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없이 연 8천만원 버는 남성의 직업은?




강성일(38)씨는 한때 잘 나가던 휴대전화 대리점 사장이었다. 그는 “전성기엔 대리점 3곳을 운영하면서 수천만원대 월수입을 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 종사한지 8년째 되던 2012년 사업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억지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되질 않았습니다. 당시 업황이 좋지 않아 모두들 어려웠습니다. 심지어 보증금까지 거의 까먹었을 정도였어요.” 결국 그 해 사업을 접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강성일씨/본인 제공


5년이 흐른 현재 강씨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 ‘제2의 인생’을 산다. 경기도 광주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에서 장례총괄 실장을 맡고 있다. 말하자면 이 회사의 장례지도사 4명 중 최고 책임자다. 자영업자에서 직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두 차례 이직을 거쳐 올해부터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씨의 연봉은 8000만원. 업계에서 5년가량 경력을 쌓은 그는 “우리 나라에서 마음 편하게 웃고 살 수 있는 자영업자, 사장이 얼마나 되느냐”고 되묻는다. “직원이지만 보람을 느끼고 심적으로 훨씬 편합니다. 지금이 더 행복하죠.”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아직 일반에 생소한 신종 직업이다. 이 직업과 관련된 신뢰할만한 민·관 통계도 전무하다시피하다. 강씨는 “현직 종사자가 50명도 채 안 될 것”이라며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반려동물 산업이 유망하기 때문에 전망이 밝다”고 했다. 그를 통해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에 대해 알아봤다.  


① 어떻게 됐나 


사업 실패를 겪고 먹고 살 방법을 고민한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평생 직업’과 ‘전망’이었다. 평소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었던 강씨는 그쪽 업계에 몸담기로 결심했다. “반려동물 화장장 알바로 2년가량 일했습니다. 그러다 좀더 배우고 싶어 반려동물 산업 선진국인 일본에 갔습니다.” 


2014년 봄 화장장 알바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엔 도시 곳곳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널려 있었습니다. 한 도시에만 50곳이 넘는 곳도 있었습니다. 장례문화가 정착된 것이죠.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많이 생기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반려동물 사체를 염습하고 있는 강성일씨/본인 제공


장례지도사가 되기로 마음을 굳힌 강씨는 한국에 돌아온 이후 장례식장을 찾아봤다.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 20곳 정도, 그나마도 절반은 ‘무허가’였다. 게다가 가족 회사가 대부분이라 신규 채용을 꺼렸다. 강씨는 당시 영업 중이던 모든 장례식장에 자필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단 한 곳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회신을 받았다. 충남 예산의 한 장례식장이었다.  


② 수련기간과 관련 자격증은


2014년 7월부터 장례식장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기술이라면 기술이기 때문에 보안이 철저 했습니다.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른바 ‘도제식 교육’을 받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배운 기술 중의 하나가 ‘메모리얼 스톤’ 제작. 반려동물의 유골을 녹여 구슬이나 반지 등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2년반 이 회사에서 기술을 배우고 경력을 쌓은 강씨는 2017년 1월 1일부로 현 직장인 펫포레스트로 이직했다.



강성일씨가 실무 경험 이후 취득한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본인 제공


아직 이 업계에서 자격증이 보편화 돼 있진 않다. 직업이 먼저 생기고 제도가 뒤따라가는 형국이다. 강씨는 2015년 12월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단법인 한국반려 동물관리협회에서 주관하는 민간 자격증이다. 1차 필기 시험(장례학 개론, 공중보건학 및 위생관리, 반려동물 장례행정)를 통과하면 2차 실기시험(장례절차 실습, 매개식물 관리, 펫로스 상담)을 치른다. “지금도 업계에서 자격증보다 운전면허증을 선호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점차 자격증의 중요성이 높아질거라 생각합니다.” 


