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아직도 마음이 놀라서 진정이 안되고 손이 떨린다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 그냥 멍 때리면서 걷다가 


사람이 안다니는 곳에 가서 산책 하면서 생각 정리하고 그러거든


근데 거기 길냥이 한 마리가 있어서 친해지고 사람이 없는 곳이라 애가 굶을 꺼 같애서 밥 챙겨줬고 그게 거의 1년 다 되가는데


원래 내가 약간 결벽증도 있고 해서 안만지다가 얘가 자꾸 나한테 머리 박치기 같은 거 했는데


우연히 걔 머리 스치니깐 엄청 부드러운 거야 


그래서 가끔 검지로만 쓰다듬어 주고 그랬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검지로만 쓰다듬으려니깐 피하는 거야 


근데 원래 평소에도 처음에는 좀 피하다가 다시 와서 머리 갖다대곤 해서 


아무런 의심 없이 또 쓰다듬으려고 했더니 갑자기 앞발로 팍팍팍 연속으로 막 치더라 


그러더니 자세 낮추고 사냥하는 것 같은 자세로 있는 거야 그러면서 나한테 확 발톱으로 긁더라고


솔직히 평소에도 나는 길고양이한테 할 수 있는 배려는 거리 유지라고 생각해서 


지켜볼 때도 어느정도 거리 유지하고 자꾸 눈마주쳐도 눈 피해주고 소리 절대 안내고 그랬거든 발톱으로 긁힌 순간 까지도 비명 소리도 안냈어... 


얘가 놀라서 그런 건 아닐텐데 분명히...


덕분에 얼굴에 상처나서 습식밴드 같은 거 사다가 붙이긴 했는데


와... 진짜 뭐라고 해야하지...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고 해야하나? 원래 내가 화가 잘 안나는 스타일이거든? 화도 잘 못 내고


근데 막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손에 힘이 쫙 빠지고 손이 덜덜 떨리면서 식은 땀이 나고 이게 화가 나는 건지 아닌지 


아찔 하더라 정신이...


그러더니 걔가 날 피하더라구 내가 그냥 집에 가려고 하니깐 지 쫒아오는 줄 알고 막 도망가고 하악 거리고 그러는 거야...


그러면 그럴 수록 더 화가 나더라구


솔직히 근 1년간 내가 인적 드문 곳에 간 이유도 정말 힘든 일이 많아서 그랬거든... 그 장소가 무섭지만 사람들 피하고 싶고 좀 조용한데서 생각하고 싶고...


그래서 얘한테 의지도 많이 하고 그만큼 또 내가 엄청 아끼고 1년동안 계속 하루 중 유일하게 나한테 기쁨이 되는 시간이었는데


그게 온통 배신감이랑 화로 가득차는 순간이었어....


정말 안좋은 생각까지 들더라...


이제 걔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내일부터 거기 다시는 안가기로 했는데... 뭔가 가슴이 아프면서도 씁쓸하기도 하다


얼굴에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큰 거 같애... 아무리 고양이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려 해도 


결론은 아 결국 교감 교감 해도 쟤도 어쩔 수 없는 동물이구나 라는 생각 들더라...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