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출신 발레리노가 체코로 날아간 까닭은
프로 사진가로 데뷔한 체코국립발레단원 김윤식씨
“짧은 순간 위해 노력하는 무용수 모습 담고 싶어”
“무용수 생명이 그렇게 길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이 더 가치있는 것 같아요."
김윤식(29)씨가 무용수 사진을 찍는 이유다. 김 씨도 무용수다. 체코국립발레단(Czech National Ballet)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노다. 현역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무용수 사진을 찍는 사진가는 흔치 않다. 친형을 따라 취미 삼아 시작한 사진은 ‘제2의 직업’이 됐다. 최근 들어 발레만큼 사진에서도 왕성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2019년 체코국립발레단 달력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었고 글로벌 카메라 브랜드가 선정한 프로 포토그래퍼로 뽑혔다.
체코국립단 발레리노로 활동하면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일하는 김윤식(29)씨. / 본인 제공
◇ 국내 최고 발레단 박차고 유럽으로 간 이유
김 씨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발레단 출신이다. 네 살 위 형이 다니던 무용학원에 놀러 갔다가 춤추는 모습에 반해 그날로 학원에 등록했다. 예술 중⋅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2010년 형과 나란히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6년간 국립발레단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체코로 갔다.
-유럽행을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체코로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왜 굳이’라는 시선을 많이 보냈다. 국립발레단을 나오겠다고 하니 심지어 바보라고 했던 분도 있다. 지난해 체코국립발레단에 갔을 때만 해도 한국 무용수는 나 혼자였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선 전환이 필요했다. 사진도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어려울 것 같았다. 사진이 유럽행을 결정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사진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2년 무렵이다. 국립발레단 해외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한 달 정도 장기휴가를 받은 적이 있다. 긴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사진을 배워보기로 했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수동 카메라로 가족사진을많이 찍어주신 기억이 있었다. 한달 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4번 출사를 나갔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금까지 왔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독학한 것인가.
“동호회 활동을 한 것이 전부다. 형이 쓰던 캐논 DSLR(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를 들고 공원에서 꽃도 찍고 거리에서 ‘패피(패션피플)’ 사진도 많이 찍었다. 뭔가 한 번 빠지면 몰입하는 편이다. 일 년 정도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사진을 찍었다.”
김 씨가 촬영한 무용수들의 모습. (모델명 왼쪽부터 Friedemann Vogel, Alexandra Pera, Alina Nanu) / 본인 제공
-무용과 사진을 병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했나.
“국립발레단 다닐 때 보통 오전 11시쯤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공연 리허설 연습을 한다. 하루 일과가 빠듯하지만 사진기를 들고 다니면서 계속 찍었다. 공연할 때는 무대 옆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찍고 쉬는 시간에는 동료들의 무대 뒤 모습을 담았다. 발레를 하지 않는 시간은 모두 사진 찍는데 썼다.”
-유럽으로 가서도 주말에는 주로 사진을 찍나.
“그렇다. 발레단 지원을 받아 유럽 다른 나라들의 극장, 박물관에서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이것은 엄청난 혜택이다. 독일 드레스덴은 자주 가는 편이고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다녀왔다. 이번 겨울에는 프랑스 파리를 갈 예정이다. 단원 동료들로부터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 “짧은 순간 위해 땀 흘리는 무용수 삶 기록하고 싶어”
무용수가 찍은 무용수의 모습을 어떨까. 2차원의 사진에 담긴 무용수의 팔다리 근육이 눈앞에 튀어나올 듯 역동적이다. 단원들은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그를 어색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동료들로부터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는 러브콜을 받는다.
-찍는 대상은 주로 동료들인가.
“그렇다. 체코국립발레단 소속 단원이 80명 조금 넘는다. 그곳에 가서 사진도 찍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잘 믿지를 않았다. 직접 사진을 찍어서 보여줬더니 ‘얘 사진 잘 찍네’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사진 찍는다고 말하지 않고 찍어도 결과물에 만족하니까 별 얘기 안 한다.”
김윤식(29)씨. / 본인 제공
-찍고자 하는 사진의 콘셉트 같은 것이 있나.
“연출은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에서는 무용수의 동작에 중심을 뒀다. 유럽에 가서는 좀 달라졌다. 워낙 아름다운 배경이 많은 곳이다. 장소와 어울리는 발레 동작이나 무용수의 의상 같은 것들을 세세히 신경 써서 연출한다. 내가 무용을 해 봤기 때문에 그런 표현들이 가능한 것 같다.”
-발레리나의 '등'을 찍은 사진도 있던데.
“연출한 사진이다. 사람들은 무대 앞에서 무용수를 본다. 우리 같은 무용수들은 무대 뒤에서 사람의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제일 많이 본다. 그 친구의 등이 인상적이었다. 등에서 움직이는 뼈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꼭 찍어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승낙해줬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
“사진의 콘셉트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의 기록’이다. 내가 무용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무용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직업에 비해 무용수로서의 삶은 그렇게 길지가 않다. 남자 무용수는 40세 정도까지 활동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정말 관리를 잘 했을 때 얘기다. 그래서 매 순간이 가치 있고 희소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서는 1~2분을 위해 아픈 것을 참으며 엄청난 연습을 하는 무용수들의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무대 뒤에서의 사진을 많이 찍을 생각이다."
◇ ‘발레부터 사진까지’ 같은 길 걷는 형이 든든한 지원군
‘무용하는 사진작가’의 가족 구성이 다채롭다. 첼로를 전공한 뒤 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어머니와 체육 교사 출신 아버지, 발레를 전공한 형을 뒀다. “음악과 체육이 만나 무용이 나왔네”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특히 형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김 씨 형제는 무용계에서 ‘형제 발레리노’로도 유명하다. 국립발레단에서 동생과 활동하던 형은 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9 체코국립발레단 달력에 들어간 사진. / 본인 제공
-가족들 영향을 많이 받았나.
“가족들 사진 찍고 비디오 촬영해주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형은 올해 초에 무용을 그만두고 여행 영상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는데 이름도 많이 알려졌고 자리를 잡았다.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존재다.”
-프로 사진가로서 앞으로 활동 계획이 있다면.
“체코 간 지 1년 차에 체코국립발레단 달력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기뻤다. 이렇게 금방 기회를 얻을지 몰랐다. 6개월 동안 12장의 사진을 달력에 실었다. 공연을 하면서 사진 작업도 해야했기 때문에 상당히 바빴지만 결과물이 좋아 만족스러웠다. 최근에는 소니코리아가 주최한 프로 포토그래퍼 공개모집에 지원해 최종 12명의 프로 포토그래퍼 중 한 명으로 뽑혔다."
-무용수와 사진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무용수로서는 8.5점 정도, 사진가로서는 6점 정도 주고 싶다. 사진은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고 배울 것이 많다. 아직 사진으로 인한 소득은 거의 없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 CCBB 에디터 절미
시시비비랩

개쩐다
멋지다
갤 기사에서 윤식씨를 보다니 ㅎㄷㄷ
양상국 출세했네
능력자네 걍 예술적인 기프트를 받은듯
사진 멋있네 ㄹㅇ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