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서 ‘대리암’ 불러 대박난 이 교사의 새로운 도전


“나는 대리암 염산과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내며 녹는 대리암”

“2HCl 플러스 CaCO3, CaCl2 플러스 CO2 플러스 H2O다”


놀랍게도 이 두 문장은 노래 가사다. 염산을 부으면 보글보글 거품을 일으키며 녹는 대리암(대리석)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노래다. 제목 마저 ‘대리암’인 이 노래는 2019년 JTBC 밴드 오디션 ‘슈퍼밴드’에 출연한 당시 고등학교 교사 안성진(31)이 만든 음악이다.



슈퍼밴드를 통해 유명해진 노래 ‘대리암’을 만든 안성진 당시 경인고등학교 교사의 인터뷰. 대리암이 염산과 반응하면 이산화탄소를 내며 녹는다는 수능 기출문제를 가사에 녹여냈다.

출처JTBC ‘슈퍼밴드’ 방송 영상 캡처

이 곡은 수능 기출문제인 대리암과 염산의 화학반응을 가사에 담은 교육적인(?) 노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수능금지곡’으로 불렸다. 멜로디와 가사가 너무 머릿속에서 맴돌아 수능 때 집중을 방해할 수 있다는, 그야말로 중독적인 노래라는 뜻이었다.


슈퍼밴드 경연을 통해 선보인 ‘F=ma’ 무대

출처JTBC ‘슈퍼밴드’ 방송 영상 캡처

대리암과 함께 ‘F=ma’라는 노래(이 노래의 가사도 정말 과학적(?)이다. ‘질량이 있는 난 따른다 관성법칙. 가속은 곧 힘, 힘은 곧 가속도 되니. F=ma 다 Mass와 acceleration’)를 널리 알려 수능을 앞둔 고교생들의 머릿속에 가속도의 법칙을 각인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대리암과 F=ma의 유튜브 조회수는 총 350만회를 기록했다.


그는 밴드 활동을 오래 해왔다. 하루 이틀만에 ‘뚝’ 떨어진 오디션 스타는 아닌 셈이다. 개러지 펑크락 밴드 ‘더 바이퍼스’와 슈퍼밴드에서 함께 공연한 이들과 만든 ‘닥터스’라는 프로젝트 밴드에 몸 담고 있다. 이렇게 학교와 밴드 활동을 병행하던 그에게서 올 초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학교를 떠나 EBSi와 이투스 강사로 새 출발한다는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라인 수업에 크로마키, 애니메이션을?…”이투스 스카우트 제의 받아”


왼쪽부터 EBSi 강의 모습. 이 영상에도 그는 움직이는 그림을 넣어 시각적 효과를 높였다. 이투스에 소개된 안성진 강사

출처안성진 인스타그램, 이투스 캡처

-교육방송 EBSi와 온·오프라인 입시 전문기업 ‘이투스’로 옮긴 이유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EBSi 강사는 지원해 합격했고, 이투스에서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어요. 제 목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이었기에 학교라는 공간보다는 조금 더 영향력이 큰 곳에서 강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업 이외 다른 활동들을 병행해야 하는 교사와는 달리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수업 연구에만 매진해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어요. 다만 인생에 있어 큰 전환을 맞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어요.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는 것도 두렵기도 했고요. 한 번 큰 도전을 해보고 싶어 이직을 결정했어요.”


온라인 수업에 크로마키 기법을 동원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출처안성진 유튜브 채널 ‘God of Earth Science’ 캡처

그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경인고등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일했다. 그의 수업은 인기가 많았다.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일도 있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온라인으로 교실을 옮긴 이후부터는 색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투스와 안성진 강사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수강 후기들

출처이투스, 안성진 인스타그램 캡처

온라인 수업에 그는 크로마키,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 기법을 동원했다. 시각적인 효과를 넣으면 학습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응도 좋았다. 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수업 영상에는 “수업이 아니라 지구과학 다큐 같아요. 퀄리티 무엇...”, “쌤 저 수능과목 지과로 돌릴래요. 세상 재밌는 과목 됨”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는 온라인 수업 이후 이투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온라인 강의 모습

출처안성진 유튜브 채널 ‘God of Earth Science’ 캡처

-수업 영상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아요.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 같아요. 경인고 학생들 이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이 영상으로 공부를 했다더라고요.


“강의 하나를 제작하는데 준비 시간까지 포함하면 꼬박 하루가 걸리기도 해요. 교과서와 EBS 연계 교재, 수능 및 모의고사 기출 문제, 지난해 제가 가르쳤던 자료들을 모아 정리하고 PPT와 프린트물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요. 자료를 만들었다면 크로마키 천과 카메라를 설치하고, 화면에 칠판 이미지를 합성하는 등 몇 가지 과정을 거쳐 만들어요. 필요할 경우 자막이나 보조적인 시각적 효과를 추가하고요. 학생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려면 유튜브에 업로드해 링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올리는 김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전체 공개로 올렸어요. 실제 많은 학생들이 보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댓글을 남겨줘 큰 보람을 느꼈어요.”


경인고에서 그는 방송부 담당 교사로 활동했다. 방송실에서의 모습

출처안성진 유튜브 채널 ‘Dr.Mamba STUDIO’ 화면 캡처

-수업에 활용한 영상 기법들은 어떤 계기로 배우신 걸까요?


