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누르는 소리에서 시작한 ‘하이 스쿨 잼’
지각하고 말도 안 되는 변명하는 영상은
조회수 800만 넘기도

똑딱똑딱. 조용한 교실에 볼펜 똑딱이는 소리가 퍼진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해진다. 대걸레를 기타처럼 잡으면 기타 소리가 나고, 종이에 그린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피아노 선율이 들린다. 책상에 앉아있던 학생들은 일어나 춤을 추고 리듬을 탄다. 한 학생이 들어와서 외친다. “선생님 오신다.”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학생들은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18살 고등학생이 만든 ‘하이 스쿨 잼’이란 4분짜리 영상은 2011년 공개 직후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에 올라온 당일 조회수 10만이 넘었다. 당시는 유튜브가 지금처럼 주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패러디 영상이 줄줄이 나왔고,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에 초청작으로 스크린을 장식하기도 했다. 26살이 된 이신혁씨는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후 전업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구독자 44만명인 유튜브 채널 ‘티키틱’에 단편 영화·뮤지컬 콘텐츠를 올린다.

티키틱 총괄 디렉터 이신혁씨

출처온웨이즈 제공

◇‘프로젝트 SH’에서 팀 구성하며 ‘티키틱’으로 활동명 바꿔


-하이 스쿨 잼을 고등학생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어릴 때부터 창작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 손으로 뭔가를 만든다는 데 재미를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만화도 그려보고, 게임도 만들어보려고 도전했었죠. 전주에서 일반계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당시 친구들이랑 집에 있던 카메라로 재미 삼아 영상을 찍어본 게 시작이었어요. 부족한 실력이지만 편집도 하고, 그렇게 세번째로 만들었던 영상이 하이 스쿨 잼이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건가. 


“네. 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대학 때도 밤에 과제 하면서도 틈틈이 영상을 찍고 편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힘든 줄 모르고 했던 것 같아요.” 


-작년부터는 팀을 구성했다고. 


“2010년부터 크리에이터로 활동했는데, 혼자 채널을 운영하는 데 한계를 느꼈습니다. 주로 짧은 뮤지컬 영상을 올리는 만큼 노래 작업부터 할 일이 많아 24시간이 부족했어요. 왜 이신혁은 한 명일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밴드처럼 분야가 겹치지 않게 전문적인 팀을 꾸려보자 해서 연기, 디자인, 촬영으로 나눠 티키틱이라는 팀을 꾸렸습니다.” 

티키틱 멤버인 추추, 세진, 신혁, 은택

출처온웨이즈 제공

-티키틱의 뜻이 궁금하다.


“이전까지는 제 이름의 이니셜을 따서 ‘프로젝트 SH’로 활동했습니다. 팀을 꾸리면서 그대로 할지, 이름을 바꿀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저희가 만드는 영상 대부분이 일상생활 속에서 시작합니다. 하이 스쿨 잼도 그렇고 현재도 수업 시간에 딴짓하는 대학생이나 편의점 알바 이야기 등 일상 관련 영상을 많이 만들고 있어요. 일상에서 자주 듣는 볼펜을 누르는 소리에서 따 와서 티키틱이란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영상 속 음악도 직접 작곡 


-팀을 꾸리고 처음 올린 영상이 조회수 800만이 넘을 정도로 대박이 났다. 


“‘오늘부터 지각 변명은 이렇게... "제가 왜 늦었냐면요"’란 영상인데요. 지각하고 나서 버스를 놓쳤다거나 늦잠을 잤다고 할 때가 많은데 흔한 이유가 아니라 한 번도 해본 적 없을 것 같은 변명을 해보자는 아이디어였어요. 버스에서 누가 총을 쏘고, 눈앞에 동물원에서 탈출한 코끼리가 나타난 거죠.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구상해서 영상을 찍었습니다. 영상을 올리기 전까지 잘 될지 불안했는데 조회수가 잘 나와 신기하고 애착이 많이 가는 콘텐츠에요.”

조회수 800만이 넘은 "제가 왜 늦었냐면요" 영상 일부와 촬영 당시 모습

출처유튜브 '티키틱 TIKITIK' 캡처·온웨이즈 제공

-영상 속 음악도 직접 작곡한다고.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7살 때 잠깐 피아노학원에 다녔던 게 전부예요. 하지만 영상을 좋아하기 전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뮤지컬 형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영상과 음악을 둘 다 할 수 있으니까요. 부족하지만 계속 작업을 하다 보니까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 콘텐츠 제작 과정은.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스토리를 짜면 그다음부터 시나리오와 음악 작업을 시작해요. 해당 스토리에 어울릴 만한 배경 음악을 만들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다시 음악을 시나리오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의 반복이죠. 이후에는 촬영과 편집 등 다른 채널과 비슷합니다.”

평소 촬영 과정

출처온웨이즈 제공

◇장기적으로는 유튜브 벗어나서도 창작하고파


-영상을 업으로 하는 직업 중 어떻게 보면 가장 불안정한 크리에이터를 선택한 이유는. 


“방송국이나 CF·뮤직비디오 촬영 등 영상 관련 직업에 관심이 있어 한 번씩 경험을 해봤어요. 공연을 기획해보기도 했고,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다 좋았는데 뭔가 하나씩 아쉬웠습니다.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어요.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직업이 크리에이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만족하고 있어요.” 


-채널 수익도 궁금하다. 


“매달 편차가 큰 편이지만, 만족할 만큼은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처음 멤버들을 모으면서 대기업 다니는 또래 친구들만큼 벌어보자고 했는데, 그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모든 영상이 다 애착이 가고, 상황이나 기분에 맞게 그때그때 좋아하는 영상이 바뀌는데요. 지금은 굳이 고르자면 ‘후회의 노래’가 기억에 남습니다. 영상 분위기가 귀엽고, 화면을 반으로 나눠 성적을 받은 후에 공부하지 않은 과거의 나에게, 술 마신 다음 날 술 마시러 나가는 나에게 후회하는 말을 전하는 데 편집이 좋았던 것 같아요.”

후회의 노래 영상 일부와 카페에서 촬영하고 있는 모습

출처유튜브 '티키틱 TIKITIK' 캡처·온웨이즈 제공

-목표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즐겁게 창작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금은 유튜브 플랫폼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지만, 전문성 높아지면 온라인을 벗어나서도 창작해보고 싶어요. 사실 저희가 하고 싶은 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지 꼭 영상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공연이나 행사처럼 여러 방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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