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공모전 수상 13회, 상금 1천만원···결국 만든 물건은?

“우리나라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세계 3위입니다. 그런데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해 섬유, 포장 용기를 만듭니다. 국내 폐플라스틱은 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1회용 컵을 제대로 재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각종 창업 공모전에서 상을 13개나 휩쓸었다.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상금도 받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 창업을 하고 보니 현실은 냉정했다. 창업 첫해인 2019년엔 한달에 100만원도 벌지 못했다. 창업멤버가 3명이니 1인당 40만원도 벌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2020년엔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다. 투자도 받았다. 올해 플라스틱 컵 1000만개를 수거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노버스 장진혁(26) 대표를 만났다. 

이노버스 장진혁 대표

출처이노버스 제공

- 이노버스는 어떤 회사인지


“이노버스는 도시 환경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는 벤처기업입니다. 도시 환경 문제의 주원인은 일회용 컵입니다. 일회용컵 재활용률은 5%도 안됩니다. 사람들이 먹다 남은 내용물을 그대로 남긴 채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깨끗이 씻어서 버리고, 일회용 컵 선별을 잘한다면 도시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깨끗이 씻고 분리해서 버리기가 힘듭니다. 또 바쁘게 돌아가는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재질을 구분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노버스는 이 같은 일회용 컵 문제를 ‘쓰샘’으로 해결하여 여러 기관 및 기업과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경영)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쓰샘'은 무엇인지

쓰샘 ver.4 pro

출처이노버스 제공

“쓰샘은 완벽하게 분리배출을 할 수 있는 플라스틱 컵 수거함입니다. 먼저 먹다 남은 내용물을 버리고, 빨대나 뚜껑같은 부속품을 버립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컵을 거꾸로 뒤집어서 눌러줍니다. 그러면 물이 나와 컵 내부를 세척합니다. 마지막으로 깨끗해진 컵을 버리는거죠.


쓰샘 안에 플라스틱 컵을 최대 800개 모을 수 있습니다. 기존 쓰레기통보다 5배 많은 수거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 쓰샘에 컵이 가득 차면 비워주는 작업을 해야합니다. 이 때 어디 있는 쓰샘이 가득 찼다고 자동으로 청소담당자에게 알림이 갑니다. 플라스틱 컵과 잔여물 함이 얼마나 찼는지 파악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또 플라스틱 컵마다 재질이 다릅니다. 90%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재질이고, 나머지가 폴리프로필렌(PP·Polypropylene)·폴리에틸렌(PE·Polyethylene)같은 재질입니다. 서로 다른 재질이 섞이면 재활용을 할 수 없습니다. 재질이 육안으로는 구별이 안돼요. 하지만 쓰샘은 재질을 분류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 기능으로 순수 100%의 PET 재질 플라스틱만 골라냅니다. 그 플라스틱 컵은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 됩니다.”


-'쓰샘'의 이름 뜻은

컵을 뒤집어 세척

출처이노버스 제공

“쓰샘은 환경부 분리배출 4대 원칙(비운다·헹군다·분리한다·섞지 않는다)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입니다. 쓰샘을 사용하면서 올바른 분리배출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쓰레기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길어서 줄임말인 ‘쓰샘’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장진혁 선생님’을 ‘장쌤’이라고 부르는 것 처럼요. 또 쓰샘이 ‘써봐라’라는 이중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창업을 생각했는지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곧 쓰레기 천국이 될 것이라는 말을 2018년 환경의 날(6월5일) 행사에서 환경학자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예전부터 꾸준히 발생하는 문젠데, 왜 아직까지 해결을 못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환경문제의 작은 부분이라도 해결해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친한 친구 2명을 모아 인천대학교 창업동아리를 시작했습니다. 2019년도에 각종 공모전을 참가했는데, 나가는 공모전마다 상을 받았습니다. 쓰샘으로 받은 상장만 13개정도 있고, 상금도 1000만원 이상 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창업을 했습니다."


- '쓰샘'을 개발한 계기는


“시험기간 대학도서관에서 제대로 버려지지 않는 일회용 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보통 재활용을 안하는 학생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시험기간에 커피를 버리다 보니 애초에 집 밖에서는 제대로 분리 배출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고 쓰샘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일회용 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일회용 컵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환경보호라는 명목 하에 일회용 컵을 쓰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노버스는 일회용품을 자원으로 되돌리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쓰샘을 개발했습니다. 사람들이 제대로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죠. 플라스틱 컵을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한다면 1개당 23g의 탄소발자국(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만드는 온실기체의 총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개발 이후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었는지

서울시청에서 쓰샘 테스트

출처이노버스 제공

“2020년에 서울시청, 제주도, 인천대학교 등에서 테스트를 했습니다. 15대의 쓰샘으로 3달간 총 1200개의 플라스틱 컵을 수거했고 세척률은 76%였습니다. 실험으로 안 사실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리배출에 대한 시민의식이 높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쉽고 올바르게 분리 배출할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진다면 분리배출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창업 후 제일 생각나는 경험은


"아찔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출신 학교인 인천대학교에 처음으로 쓰샘을 납품했습니다. 하지만 경험 없는 대학생들이 제품을 문제 없이 만들어서 납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 어려움을 잘 몰랐던거죠. 이틀동안 인천대 도서관에서 밤샘 작업을 하며 납품했습니다. 알고보니 몇 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 때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빨리 쓰샘을 조립하고 설치했던 경험이 가장 생각납니다."


-현재 무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지


“2월 초 선보인 ‘쓰샘 ver.4 pro’로 플라스틱 컵을 수거해 실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 실을 이불이나 베개로 만들어, 독거노인에게 기부하려 합니다. 이불이 필요한 겨울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순도 100%의 PET 플라스틱 컵으로 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컵을 잘게 자르고, 녹여서 원료로 만듭니다. 그리고 고온고압 상태에서 작은 실뭉치를 뽑아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플라스틱을 최소 3톤 이상 모아가야 공장이 실을 만드는 작업을 해 줍니다. 최소 수량을 맞추려면 1만개가 넘어가는 플라스틱 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열심히 모으는 중입니다.”


-회사 매출은


“2019년 매출은 1000만원 이하였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전년도 대비 12배 정도 늘었습니다. 2020년에 SK 이노베이션에서 1억원 투자 후원을 받았습니다.”


-투자후원을 받았을 때 어땠는지

쓰샘과 이노버스 팀원들

출처이노버스 제공

"한 해동안 매출이 1000만원 이하라는 소리는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벌었다는 소리입니다. 더구나 그 당시 직원이 3명이었습니다. 100만원도 안되는 돈을 3명이서 나눴으니, 40만원도 못벌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확신이 없었습니다. 과연 이 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투자후원 경쟁률은 50대 1정도였습니다. 그 중 생긴지 5년이 넘은 기업도 많았고, 매출이 억 단위인 기업도 많았습니다. 저희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부족했습니다. 확신도 없는 상태였고요. 포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안될 줄 알았습니다. 발표가 나올 때 저와 팀원 모두 제주도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결과를 보고 팀원들과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힘들 때 그 당시를 생각하며 버틴 적도 있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그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올해 목표는 플라스틱 컵 1000만 개를 쓰샘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입니다. 또 폐플라스틱으로 생긴 여러 문제를 다양한 활동을 하며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이불을 만들어 독거노인에게 기부하는 활동 이외에도 여러 활동을 하려 합니다.”


글 시시비비 파라솔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