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으로 세상을 빛내다” 곤충이 먹는 음식 만드는 고교생




그는 고등학생이지만 직원을 거느린 어엿한 사업가다. 작년엔 대학원생과 교수들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창업경진대회 장관상을 받았다. 상금만 1억원이었다. 또 정부자문기구인 미래교육위원이기도 하다. 평범한 고등학생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곤충사료기업 칠명바이오 공희준(17)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유튜브 채널 '창업진흥원 kised' 캡처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해달라. 

완주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곤충사료전문생산기업 칠명바이오 대표 공희준이다. 곤충 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잎새버섯 재배 후 버려지는 폐 균상을 활용한다. 폐 균상이란 버섯 배지에서 버섯을 최종적으로 수확하고 난 뒤 버려지는 것을 말한다. 버섯을 재배할 때 뿌리가 내리는 부분을 톱밥으로 만드는데, 이를 버섯 배지라고 한다. 당 배합 발효기술이 주력 기술이다. 당 배합 발효기술이란 당류의 최종 분해 산물인 포도당을 사료에 직접 투여하는 기술이다. 작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장관상을 탔다. 상금 1억원도 받았다. 이 돈을 가지고 작년 9월 전북 완주군 봉동 150평 규모의 공장을 임대했다. 법인 등록도 마쳤다. 


전국적으로 곤충 농가는 6000여 곳이다. 농가는 매년 67%씩 늘고 있지만, 사료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는 2군데 정도다. 곤충을 위한 맞춤식 음식인 '라바푸드'를 개발했다. 쉽게 말해 애벌레만을 위한 사료다. 또 지난 2월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미래교육위원회' 최연소 위원으로 뽑혔다.



공희준 대표의 어린 시절./유튜브 채널 '창업진흥원 kised' 캡처


-곤충사업에 관심 가지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햄스터, 고슴도치 등 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했다. 곤충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키웠다. 곤충에 빠진 이유는 같은 반 친구 때문이다. 친구가 여러 곤충을 키웠다. 나도 친구를 따라서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을 키우기 시작했다. 같은 사슴벌레라도 크기나 뿔의 두께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 곤충을 키우는 사람이 많지 않다. 희귀하다는 점이 끌렸다. 


-곤충을 키우다가 왜 먹이에 관심을 가졌나. 

나는 당시 중학생이었다.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 100마리 정도 키웠다. 많은 숫자는 아니다. 마니아층에서는 흔히 이렇게 키운다. 사료 비용이 많이 들었다. 사료가 꽤 비싸다. 한 달에 사료 60~120L를 샀다. 시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0L에 4만5000원 정도였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사야 해서 큰 부담이었다. 곤충 마니아들은 사료값으로 한 달에 3만원에서 많게는 15만원까지 쓴다. 사료 값이 7~8만원 정도 들기 시작할 때부터 직접 만들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직접 만들면 3만원 정도 들었다. 


처음부터 100% 완성품을 만든 건 아니다. 나중엔 100% 대체할 수준까지 만들었다. 가격은 더 낮춰보려고 했다. 곤충 먹이를 만드는 것과 관련한 책도 없었다. 처음에는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곤충 먹이 자료를 보고 만들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자료였다. ‘첨가물 A와 B를 얼마만큼 넣으세요’ 이런 게 아니었다. ‘탄수화물류 첨가제를 적당히 넣으세요’라는 식이다. 구체적인 수치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첨가물들의 비율을 다르게 해보면서 종에 맞게 최적화 작업을 했다. 참나무 생톱밥에 곡물 부산물을 주로 첨가했다.



 유튜브 채널 '창업진흥원 kised' 캡처


-어떤 종류의 곤충 먹이를 만들고 있나. 

국내의 사슴벌레, 장수벌레는 25종 내외다. 이들을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나무뿌리와 흙 부분에서 사는 종이다. 두 번째는 뿌리와 그루터기 사이에 사는 종이다. 마지막으로 그루터기 위에 올라와서 사는 곤충이 있다. 크게 나무 위, 중간, 아래에 사는 걸로 나눈다. 3그룹으로 나눠 먹이를 연구하고 제조했다. 애완용 사료는 단가가 높아도 곤충의 성장에 좋다면 잘 팔린다. 곤충을 키우는 사람들의 목표가 곤충의 크기를 크게 키우는 거라서 그렇다. 


하지만 산업용은 단가싸움이다. 산업용 곤충은 별개다. 흰점박이꽃무지(굼벵이)는 뿌리 생물에 속한다. 식용 곤충이다. 때문에 거기에 맞게 키워 농가에 대량으로 납품한다. 산업용 곤충은 사료 단가도 낮아야 한다. 대신 효율성도 좋아야 해서 어렵다.



곤충의 무게를 측정할 때 쓰는 정밀 전자저울./칠명바이오 블로그 캡처


-처음 곤충사료를 어떻게 팔기 시작했는지. 

