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데려왔던 시커먼 털뭉치. 처음 봤을 때부터 내 마음을 뺏어간 따뜻함.


벌써 13살이나 되어서 그 진하던 검은색도 지금은 희게 옅어졌고 통통하던 몸매도 홀쭉해진 걸 보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최근 저는 외출 나갔다 집에 돌아오면 현관 번호키 누르기가 겁납니다.


한때는 번호키만 누르면 우다다다 달려나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젠 부자연스러운 적막감만이 저를 반깁니다.


도어락 커버를 올리고 번호를 누르며 '혹시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무지개 다리를 건너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돌연 손이 빨라집니다.


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가방을 던지고 다급히 찾던 어르신이 눈동자에 들어오면 그제서야 마음이 놓입니다.


겪어보지 못했던 이별의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끼는 겨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