③어떤 일을 하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는 장례절차의 상담, 절차 진행, 납골, 펫로스 극복 상담 등 장례 전반을 대행한다. 일단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장례를 의뢰하면 직접 데리러 가는 경우가 많다. 사체를 임시 운구함에 넣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면 사체를 닦는 염습을 진행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고객이 반려동물과 작별의 시간을 보낸다. 헌화를 하는 이들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장례를 진행하면서 고객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것입니다.”



강성일씨가 근무하는 펫포레스트/본인 제공


마지막으로 사체를 화장기에 넣는다. 화장기 운용 방법도 장례지도사가 알아야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장례지도사가 아닌 전담 직원이 화장기를 담당합니다. 그러나 다른 회사는 보통 지도사가 직접 화장기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례식을 진행할 때 관과 수의, 유골함은 어떻게 할지 고객과 협의하는 것도 지도사의 역할이다.  


④ 장단점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의 장점과 단점은 모두 반려동물 자체의 특성에 비롯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반려인이라고 하는데, 반려인이 아니면 하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슬픔을 공유하면서 장례를 도와주고, 위로해주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실제로 강씨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이는 ‘감정노동’이라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매일같이 슬퍼하는 고객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감정 이입이 되면서 함께 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홀로 사는 할머니가 생활을 함께한 반려동물을 데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구슬프게 우셔서 계속 눈에 밟혔던 기억이 납니다.” 자연사가 아닌 사고사의 경우엔 끔찍하게 훼손된 사체도 많다고 한다.



강성일씨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장례지도사란 직업에 종사하기 어렵다"고 했다/본인 제공


⑤ 근무 여건과 급여수준은 


강씨는 업계 대우에 대해 “회사의 성과, 그리고 개인 실적이 연동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아직은 월 200만~300만원 수준이 가장 많다”고 했다. 경력과 근무실적에 따라 업계 상위권은 월 500만원을 넘게 벌어가기도 한다. 연봉 8000만원 수준인 강씨는 업계 상위권인 셈이다. 강씨는 “저도 월 200만원 수준부터 시작했다”며 “신규 업종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앞으로 대우가 점차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일반 장례식장과 달리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24시간 체제가 아닌 곳도 많다. 펫 포레스트도 그중 한 곳이다. 강씨의 경우 오전 9시에 출근, 오후 8시에 퇴근한다. 강씨는 “총 책임자인만큼 저는 주5일이 어렵지만 다른 직원은 대부분 주5일”이라고 했다. 다만 업종 특성상 연휴는 포기해야한다. 강씨가 하루에 처리하는 장례식은 보통 5~7건이다. 건당 1~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⑥ 향후 전망은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수는 총 457만이다. 인구로 치면 약 1000만명에 이른다. 강씨는 “기하급수적으로 반려동물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흐름에 발맞춰 장례문화도 선진국처럼 변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어려운 곳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급증 추세인 반려동물이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기 때문에 미래를 보고 이 직업에 뛰어든다면 충분히 매력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수요는 10~15년 전에 태어난 반려동물입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전망/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홈페이지


가장 중요한 일자리 개수가 대폭 늘 것이라고 강씨는 전망했다. 장례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관련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처음으로 장례식장, 화장시설, 납골시설 등의 용어가 명문화 됐습니다. 과거엔 죽으면 그냥 버리는 경우도 흔했으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게 되면서 장례식장을 찾는 이들이 점차 많아질 것입니다. 처음 업계에 종사한지 5년이 지난 현재 업체가 2배 수준인 35개로 늘어났습니다." 2009년 서울시가 예측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규모는 서울에서만 연간 8만3000마리 규모였다. 


정년이 없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일할 능력만 있다면 나이는 상관 없습니다. 오히려 고객이 나이든 분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60대 이상의 은퇴자를 고용하는 업체도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비교적 열악한 대우와 도제식 수련기간을 견뎌내야한다는 것, 그리고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님비 시설(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뜻)’로 인식된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글 CCBB 에디터 오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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