처음부터 사료를 판 건 아니다. 혼자 집에서 만든 거였다. 팔 정도의 양도 안 나왔다.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동호회에서 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곤충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료란 곤충이 사료를 먹고 잘 커서 크기가 커지는 거다.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더라. 다른 사료를 먹은 곤충보다 내가 만든 사료를 먹은 곤충의 크기가 더 커졌다고 했다. 거기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작은아버지가 공무원으로 일하신다. 내가 곤충 사료를 만든다는 걸 아시고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는 ‘도전 K스타트업 2018’ 대회에 나가보라고 알려 주셨다. 큰 대회였지만 그냥 도전했다. 당시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지도 않았다. 잃을 것도 없었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나갔다.



'도전 K-스타트업 2018'에 나간 유희준 대표./유튜브 채널 '창업진흥원kised' 캡처


-기술에 관해 설명해달라. 

'도전 K-스타트업 2018' 대회 당시 밝혔던 재료가 잎새버섯이다. 최근에는 좀 더 좋은 재료들을 발견했지만 비밀이다. 업체마다 레시피가 다르다. 잎새버섯 폐균상을 사용한 이유는 곤충이 참나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보통 다른 버섯들은 소나무나 미루나무 등 다른 나무에서도 자란다. 때문에 제조할 때 다른 나무 종류들이 섞인다. 


당배합발효기술이란 대단한 기술은 아니다. 정말 기본적인 레시피다. 곤충 사료에는 당분이 들어가야 한다. 원래는 설탕을 넣었다. 설탕은 이당류다. 이당류란 단당류 분자 두 개로 이루어진 물질을 말한다. 이당, 다당류를 단당류로 분해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기술이다.  당류의 최종 분해산물인 포도당을 직접 투여한다. 분해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료에 포도당을 바로 넣어버린다는 것이다. 꽤 특별한 기술이긴 하다. 


-매출이 궁금하다. 

올해 매출이 발생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허가 과정 때문에 어려워졌다. 곤충사업이 신사업이라서 기준이 모호했다. 정부 지원사업이어서 절차도 많이 밟아야 했다. 과정이 길어서 진행이 더뎠다. 현재 양산품은 있지만 시설물들에 관한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팔기 시작하면 3억5000만원에서 5억원 정도 매출이 나올 거로 본다.



'스타트업 빅뱅'에 출연한 공희준 대표./유튜브 채널 '스타트업 빅뱅' 캡처


-어린 나이에 창업하는 게 힘들진 않았는지. 

모든 게 다 힘들다. 미성년자라서 모든 절차가 복잡하다. 성인보다 2~3배 시간이 더 걸린다. 통장 하나를 만드는 것도 2~3일이 걸린다. 사업자 등록도 일주일이 걸렸다. 보통은 1~2일이 걸린다고 한다. 최근 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강연을 나간다. 기관이나 모임에도 나갈 일이 많다. 미래교육위원회, 완주군 청소년 의회 등 여러 직책을 맡고 있다. 또 정부지원사업이다 보니까 출장도 잦다. 받아야 할 필수 교육, 네트워킹, 미팅 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허가 없어서 갈 때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출장을 한 번 가려고 하면 2명의 인력 손해가 발생한다. 


놀고 싶은 적도 많다. 집, 학교, 공장이 일상이다. 평소에는 놀기 힘들다. 그래도 주말이나 공장 일이 빨리 끝나면 평범한 또래처럼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과 농구를 하거나 야식을 먹는다.



공장 내부 모습./칠명바이오 블로그 캡처


-지금까지 한 실수나 아쉬운 점. 

지금까지 크게 실수하거나 잘못한 건 없다. 불안할 정도다. 이상하리만큼 다 잘되고 있다. 

어릴 때 빨리 실패를 해봐야 한다는데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나라에서 허가를 받는 부분이다. 사업 초반부터 시간이 걸리는 허가 절차를 미리 고려해야 했다. 뒤늦게 생각을 해서 오래 걸렸다. 계속 임대료와 인건비가 나갔고, 의미 없는 시간이 흘렀다. 판단을 잘못했다. 


-미래교육위원회 최연소 위원으로 뽑혔는데. 

정부는 지난 2월 미래교육위원회를 산업계·과학기술계·교육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현장 전문가들과 교사, 학생 등 36명으로 구성했다. 아무래도 지금 난 학생이고, 학교에 있는 사람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뽑힌 것 같다. 창업자이자 학생이라서 그렇다. 두 가지 역할 모두 재밌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미래교육위원회 관련 일정이 있다.



유튜브 채널 '스타트업빅뱅' 캡처


-앞으로의 목표는. 

원래 개인주의자였다. ‘나만 잘살면 돼. 우리 기업만 잘 되면 돼’라는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사업자로서는 나쁘지 않은 마인드다. 하지만 최근 주변인들로 인해 가치관이 바뀌었다. 함께  잘 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곤충산업이 다 같이 잘 컸으면 좋겠다. 곤충산업이 지구촌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곤충산업이 계속 커져서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내가 서 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아직 다른 취미는 없다. 하지만 곤충 쪽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 보니까 욕심이 생긴다. 기업을 세계적으로 크게 키우고 싶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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