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할 때 아무도 없었어요”…억대 매출 꽃 만든 사연




순수익 2억 이상 버는 조명숙씨

한 송이에 2m 넘는 초대형 꽃 제작

문방구 경영난에 수면제 먹기도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벽화를 그릴 때 친구가 물었대요.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진 곳까지 열심히 그려봤자 누가 아냐고요. 그랬더니 미켈란젤로는 자기가 안다고 했대요. 저도 제가 한 작업에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해요. 꽃은 내 인생이고 자존심이니까요. 돈 쓴 게 아깝지 않게 만들고 싶어요.”


조명숙(61세) 씨는 일 년에 8000개 이상의 초대형 꽃을 만든다. 가정집 하나에 꽃 몇 개를 달러가면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꽃 위치를 바꿔준다. 놀이동산에 들어가는 수 백 개의 꽃을 도색할 때 안 보이는 곳까지 페인트로 마무리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초대형 꽃을 작업한다는 조 씨의 연 매출은 3억 이상이다.



조명숙 씨/ 조명숙 씨 제공.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행사장이나 놀이동산 등에 장식으로 들어가는 대형 꽃이나 리본을 만든다.


-장식용 꽃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2002년도부터 2012년까지 문방구를 했다. 문방구를 하면서 선물이나 꽃 포장할 일이 많았다. 중고등학생들이 이성 친구에게 빼빼로 선물을 줄 때 비닐 포장에 나비 장식을 붙여주니까 반응이 좋았다. 코사지(Corsage·가슴이나 어깨에 다는 작은 꽃다발)도 같이 했는데 포장이나 코사지는 얼마나 예쁘게 하느냐에 따라서 부르는 게 값이더라.

어느 날 코사지를 사가는 사람이 무슨 문방구에서 이런 일을 하냐며 무시했다. 형편상 고등학교까지만 다녔다. 그 말이 꼭 내가 고등학교만 나와 자격이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때부터 나를 증명하기 위해 자격증을 땄다. 포장 자격증부터 꽃꽂이 자격증, 웨딩 코사지 자격증 등 닥치는 대로 자격증 9개를 땄다. 그렇게 배우다보니 예쁜 꽃 장식을 만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처음엔 작은 꽃을 만들었다. 어느날 고등학생이 100송이 장미를 포장해달라고 했다. 100송이 장미는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얼마 받지 못했다. 그래서 좀 더 빨리 만들 수 있는 큰 꽃을 제안했다. 반응이 좋아서 부업으로 계속 작은 꽃과 대형 꽃 만들기를 병행했다. 2007년부터 대형 꽃이 잘 나가면서 작은 꽃은 만들지 않고 있다.



초창기에 만들던 꽃 / 조명숙씨 제공.


-문방구 장사가 힘들었다던데.
꽃을 만들면서도 문방구는 계속 했다. 중간에 대형마트가 생기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준비물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힘들어졌다. 문방구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했다고.
문방구가 힘드니까 낮에는 문방구에서 꽃을 만들고 밤에는 핸드폰 가게에서 일을 했다. 내가 대학교를 가지 못해서 아이들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다. 아이들이 예체능을 전공했는데 돈이 많이 나가더라. 학비를 대느라 돈을 조금씩 빌렸다. 밤낮으로 일하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눈 깜짝할 새에 빚이 1억 넘게 늘어나더라.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수면제까지 먹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꽃으로 꼭 성공하고 싶었다. 2005년부터 문구점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면서 사탕 부케나 꽃을 만들어 팔았다.

-어떻게 꽃 만들기로 전업했나.
2008년에 미니홈피를 시작으로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개설해 꽃 사진을 꾸준히 올렸다. 입소문이 나 주문을 받을 수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에도 꽃 사진을 올리니 대학교 학생회 같은 곳에 사탕부케나 종이꽃, 리본 코사지 등을 납품할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꽃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 길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에바폼 꽃을 만드는 과정 / 조명숙 씨 제공.


