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로 스트레스 푸는 그녀의 직업은?




요즘 커피 전문점에서도 티(Tae)를 팔기 시작할 정도로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카페인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차를 메뉴를 넣기 위해 전문가에게 강의를 듣기도 한다. 커피 바리스타, 와인 소믈리에처럼 차 전문가인 티 소믈리에도 늘고 있다.


식품 유통회사를 다니면서 카페에 공급하던 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임은혜(26) 씨는 2년 동안 티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창업을 준비한 끝에 올해 '티그레이스(TeaGrace)'라는 브랜드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티 소믈리에로서 강의도 하고 티를 직접 수입해서 판매하는 그는 티가 제일 잘 팔리는 겨울 시즌을 맞아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서울 통인동 공유오피스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티 소믈리에 임은혜씨 / jobsN


- 직업이 티 소믈리에다.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

"와인 소믈리에처럼 티 소믈리에는 차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을 말해요. 어떤 음식에는 어떤 차가 어울리는지, 그리고 사람마다 건강 상태에 맞는 차를 추천하고 특정 분위기에 어울릴만한 차를 추천합니다. 차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국내외에서 괜찮은 차를 발굴해서 판매를 하기도 합니다.”


- 요즘 차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많은지. 시장 규모가 궁금하다.

"커피 시장 붐이 일었을때 바리스타가 폭발적으로 증가 했듯이, 최근에 티 소믈리에가 많아졌어요. 차 시장이 커진 이유 때문이죠. 미국 스타벅스에서 2013년에 티바나라는 유명 티 브랜드를 인수해서 2016년 한국에 런칭해 국내 매장에도 티를 많이 팔기 시작한 것이 시발점이었습니다. 다른 커피 전문 프렌차이즈들은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하는 경향이 많거든요. 각 카페 마다 티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차 시장이 올해 많이 커졌어요."


- ‘티그레이스’라는 회사명으로 홀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강의와 판매를 주로 하고 있어요. 차에 대한 강의를 기획해 15주 과정의 정규수업 형식으로 강의도 하고 특별한 아이템으로 일회성 강의도 합니다. 주로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이나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 티 브랜드를 런칭하려는 분들이 들으러 오세요. 제품 판매도 합니다. 괜찮은 차를 발굴해서 카페나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나 개인 카페에도 계약을 맺고 납품하고 있어요. 온라인을 통해 개별 판매도 하구요. 티 도소매업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 차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큰 식품유통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식자재들을 매입해서 프랜차이즈들에 납품하는 회사였습니다. 구매팀에서도 일했었고 영업팀에도 있었어요. 거래처 중에 카페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가 많았는데, 납품하는 식자재 중에서 티를 관심있게 지켜보기 시작했어요.커피 재료인 원두의 경우, 카페 사장님들이 원두에 대한 지식과 자부심이 대단해요. 원두에 대한 설명을 하면 지적하기도 하셨죠. 


그런데 티를 납품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세요. 티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거죠. 그때부터 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티에 대해서 조금만 설명해드리면 거래처 사장님들의 대우가 달라졌어요. 티에 대해 공부하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티 소믈리에 임은혜씨 / jobsN


- 창업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한 것인지. 준비 과정도 궁금하다.

“식품유통회사에서 일하다가 티에 빠져서 차를 제조하는 회사로 이직했어요. 구체적인 계획을 위해 현장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어요. 티 제조업체에서 메뉴 개발과 영업을 하는 일을 했어요. 그때 일을 하면서 차에 대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 티 소믈리에 티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고, 강사양성과정 수업도 들었어요. 창업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면서 포털 사이트 쇼핑 스토어팜에서 티를 판매해보기도 했어요. 어떤 시기에 어떤 제품을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했거든요. 그렇게 준비 과정을 거쳐서 9개월 전에 스타트업을 시작했습니다.”


- 혼자 운영하는 1인 기업이다. 강의와 판매, 영업을 혼자 하는게 가능한가.

