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방송에서 월 수입 4000만원 올리는 한국인 크리에이터
지난 2017년 3월 중국 창사(長沙)의 허룽 스타디움. 한국과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18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앞 둔 시각.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한국뚱뚱'이란 이름으로 방송을 하는 유지원씨, 중국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방송 장면 / jobsN, 빌리빌리
카메라 앞에서 마이크를 든 한 20대 여성이 경기장 입구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에게 예상 경기 점수와 승패 예측, 좋아하는 선수 등을 물었다. 중국인들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 여성은 한국인 유지원(25)씨.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1인 방송제작자'(크리에이터)다. 방송에서는 '한국뚱뚱'(韓國東東,韩国东东)이라는 이름을 쓴다.
유씨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 크리에이터 중 한 명으로 '왕홍'이라 불린다. 왕홍(网红)은 중국 SNS 스타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의 인기 BJ(방송진행자)와 비슷한 뜻으로 보면 된다.
중국 5대 소셜미디어 '빌리빌리·미아오파이·유우쿠·웨이보·위챗'에서 유씨의 방송을 구독하는 중국인은 약 50만명. 방송이 나갈 때, 평균 시청자 수는 300만명에 달한다. 첫 방송을 시작한지 1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5대 소셜미디어에 567개(중복 포함)의 영상을 올렸다. 유씨는 올해 8월 중국 관영 영자신문사 '차이나데일리'가 선정한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인' 명단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유씨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 중국에서 열린 양국 간 축구 경기 때, 경기장 반응을 전하는 방송을 실시간으로 했다. 한국 제품 불매 운동과 한류 스타에 대한 제재 조치가 취해지는 상황에서도 당시 유씨가 진행한 방송의 시청자 수는 500만명이나 됐다.
"저도 방송 들어가기 전에는 겁을 많이 먹었는데, 막상 방송을 시작하니 중국인 모두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해줬어요. 시청자 수도 평소보다 많았고요. 최근 진행한 방송 중 기억에 가장 많이 남습니다."
-뚱뚱은 무슨 뜻인가, 어떤 방송들을 주로 하나
"뚱뚱은 중국인들이 귀엽게 별명처럼 부르는 말이죠. 일종의 중국 '의성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아이들을 귀엽게 부를 때도 이 '뚱뚱'이라는 말을 쓰죠. 최근엔 팬분들이 '똥똥(東東)'이라고도 해주세요. 저를 옆집 동생처럼, 언니처럼 친근하게 받아주시거든요. 중국과 한국의 드라마나 인기가수 등을 소개하고, 패션과 화장품 등 다양한 컨텐츠를 주제로 방송합니다. 중국인에게도 생소한 현지 중국전통 요리를 맛보고, 중국 시내에서 시민들을 인터뷰하기도 합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주로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들이 방송을 시청합니다. 한국인인 제가 적극적으로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세요."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1년 열 살 때 아버지 사업차 가족들과 함께 중국에 가게 됐습니다. 중학교 때 돌아왔으니 5년동안 지냈어요. 나이가 어려서 중국에 대한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람들 생김새가 비슷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언어도, 생활도 모두 제겐 자연스러웠죠.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 당황스러운 순간이 많았어요. 중국에서 살았다 하면 친구들 반응이 보통 부정적이었거든요. ‘위험하지 않냐’, ‘살기 불편하진 않냐’ 등의 질문을 받았어요. 한국과 중국 모두 제게는 똑같이 소중한 추억들이 있는 곳입니다. 양국간 오해를 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것도 한·중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서였나
“네. 한국외대 중국어과(11학번)를 졸업했어요. 신문방송학도 같이 전공했죠. 학교 다닐 때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는 스타일이었어요. 한국에 관광 온 중국인들을 가이드하는 동아리 활동과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거든요. 서울 맛집 곳곳에 데려가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해줬죠. 지금 제가 하는 방송도 그 때 동아리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방송을 촬영중인 유지원씨(왼쪽), 중국 식당에서 친구와 함께 방송중인 모습(오른쪽)
창업캠프에서 멘토로 만난 브랜드 매니저 김정민 대표
-어떻게 준비했나.
“6개월간 준비 과정을 거쳤습니다. 국내 모바일 영상 서비스 업체에서 잠깐 일하기도 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방송 컨텐츠는 무엇인지, 중국 시청자들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석했습니다. 2016년 9월, 빌리빌리(哔哩哔哩·중국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첫 방송을 했어요. 중국 10~20대에게 인기가 많은 사이트기 때문에 한국 연예인, 패션, 화장품과 관련 방송 컨텐츠에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죠.
첫 방송은 중국 인기 아이돌그룹 ‘티에프보이즈(TFBOYS)' 뮤직비디오를 보며 친구와 수다떨듯 감상평을 하는 내용이었어요. 한국어로 진행했죠. 첫 방송인 만큼 한국인이라는 제 정체성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나중에 중국어 자막을 넣었습니다. 올리고 다음날 확인해보니 조회수가 300이었어요. 아무 기대도 없었는데, 높은 인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달 후엔 방송 조회수가 1만명 정도로 늘었고, 4개월 후에는 평균 300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왜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하나
“중국인이 K-POP을 보는 경우는 많은데, 한국인이 중국가수에 대해 평을 나누는 것이 신선했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한국 사람임에도 중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 가수들의 과장된 표정과 격렬한 춤 동작을 한국인들은 어색해하죠. 일종의 ’중국스러움‘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그게 자연스러웠어요. 어려서부터 봤던 모습이니까요. 제가 방송에서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사람이 중국 문화에 대해 거부감이 없네? 잘 알고 있네?’ 라고 생각한거죠.
방송에서 화장도 거의 안했어요. 옷도 평소 입는대로 입었죠.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소통했어요. 큰 욕심 없이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원칙 때문이었죠. 방송에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어로 진행하다가 한국어를 사용해도, 그 뜻이 뭐냐며 물어보는 시청자도 많거든요. 방송에 한국어 자막을 다는데, 그 자막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태국 인기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 출연 배우 인터뷰 후 기념촬영(왼쪽), 중국 인기배우 루카스(Lucas·姚望)와 레오(Leo·楊業明)와 함께 / 인스타그램 @allproducer
-인터넷 방송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어야 이목을 끄는 것 아닌가
“제가 창작하고 싶은 컨텐츠는 자극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더라도 시청자에게 친근하고 다가가는 방송을 하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유행하는 인형뽑기 방에서 방송을 하거나 한강에서 치맥을 먹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죠. 훌륭한 실력은 아니지만 메이크업을 할 때도 있어요.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혼밥, 혼술과 같은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재밌게 놀고 수다떠는 제 모습을 보며 편안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해주세요.”
중국친구와 함께 중국 먹방(먹는방송)을 선보이는 유지원 크리에이터 / 빌리빌리
한국뚱뚱 영상이 시작되기 전 보이는 소개영상 (출처 : http://www.bilibili.com)
-앞으로의 계획
“당분간은 방송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크리에이터는 연예인과 달리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하는 문화 교류의 장이라면 어디든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제 이름을 건 패션 브랜드 사업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입은 옷에 관심을 갖는 팬들이 많거든요. 중국에서 활동하고 싶은 한국 크리에이터분들과 함께 방송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중국 문화를 사랑하고 중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누구든 환영입니다.”
글 CCBB 김지아 인턴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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