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좋은 주인이 아니었어


아직 눈도 제대로 못 뜬 너를 

동네 꼬마애들이 장난감처럼 갖고놀던걸 구해준게 


왜 하필 나였을까?




그대로 그렇게 놔 두고 올 것을

왜 그리도 날씨는 살을 에듯 추웠는지..


눈을 어디에 찔렸는지 피고름이 질질 흐르고

어미를 찾는지 계속 울어대는 너를 

나는 그대로 놔두고 올 수는 없었어



아무 대책없이 널 안고 들어와 따뜻한 수건 안에 눕혀두고 나니

너는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고 조용히 잠들었었지






네 눈이 걱정되어 다음 날 병원에 너를 안고 갔을 때

나온 병원비는 학생인 내게는 너무 큰 부담이었어


다행히 좋은 선생님께서 치료비는 나중에 건강해지면 받겠다며

분유와 그걸 먹일 도구같은걸 이것저것 챙겨주셨을 때


사실 내 마음에는 안도감보다 너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가득했었어





그렇게 시작한 너와의 생활은 약 1년 반동안 계속 됐고


그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지




멀쩡한 이불에 오줌을 싸서 이불 하나를 통째로 버리게 만든다던지


내가 아끼던 추억거리를 모으는 상자를 다 긁어놓아 하루종일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던지


항상 내가 방에서 나오면 자고있다가도 기지개를 쭉 펴며 나에게 와서 부비적대곤 했고


높은곳에 올려달라고 아이처럼 보채서 안아주면 고로롱 거리며 내 얼굴을 핥짝대기도 했고


컴퓨터를 할 때면 키보드 앞에 앉아 방해하기도 하고

 

내 방문이 닫혀있으면 문을 박박 긁어대며 날 찾기도 했지





그 땐 네가 귀찮다고 생각했어






날이 따뜻해질 무렵 벚꽃도 피고

나에겐 입영통지서가 날아왔지



더 이상 너를 키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난 입양자를 찾기 시작했단다




입양자를 찾는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어

넌 굉장히 귀엽고 예쁘게 생겼으니까



그 분은 전화 통화를 하곤 금새 찾아오셔서 



보자마자 맘에 드셨는지 

그날 바로 너를 데려가 버리셨어




"입양보내시면서 기분이 안좋으시겠어요" 


하고 물어보시는 입양자분께 난


"그냥...시원섭섭하네요" 하고 이야기를 해버렸지



그때까지만 해도 난 골칫거리 하나 덜어냈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나봐






다음 날 일어나서

텅빈 네 집, 아직 남아있는 사료그릇이 문득 눈에 들어오자


왈칵 눈물이 나더라

그 자리에서 소리없이 한 십분을 운것같다



네가 내 맘속에 생각보다 깊이 들어 와 있었던 걸 울면서 느꼈어



그제서야 니가 없는게 실감나기도 하고

너에게 잘 못해줬던게 생각나기도 하고










적응 잘 하고 있다며 잘 지낸다는 연락 받고나서는 

널 보낸건 나면서 왠지 모를 배신감 같은게 들기도 했지만




친구도 있고,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것과


나보다 착하고 너를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주인을 만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만약 내가 어딘가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너와 계속 함께 할 수 있었을까하는 


미련만 계속 남는것 같다





잘 지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