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때 아동 가수로 데뷔한 정여진

CM송·애니메이션송 약 3300곡 불러

대표곡은 달려라하니·개구리왕눈이·서울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대학에 다니면~” 글씨만 봐도 자동으로 흥얼거리는 CM송 중 하나다. 반복적인 멜로디와 쉬운 가사 덕에 서울사이버대학 CM송은 수능 금지곡으로 꼽히기도 한다. 멜로디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 시험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한 번씩 들어봤을 이 CM송은 누가 불렀을까. 5살 때부터 아동 가수로 활동한 정여진(48)씨다. 이름과 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는 누구나 안다. 정씨는 CM송(광고음악·Commercial Song)·애니메이션송 전문 가수다. 지금까지 정씨가 부른 노래만 3300곡이 넘는다. 포카리스웨트·경동나비엔·롯데리아 CM송, ‘개구리 왕눈이’, ‘달려라 하니’, ‘카드캡터체리’, ‘포켓몬스터’ OST 등도 정씨가 불렀다.


CM송·애니메이션송을 전문으로 하는 가수 정여진씨

출처TUNA SOUND 제공


◇아버지 돌아가시고 3년간 활동 쉬다 CM송으로 다시 시작


-어려서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고. 


“작곡가셨던 아버지를 도와 5살 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영화·애니메이션 OST를 녹음할 어린이 합창단을 찾고 계셨어요. 어머니께서 저를 추천하셨죠. 피아노랑 바이올린을 배워 악보도 볼 줄 알았고, 노래도 곧잘 했거든요. 시험 삼아 녹음해봤는데 부모님이 계시니까 긴장하지 않고 잘 불렀어요. 그렇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처음 불렀던 노래는. 


“‘악어의 눈물’이라는 동남아 영화에 들어간 노래였어요. 공포영화였는데, 아이가 부모한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나와요. 그 노래가 제 목소리로 녹음한 첫 노래였습니다. 그 후로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똘이장군’ 등 극장용 만화부터 ‘개구리 왕눈이’, ‘달려라 하니’ 등 TV 만화 OST를 불렀습니다.”


정여진씨가 OST를 부른 '호호아줌마'·'요술공주밍키'·'달려라하니'·'개구리왕눈이'

출처유튜브 '뿌꾸빵'·'왕만화' 캡처


-그때부터 계속 활동한 건가.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등학생 때는 활동을 안 했습니다. 1992년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입학한 후, 아르바이트로 CM송을 부르기 시작했어요. 목소리도 깨끗한 편이고 발음도 괜찮고 해서 CM송과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주로 CM송을 불렀고, 애니메이션송도 간간이 불렀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포카리스웨트 CM송 


-첫 CM송은 기억하나. 


“의류 광고였어요. 친구들하고 극장에 갔는데 제 목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극장에서 제가 녹음한 광고를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신기해서 친구들한테 제가 불렀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요. 친구들과 같이 신기해하면서 기분 좋게 영화를 봤던 것 같아요.” 


-목소리가 여전히 맑고 깨끗하다. 관리 비법은. 


“태어날 때부터 목이 건강하게 태어난 것 같습니다. 감기 걸려도 목은 잘 안 쉬는 편이에요. 40살 되던 해에는 인후염·비염으로 몇 달간 고생했는데, 그때 지나고 나서는 괜찮아졌어요. 비염 때문에 식염수로 꾸준히 코만 세척해주고 있습니다.”


출처유튜브 '노래하는 정여진TV' 캡처·TUNA SOUND 제공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포카리스웨트 노래요. 서정적이면서 목소리가 돋보일 수 있는 노래였어요. 청량한 느낌의 CF도 너무 좋았어요. 예능에서 패러디할 때 그 CF가 많이 나오잖아요. 첫 CF만 제가 녹음하고 다른 가수로 바뀌었는데, 항상 제가 부른 노래가 나와서 볼 때마다 재미있어요.” 


정여진씨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로 뽑은 포카리스웨트 CF

출처유튜브 '클라우드' 캡처


-광고모델처럼 CM송 계약도 기간이 정해져 있나. 수입도 궁금하다. 


“기간이 정해진 건 아니에요. 한 번 녹음해서 5~10년 이상 쓸 수도 있고, 몇 개월 만에 다른 노래 혹은 다른 가수로 바꾸기도 합니다. 계약금은 계약마다 달라요. 3000곡 이상 불렀다고 하면 돈도 엄청 많이 벌었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중음악하고는 또 달라요. 산업 규모가 작고 역할이 한정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남동생도 가수, 남매가 부른 곡만 5000곡 넘어 


-1월3일 JTBC 예능프로그램 ‘슈가맨’에 출연해 화제였다. 


“녹음실에서만 노래해서 그런지 무대에 서거나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게 부담스러워요. 그래서 방송 섭외가 들어와도 대부분 거절했는데요. 이번에 한 번 용기를 내 봤습니다. 다른 방송보다 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어요. 39년 전 ‘아빠의 말씀’을 함께 불렀던 최불암 선생님도 같이 무대에 서주셨고, 동생도 응원을 해줬습니다.” 


방송에서 최불암 선생님과 '아빠의 말씀'을 부른 정여진씨

출처JTBC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


정여진씨 동생인 툴라(TULA· 본명 정재윤)도 CM송·애니메이션송 2000곡 이상을 불렀다. '짜파게티' '하이마트' 'S오일'과 ‘드래곤볼’, '디지몬', '유희왕' OST가 대표작이다. 이들 남매는 2월 22일 ‘애니송 콘서트’를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콘서트를 취소했다.


-콘서트를 취소했다고. 


“작게나마 콘서트를 열 계획이었는데, 상황이 상황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려고 취소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공연장이라 금방 표가 동났고, 취소 표를 어렵게 구했다는 분들도 있었는데 아쉬워요.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일정을 잡아볼 예정입니다.”


정여진씨 동생이자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TULA

출처TUNA SOUND 제공


-목표는.


“2019년에 ‘노래하는 정여진TV’라는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그동안 불렀던 노래를 다시 녹음해서 업로드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 추억을 생각하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다른 가수 노래를 제 목소리로 듣고 싶다는 요청도 있어 콘텐츠를 다양하게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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