-종이꽃에서 에바폼꽃으로 넘어간 이유는.

지방 행사에 대형 꽃을 설치하러 간 적이 있다. 행사 전날 내려가 새벽 4시까지 꽃을 만들고 현장에 뒀다. 당시 종이로만 꽃을 만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비가 와서 종이꽃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말라도 원상복구할 수 없었다.


해결 방법을 찾다가 종이 대신 에바폼을 쓰게 됐다. 에바폼은 고무와 수지를 결합한 합성수지다. 탄성이 좋아 신발에 많이 쓰인다. 이 에바폼으로 꽃을 만들면 비에 젖지 않고 구기거나 눌러도 원상복구가 된다. 이후로 계속 에바폼으로 대형 꽃을 만든다.


-에바폼 꽃을 만드는 곳이 또 있나.

회사에 납품하는 것처럼 판매 위주로 하는 사람은 10명 정도 있다. 개인적으로 만들어 파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30~40명 정도지 않을까 한다.



아이유 콘서트에 들어갈 리본을 만드는 조명숙 씨 / 조명숙 씨 제공.


-꽃을 주로 어디서 주문하나.

주로 회사에서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포토존이나 백화점 명품샵, 각종 축제, 동물원, 놀이공원 등에 꽃을 납품한다. 이런 데 들어가는 꽃은 멀리서도 잘 보이는 큰 꽃이 필요하다. 아이유, 트와이스, 워너원 등 연예인 쪽에도 장식용 리본이나 꽃을 납품한다.


-주문은 얼마나 받나.

한 달에 20~50건 받는다.



아이유 2016 콘서트 때 사용한 대형 리본 / Tistory '지누' 제공.


-근무시간은 어떤가.

오전 10시에 나와서 새벽 2시에 들어간다. 작업량이 많으면 새벽 5시에 들어간다.


-얼마나 버나.

대략 1년에 3억 정도 매출이 나오면 2억 이상을 번다. 하지만 수작업이다 보니 어떤 주문을 받고 작업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같진 않다. 기본적으로 원단값에 작업에 소요된 시간을 감안해 금액을 받는다. 종이꽃은 지름 10cm당 1만원을 받고 에바폼꽃은 지름10cm당 1만2000원을 받는다. 꽃은 꽃 모양이나 꽃잎 숫자에 따라 다르다. 꽃잎 5장이 들어간 꽃과 12장이 들어간 꽃은 가격이 다르다. 종이꽃은 웨이브를 준 것과 아닌 것이 차이가 있다. 지름이 1m를 넘으면 원단값이 2배 이상이 든다. 원단이 두꺼워져서 가위질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 보통 지름 1m 꽃은 15만원을 받고 2m 이상은 20만원 정도 받는다.



외벽 꽃 작업 / 조명숙 씨 제공.


웨딩홀에 꽃 작업을 할 때는 꽃을 다는 벽 면적을 기준으로 1m당 40만~80만원을 받는다. 한 웨딩홀에 250개부터 많게는 1000개까지 들어간다. 벽면을 빡빡하게 채우면 많은 꽃이 필요해서 1m당 받는 금액이 올라간다.


놀이동산 같은 곳에도 계절별로 축제를 기획할 때 대형꽃을 만든다. 꽃 하나당 계산하지 않고 그쪽에서 예산과 꽃 구성을 말하면 금액에 맞게 꽃을 만든다. 한 번에 30~40개를 만들 때도 있고 100~200개를 만들 때도 있다.



놀이동산에 설치한 대형 꽃 / 조명숙 씨 제공.


-앞으로의 계획은.

올 여름이나 가을쯤에 꽃 제작을 배울 수 있게 수강생 모집을 할 예정이다. 결혼한 여자들이 살림만 하면서 돈을 벌지 못해 우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경력 단절 여성에게 탈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CCBB 우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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