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의 풋볼 경기에 참가한 생도들이 인종 차별 뉘앙스가 담긴 손 제스처를 취해 군 당국이 경위를 조사한다고 AP통신이 12월15일(현지시각) 전했다.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와 해사 생도들은 보도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링컨 파이낸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풋볼 경기를 응원했다. 당시 ESPN 리포터 리스 데이비스가 경기 시작 전 생도들 틈바구니에 들어와 리포트하는 중 웨스트포인트의 한 생도가 이런 손가락 제스처를 취했다. 이어 뒤쪽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다른 생도가 검은색 장갑을 낀 채 같은 손가락 모양을 취했다. 그 이후로도 최소 두 차례 더 이런 손가락 사인이 나왔다고 허핑턴 포스트는 전했다. 해사 생도들 쪽에서도 같은 제스처가 목격됐다. 이런 모습들은 곧장 전파를 타고 미 전역에 방송됐다. 두 학교 간부들은 일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두 학교 학생들이 미리 짜고 이런 행동을 벌였는지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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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학교가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이 같은 손 모양을 만드는 제스처가 최근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신호로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 모양이 '백인의 힘'(white power)의 첫 글자인 W와 P와 비슷하다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이 손짓을 증오를 나타내는 기호 목록에 최근 추가했다.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겨냥한 총기난사 테러를 자행해 무슬림 51명을 살해한 호주의 백인 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도 법정에 출두해 손가락으로 해당 사인을 만들어 보인 바 있다. 지난해 미국 해안경비대의 한 요원도 텔레비전 생중계 도중 이런 손가락 모양을 취했다가 견책 징계를 당했다.

 

만일 이 손짓을 한 학생들이 실제로 인종차별주의에 동조하고자 이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 이들은 퇴교 처분을 당할 수 있다. 품행이 불량하거나 군기를 문란케 한 이는 병영 안에 남겨두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5월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모자 속에 '공산주의가 이길 것(Communism will win)'이라고 써 둔 메시지를 노출한 사진을 찍은 스펜서 라폰이 해당 사실을 뒤늦게 들켜 불명예제대 조치를 당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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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계 어느 나라 사관학교에서나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법칙이다. 한순간의 치기로 벌인 일탈행동 때문에 힘들게 들어온 군문 밖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관생도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사관학교설치법시행령 제41조에는 품행이 극히 불량한 자나 군기를 문란케 하거나 제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자를 퇴학시킬 수 있다고 규정해 두고 있다. 


지난 2008년엔 개인 홈페이지에 반군(反軍)·좌파 성향을 드러낸 공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가 퇴교 조치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개인 홈페이지에 'F-15K는 살인기계인데 군인인 게 괴롭다'는 내용의 글과 공산당 선언 등 좌익 성향의 글을 올리다 군 정보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출신 생도에게도 예외는 없다. 2018년엔 공군사관학교에서 수탁교육을 받던 몽골인 생도가 잦은 심부름을 시키는 등 반복적으로 후배들을 괴롭혀 퇴교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공군사관학교 관계자는 “장교가 될 사관 생도는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자격을 요구한다”며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행동을 반복한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했다.

 

다만 이러한 제재는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생도 신분이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억압을 가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8년 9월 대구고법 행정2부(재판장 진성철)는 외박 중 음주를 이유로 퇴학당한 육군3사관학교 생도 A씨가 학교를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퇴학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생도 1학년이던 2014년 11월 외박을 나가 동기 생도와 소주 1병을 함께 마시고 이듬해 4월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 2~4잔을 마신 사실 등이 적발됐다. 육군3사관학교는 2016년 3월부터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생도의 품위 유지 등을 위해 마련했던 금주, 금연, 금혼 등 이른바 ‘3금(禁)’ 정책을 폐지했다. 외출 또는 외박 때 사복을 입었다면 음주가 가능하도록 사관생도 행정 예규를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았다.

 

1, 2심은 “A씨의 퇴학으로 육군3사관학교가 이루고자 하는 공공의 목적이 A씨가 받게 될 불이익보다 크다”며 퇴학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8년 9월 “생도의 모든 사적 생활까지 예외 없이 금주(禁酒)의 의무를 요구하는 예규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물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다.


글 CCBB 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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