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스트레스에 정신줄 놓았다가 스타 된 약대생




인터넷 스타 고퇴경씨

페이스북 팔로워 113만, 유튜브 구독자 93만

약사시험 합격했지만 앞으로도 영상 제작 예정


지난 2014년 대구광역시. 약학을 공부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약사를 꿈꿨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공부라도 스트레스는 쌓이기 마련이다. 돈도 시간도 없는 학생 신세였는지라, 달리 스트레스 풀 방법도 딱히 없어 자취방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혹시 남들도 그 모습을 보면 속이 좀 풀릴까 싶어,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 올린 춤 동영상에 갑자기 댓글이 붙기 시작했다. 한 주 만에 조회수 60만을 찍고, 두 주 만에 100만을 돌파했다. 영상이 알려지며 입소문을 탄 덕인지 SNS 구독자와 팔로워 수도 매일 가파르게 치솟았다. 만든 지 1년이 되도록 100여명 안팎이던 유튜브 구독자 수가, 단숨에 만 단위를 뚫고 넘어가 버렸다.



전설의 시작이 된 2015년 10월 22일 동영상./유튜브 채널 '퇴경아 약먹자'

평범한 약대생이던 고퇴경(27)씨는 그렇게 인터넷 스타로 다시 태어났다. 고씨 페이스북은 팔로워가 약 113만 명에 달한다. 유튜브 채널 '퇴경아 약먹자' 구독자 수는 93만여명이다. 유튜버 랭킹 사이트 랭큐(RankQ)에 따르면, 고씨 유튜브 순위는 구독자수 기준 국내 29위다.


◇과묵한 퇴경씨

-원래부터 인터넷 스타가 될 뜻을 품고 있었는지요?
아닙니다. 원래는 약사 가운을 입는 것만이 꿈이었습니다. 공부가 너무 힘들 때 좀 웃어보려고 친구들과 정신줄 놓고 찍던 건데, 일이 커져 버렸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본디 저희끼리 놀려고 만든 거라 딱히 홍보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뜬금없이 유명해져 있더군요.

-약사 자격증을 얻고도 영상을 계속 찍으시는 이유는요?
저도 영상 찍기에 재미가 붙어버려서요. 많이 부족한 콘텐츠인데도 아껴주시는 분이 많으니, 기대에 부응하고 싶기도 하고요.

-약사 코앞까지 간 아들이 돌연 엔터테이너가 됐는데, 부모님께선 별말씀 없으신지요?
오히려 기뻐하세요. 제가 워낙 말이 없고 과묵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영상 찍고선 많이 활달해지고 사회성이 좋아진 듯해 마음이 놓인다 하시더군요.

과묵한 고퇴경씨가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유튜브 채널 '퇴경아 약먹자'


◇1인 미디어


-영상에 쓰는 노래, 선곡 기준은 있나요?

요즘 유행하는 걸로 고릅니다. 사람들이 다 알만한 노래로요. 그래서 K-POP을 많이 택하죠.


-춤은 연습해서 추시는 건가요?

아이디어 구상은 오래 깊이 하는데, 실제 연습은 그리 많지 않아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하는 정도입니다.


-옷이나 가발 등 소품은 어떻게 장만하셨나요?

처음엔 있는 것만 썼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컨셉 따라 의상을 장만해 보니, 영상 퀄리티도 좋아지고 재미있어지길래요. 지금은 소품 마련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 편집은 직접 하시나요?

유튜브 영상으로 편집법을 독학해, 직접 하고 있습니다. 영상 찍는데 관련된 모든 업무는 제 손으로 합니다. 1인 미디어인 셈이죠. 다만 광고 섭외나 행사 참여, 일정 조율 등 콘텐츠 만드는 일 빼고 나머지는 소속사인 '비디오빌리지'에서 맡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영상 만들기에 집중하고요.


◇광고계 라이징 스타


-인기 덕에 광고도 찍으셨다면서요.

넥슨, 롯데주류, 배달의민족, 롯데카드, 동부증권 등 10여 군데 정도 출연했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꽤 버셨을 것 같은데요.

사실 영상에서 다루는 곡 중 저작권이 있는 것은 저 대신 저작권자에게 수입이 갑니다. 게다가 소품비 지출도 있고 해서 실제 버는 돈은 그리 많지 않아요. 개업한 약사 분들과 거의 비슷하게 버는 정도입니다.



블락비 박경과 함께 찍은 사진./고퇴경씨 페이스북


-그래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으실 것 같아요.

그렇죠. 바로 약사가 됐다면 못할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요. 연예인도 만나보고, 가수와 함께 뮤직비디오도 찍어보고요. 세계 각국에서 팬 레터도 받고 있으니까요. 제 SNS를 찾는 분 중 40% 정도는 외국인이에요.



한 외국인 여성이 보낸 사진 팬레터./고퇴경씨 페이스북


-곁다리 질문인데, '고퇴경'이 본명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네, 본명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셨습니다. '퇴'가 항렬자는 아니라 저만 쓰는데, 이름에 넣어주신 사연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Just do it


고씨는 제66회 약사시험에 합격해 2015년 3월 약사 면허증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약국에서 일하지 않고 있다. 대신 자신이 출연하는 영상 콘텐츠를 종일 만든다.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흥미를 잃을 때까지는, 이 일을 쭉 해보고 싶어서라 한다. 물론 약사의 길을 포기한 건 아니다. 실제로 그는 일반인에게 약 관련 상식을 알려주는 콘텐츠 또한 꾸준히 만들어 올리고 있다.



유튜브 페이지 '퇴경아 약먹자'

그는 갈 길을 고민 중인 젊은이와 취업 준비생에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보길 권했다. "전 약사 말고 다른 꿈도 없었고, 약사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우연히 영상을 찍었다가, 제 적성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고퇴경씨 페이스북


"틈날 때마다 할 수 있는 건 몽땅 도전해 보세요. 정말 엉뚱한 분야에서 본인조차 몰랐던 재능이 드러날지도 모르니까요. 전 저보다 재밌는 영상 잘 만들 수 있는 분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시도해 보지 않아, 그 잠재력을 본인조차 모르고 있을 뿐이죠."


글 CCBB 에디터 폴리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