“9개월 동안은 쉴 틈 없이 일한 것 같아요. 강의도 기획하고, 티 원료 수급, 제품 테스트, 메뉴 개발, 영업, 판매를 혼자 하다보니 바빴어요.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차에서 혼자 김밥을 먹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고 있어요. 매출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현재는 월 매출이 2000만원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 티 브랜드를 만들면서 특별히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티에 관심이 없던 시절 홍차를 처음 마셨는데 너무 맛이 없었어요. 원래 홍차는 95도 물에 3분 우려내고 티백을 빼줘야 하는데 티백을 계속 담군 채 마시고 있었던 거예요. 래시피를 안 지켰던거죠. 차에 관심을 가지고나서 래시피를 정확히 지켜서 먹어봤어요. 온도, 시간, 용량을 정확히 맞춰서 먹었는데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만큼 너무 맛있었습니다.  


특별한 경험이었고 행복했어요. 차에 대한 이런 좋은 경험을 최대한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제 사업의 목표에요. 예를 들면 제품 개발할 때도 제일 신경 썼던 것이 중량이었습니다. 티백 하나에 들어가는 차의 중량을 두 배로 높였어요. 중량을 높임으로써 우유나 과일청을 섞어서 밀크티나 티 에이드를 만들어도 차 고유의 맛이 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임은혜씨 / jobsN


- 차에도 트렌드가 있을 것 같다. 차에 대한 시장조사는 어떻게 하는가.

“한국 사람들은 과일차와 허브차를 좋아하세요. 자기 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화에 좋은 차나 불면증에 좋은 차 등을 골라가며 드세요. 카페에서 유행하는 차도 있어요. 


작년에는 병에 밀크티를 담아서 파는 병밀크티가 인기였습니다. 판매하지 않는 카페가 거의 없을 정도였죠. 트렌드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카페도 많이 돌아니면서 시장조사를 해요. 예전에는 루이보스나 캐모마일 같은 단일 품종의 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브렌딩티라고 부르는 여러가지를 섞은 티가 인기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레이스 후르츠티’의 경우는 사과, 배, 파파야, 파인애플, 망고, 로즈힙, 레몬그라스, 복숭아 등이 들어가요. 현재 티그레이스에서 판매하는 차의 종류가 20여가지인데 브렌딩티가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차를 개발하기 위해서 차로 유명한 일본과 중국으로 현지 조사를 나가기도 해요. 녹차가 유명한 일본과 ‘차의 국가’라고 불리는 중국의 유명 찻집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마셔봐요. 한국에 맞을지 판단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가지고 들어옵니다.”


-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도 납품한다고 들었다. 홍보와 영업에 비법이 있다면.

“현재 프랜차이즈는 15곳 정도, 50여개 개인 카페에 티를 납품하고 있어요. 거래처를 늘리기 위해서, 창업하기 전에 스토어팜을 운영하면서 제게 주문했던 분들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했어요. 


캐리어 두 개에 제품들과 다구(식기구)를 담아서 직접 카페에 가서 사장님들을 만나고 시연까지 했습니다. 일종의 방문판매였죠. 시연을 위해 무거운 다구들을 챙겨다니는게 힘들었지만, 거래처 분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영업 거래처를 하나씩 늘려나갔습니다.”


- 창업해서 홀로 회사를 꾸려나가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정보가 돈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정보가 부족해서 손해를 본 적도 있어요. 티 원료를 구매하는데 5만원이면 살 것을 50만원에 산 적이 있어요. 20대 청년 혼자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수업료를 환불해달라고 협박도 받아봤어요. 혼자 운영하다보니 가장 힘든 건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점인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닐 때는 상급자에게 물어보고 책임도 상급자가 지잖아요. 지금은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고 내가 책임져야해요.”


-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것 같다. 사업에 대한 불안감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운동을 해요. 운동 하고 땀을 흘리면,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지거든요. 20살 때부터 체육관을 다니면서 이종 격투기를 했어요. 바빠서 쉰 적도 있지만, 올해로 6년째 격투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체육관에서 격투기 대회 출전을 권유한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얼굴 다칠까봐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하하. 요즘도 가끔 격투기 운동으로 땀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임은혜씨 / jobsN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차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차 투어 같은 상품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카페 창업을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투어, 힐링 투어, 먹방 투어 등 차를 테마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차 모임 같이 차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싶어요. 차가 너무 좋아서 시작한 일인 만큼 차 문화를 확산시키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저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글 CCBB 에디터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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