 진하고 눈꼽이 덩어리로.
코도 코딱지로 꽉 차 있고.
귀는 암흑이었다.
하지만 예뻤다 날 빤히 보는데 하악질도 안 하고.
할퀴지도 않았다.
미농이와 작별인사를 하며 임보자분께서
\"잘 키워주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라시는데, 울 뻔 했다.
8년 전, 멍뭉이 보리를 오일장에서 데려올 때,
그 시장 아줌니가 보리에게 \"가서 잘 살아라~\"라고 하셨던
기억이 떠올라서.
잘 살아라... 잘 살아라... 잘 살자...
오는 길은 막히지 않아 시원하게 달렸다.
365일 크리스마스고 설이고 추석이고 없이 24시간 운영하는데
원장샘이 휴일 및 야간 진료시 혼자 계셔서인지 뭔가 쓸쓸한 늘 가는 그 병원에 도착했다.
꺄올이 3차 접종.
주삿바늘이 들어오는지 마는지 관심도 없이
의연하게 잘 맞는 꺄올이.
머쓸맨, 마쵸 마쵸맨.
그리고 곧 미농이 검진을 시작했다
검진에 앞서,
칠흑같은 미농이의 귀를 50분 간 닦았다.
\"에구 진드기가 100만 마리는 있네~~ 시원하지~~\"
라며 미농이 귀를 닦는 쉬사쌤 말에
그 말은 내가 알아듣는다고 겁주지 말라 했더니 웃으신다
닦아내고 닦아내도 때묻은 솜만 나온다
귀에 뭐가 들어오니 격하게 머리를 흔드는 미농이,
검은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벽, 바닥, 우리들 얼굴, 책상, 모니터에
깨알같은 검은 덩어리들이 마구 튀었다
냥이 귀진드기는 사람에게는 안 옮는 진드기들이고,
사람에게 옮더라도 다 금방 죽는단다.
사람이 귀진드기 있는 냥이를 만진 후 다른 고양이를 만져도 옮을 확률이 낮단다.
꺄올이는 1.98키로, 미농이는 1.1키로.
꺄올이 처음 우리 집 왔을 때보다 배는 큰 녀석이지만,
지금의 꺄올이보단 반은 작은 녀석이라,
정말 작게 느껴졌다.
그 작은 귀에 진드기와 진드기 똥이 가득 차 있는 걸 보니
속상하더라.
닦는 내내 미농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꿋꿋이 이겨낸 녀석을 보고 감격했다.
사흘 후 재방문해서 또 저짓을 해야 한다
미농이가 견뎌내기를, 이겨내기를.
눈 검사.
눈꼽이 잔뜩.
쉬사쌤이 닦아내고 주사기로 무슨 액체를 방울방울 떨궜다.
원래는 그게 목구멍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맛을 느낀 냥이들이 입맛을 다시거나 꿀꺽해야 정상이라는데,
미농이는 반응이 없다.
계속 떨궜지만 반응이 없다.
어쩌면 그 부분이 막혀 있을 수도 있다고.
심할 경우 뚫는 수술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단다.
일단은 지켜보자고 하셨다.
응꼬 상태는 양호.
구강 상태도 양호.
피부 상태도 양호.
심장사상충약을 바르고, 접종은 진드기 처리 후에 시작할 예정이다.
머리가 귀청소약으로 흥건히 젖어 있어서 휴지로 닦았는데,
휴지가 잿빛으로 변했다.
닦아도 닦아도 잿빛.
오늘 스트레스 많이 받았으니,
목욕은 조금 적응하면 하는 걸로.
진드기가 아주 쉽게 옮기 때문에,
미농이는 완치 될 때까지 격리시켜야 한다고.
그렇다고 혼자 내버려둘 수는 없어, 남편이 작은 방에서 미농이와 당분간 자겠다고.
미농이 녀석 덕에 결혼 후 처음으로 신혼에 각방이다.
집에 데려와 작은 방에 캐리어째 내려놓고 물과 사료를 주었다.
미농이는 살짝 열린 캐리어 문 틈 사이로 액체처럼 흘러나와, 컴퓨터 본체 뒤 좁은 공간으로 숨어 들어갔다.
조금 안정될 수 있도록 해주고,
다시 들여다보니 날 보고 야옹, 한다.
미농이를 향해 눈키스 겁나게 날려줬다.
얼마 후 다시 들어가 보니 낡은 의자 위에 늘어져 있다.
미농이 쩌는데?
남편이 들어오자 움찔하며 숨었다 또 나오고.
꺄올이는 마음대로 드나들던 곳에 못 들어가니 분기탱천.
거기다 낯선 냄새까지 나니 씩씩, 삥삥거린다.
밤 11시 넘어서 늦은 저녁을 먹고 나서
작은 방에 들어가 오뎅꼬치로 놀아주니 신이 나서 노는 미농이.
한참 놀아주고 쓰다듬으니 골골송을 불러주셨다.
미농이, 쩌는데?
엘라이신도 다 먹어가서 한 통 더 사서 먹였다.
몇 번 핥더니 팽.
캔에 섞어줘야겠다.
잘 키우고 싶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꺄올이랑도 스무스하게 가기를.
이렇게, 내게 둘째가 생겼다.
마농이 사진은?
헉 꺄올이 동생 생긴거? 우와 ㅊㅋㅊㅋ 얼렁보고시펑
글 너무 잘읽었어요.. 미농이보고시퍼요!! ㅎㅎ 지금도충분히이쁠것같은데.. 아가 고생이많구나ㅠㅠ 꺄올이와 미농이 잘지내기를.. 미농이 데랴오기까지 고심했던 옴마마음 꺄올이도 알아주길..
사진주떼요
미농이, 그렇게나 귀진드기가 많았구나..많이 생각하고 람께 하는 묘연이니 앞으로는 더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
그래서 사진은요...사진을 봐야 감동이 배가 될것같은데...
으엉 ㅠㅜ 눈물 난다냥 ㅠㅜ 이쁜 삼색아가씨 미농이 묘생 역전 이제 시작이다냥 ㅠㅜ 고맙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