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100명도 채 없는, 초봉 4000만원대 직업



국내에 종사자가 딱 86명만 존재하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말편자를 만드는 전문 기술직, ‘장제사(裝蹄師)’다.

 

세간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봉을 잘 받는 직업군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과거 김미숙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이 분석한 ‘면허형 국가자격 특성과 보수교육 실태’ 자료에선, 148개 국가자격증 중 월 400만원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10개 정도뿐이라 했다. 장제사 자격증도 그중 하나였다. 자료에 나온 장제사 평균 월급은 425만5000원이었다. 


신입 장제사 연봉은 4000만원 정도며, 업계 최고 수준 실력자들은 연봉이 억대까지 이른다. 물론 20년 이상 경력을 쌓아, 말 걷는 모습이나 바닥 차는 소리만으로도 부상 여부를 파악해내는 경지에 이르러야 그 정도 벌이를 꿈꿀 수 있긴 하다.

 

그렇다면 장제사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장제사 단체인 ‘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 김동수 회장에게 물었다.

 

-장제사 입문 교육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

 

기본은 도제식이다. 현역 장제사 밑에 들어가 몸으로 부딪히며 일을 배운다. 외국에선 4년제 대학에 장제사 과정을 갖춘 곳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말 두수가 적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편자를 박는 말은 2만8000두 정도다. 경주마는 30~35일에 한 번, 단순 승용마는 45~50일에 한 번 정도 편자를 간다. 종합적으로는 말편자를 가는 건수가 전국 통틀어 1달에 1500회 정도 발생한다. 

 

이처럼 시장이 좁으니 대학에 학과까지 만들어 매년 장제사를 배출하는 건 부담스럽다. 아직은 한국농수산대 말산업학과에서 말 관련 산업 중 일부로 다루는 정도다. 도제 방식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인마다 편차가 있지만, 도제 기간은 보통 2년 정도다.

신상경 장제사(왼쪽)가 장원 장제사의 편자 수정을 지도하고 있다.



-그럼 도제 과정이 끝나면 바로 장제사로 활동할 수 있나?

 

아니다. 자격증을 따로 따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하는 말 산업 관련 국가 자격시험이 있다. 그중 장제사 부문에 응시하면 된다. 2018년도는 이미 접수가 끝났다. 시험은 매년 한 번 있으며, 올해가 7회째였다.

 

도제라는 게 국가 공인 과정은 아니니, 장제사 밑에서 배운 경력이 없더라도 시험에 도전할 수는 있다. 한국마사회에도 자격증 대비반 6개월 과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장제업은 현장 경험과 실전적 전수가 굉장히 중요한 분야다. 설령 장제사 자격증을 따더라도, 실무 경험이 없다면 할 수 있는 게 드물다. 도제 과정은 거의 필수라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외국 대학에 가더라도 정규 과정에 도제 일정은 담겨 있다. 나 역시 영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데, 현지에서 이론 교육과 도제식 학습을 모두 거쳤다.

 

-장제사는 어떤 학문 교육을 받는가?

 

편자가 쇠붙이니 야금학(冶金學·제련과 합금 등 금속 다루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을 알아야 하고, 말 관련 수의학적 지식도 깊이 꿰야 한다. ‘장제기술이론’이라는 총론적 학문 외에도, 말 관리 방법인 ‘마필사양관리’나 말 관련 해부생리학 등도 공부할 필요가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말 관련 법률 조항도 배워야 한다.



김동수 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장이 말발굽에 편자를 대보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장제는 손톱에 네일아트 하는 정도와 비슷해, 말에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말을 수의학적으로 깊이 이해하는 건 필수다. 유명 신발 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사람 몸을 면밀히 배우고 연구해, 건강을 해치지 않고 자세를 바르게 잡아주는 명품을 만든다. 편자 끼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1군에서 뛰는 경주마는 한 마리에 1억 정도씩 하며,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는 정도면 10억~20억까지 간다. 올림픽 출전마는 몸값이 50억~60억대에 육박한다. 얕은 지식으로 다룰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정말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취미나 투잡으로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전업 아니면 어렵다.

 

-다른 직업군과 비교될만한 장제사의 특징은?

 

사무실이 없다. 차량에 장제 장비를 모조리 실어 두고 말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자영업 계통이지만 사무실 월세 나갈 일이 없다. 쇠를 두드려야 하니 힘이 많이 필요해, 근력 없는 사람은 도전이 어려울 수도 있다. 



김동수 한국말발굽기술자협회장이 편자를 두들기고 있다.



근무는 다소 불규칙한 편이다. 우리는 말 주인, 즉 마주와 관계가 중요하다. 마주가 원한다면 휴일에도 일해야 한다. 정해두고 쉬긴 어렵다. 빈도로 치면 일주일에 5~6일 정도 일하는 편이다. 나는 일이 좀 많아 6일 채우는 때가 흔하지만, 주에 5일만 활동하는 장제사도 드물진 않다.

 

-장제 산업의 장래는 어떻게 보는가?

 

말발굽은 손톱과 같아서, 관리하지 않으면 길어져 걸음걸이가 이상해진다. 더군다나 지나치게 길어진 사람 손발톱과 마찬가지로 깨지기도 쉬워진다. 그러니 말이 존재하는 한, 장제사 직업이 사라질 일은 없다. 정년이 있는 것도 아니니 직업 안정성은 꽤 좋은 편이라 말할 수 있다.

 

다만 솔직히 요즘엔 업계가 좀 어렵다. 정유라 사건 여파로 대기업들이 말 쪽에 하던 투자를 많이 끊었다. 자연히 우리를 찾는 일도 줄었다. 하지만 그전까진 말 두수가 꾸준히 늘던 상황이었다. 이 위기를 잘 넘기면, 정유라 사건 전까지의 상승 추세가 다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글 CCBB 에디터 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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