“음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상물을 많이 접하게 됐고, 관심도 가지고 있었어요. 편집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요. 카메라를 구입한 뒤에는 공부를 좀 더 해서 영상 제작 능력을 키웠어요. 대학 시절부터 무대 음향 시설을 다뤘기 때문에 음향 장비는 이미 전문가 수준으로 다룰 수 있었어요. 음향과 영상을 모두 공부하고 보니 자연스럽게 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송에 관심이 생겼고 학교 방송부 교사로 지원해 활동하기도 했어요.”


◇‘우주대백과’ 선물 받고 우주에 관심, 우주사랑이 직업으로 이어져


왼쪽부터 안성진 강사의 일곱살 때 모습, 그가 온라인 수업을 위해 직접 만든 오프닝 화면

출처안성진 유튜브 채널 ‘God of Earth Science’ 캡처

-선생님이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곱 살 생일 때 어머니께 ‘우주대백과’라는 책을 선물 받고 우주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이때부터 이어진 우주사랑으로 우주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면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 교사를 생각했고 임용고시에 합격해 지구과학을 가르치게 됐죠.”


왼쪽부터 경인고 재직 시절 학생들과 찍은 사진, 방송부 학생들이 만들어준 퇴임 선물

출처안성진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캡처

-학생들을 가르치며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교직생활 5년 중 초임부터 4년 내내 연속으로 담임을 맡았어요. 고 2, 3학년 담임을 번갈아 가며 했어요. 기억에 남는 일은 너무 많아요. 큰 사고를 쳐 재판을 받게 된 학생을 상담한 일, 학생들이 저를 위해 준비해준 여러 이벤트들, 졸업하고 성인이 돼 찾아온 제자들과 술을 마시며 즐겁게 대회를 나눈 일, 늦게까지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준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일 등등이요.”


안성진 강사는 온라인 수업에서 자신의 수능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해주기도 했다.

출처안성진 유튜브 채널 ‘God of Earth Science’ 캡처

-수능을 망쳤다가 재수를 해서 한국교원대학교에 수석 입학했는데 어떻게 공부했나요?


“사실 재수 전까지는 공부를 했다고 보기 힘들어요. 재수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좋아하던 음악도 1년 간은 하지 않았어요. 항상 공부를 하면서 내용의 본질에 대해 생각했고, 더 나아가 과목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려고 노력했어요. 매일 과목 당 한 가지 이상 무언가를 깨닫는데 집중했어요. 목표치를 세우고 달성하려고 최선을 다했고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하루 종일 잠만 잤던 때도 있고, 목표한 바를 채우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는 하지 않았어요. 참 이상하게도 성적은 공부한 만큼에 비례해 오르지 않고 마치 가우스 함수처럼 어느 날 팍 올라요. 어떻게 공부하든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누구나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들 가르치며 동시에 슈퍼밴드 출연…”좋은 멤버들 만나 프로젝트 밴드 꾸려”


왼쪽부터 더 바이퍼스 오프라인 공연, 온라인 공연 모습

출처왼쪽부터 안성진 인스타그램, 안성진 유튜브 채널 ‘Dr.Mamba STUDIO’ 화면 캡처

-슈퍼밴드 오디션 참여 배경이 궁금합니다.


프로그램 작가님을 통해 오디션 제안이 들어와 고민하다가 더 바이퍼스라는 밴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싶어 밴드원들과 함께 참가했어요. 큰 규모의 프로그램인 줄 몰랐는데 막상 사전 예선을 치르고 최종 예선에 올라가니 정신이 퍼뜩 들더라고요. 밴드에선 저 혼자만 본선에 진출했고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어요.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제가 더 바이퍼스라는 밴드 말고 또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출연 당시 일과 방송, 밴드 연습을 병행했어요. 무척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학생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단연코 살면서 가장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였어요.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또 하게 되잖아요? 방송도 결과물이 잘 나와야 하니 최선을 다하고, 또 학교에 소홀해지면 안 되니 열심히 하고, 또 잘 때는 자는데 집중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해내게 되더라고요. 학생들은 절 보면 ‘방송 잘 봤다’며 대리암을 따라 부르기도 했는데 제가 너무 부끄러워하니까 재미없었는지 금방 그만두더라고요. 제가 원래 준비되지 않은 리액션을 잘 못해서 장난을 치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학생들이 가고 나서야 ‘아, 이렇게 리액션했어야 하는데’하는 타입이라 재미가 없었을 거예요.”


슈퍼밴드 경연에 함께한 닥터스 멤버들, 지금은 건반을 담당하는 김규목과 함께 닥터스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왼쪽부터 JTBC '슈퍼밴드' 방송화면 캡처, 안성진 인스타그램 캡처

-슈퍼밴드에서 함께 경연에 참여할 멤버들을 잘 만났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미치광이 과학자)’ 콘셉트도 정말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멤버들과 연습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 ‘가창력이나 연주력만으로 승부를 봐서는 승산이 없다. 내가 자신 있는 작·편곡 및 연출로 승부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드 사이언티스트 콘셉트로 과학을 소재로 하지만 음악은 락이나 디스코 같은 세련된 음악을 하는 팀을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여기에 맞춰 멤버들을 뽑았어요. 이때 대리암 공연을 했죠. 슈퍼밴드를 하면서 이 멤버들과 작업한 곡들이 너무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아 프로그램 이후 다시 모여 프로젝트성으로 활동을 이어 나가기로 했어요. 그렇게 결성된 밴드가 ‘닥터스’예요.”


슈퍼밴드에 출연해 대리암을 부르는 모습

출처JTBC ‘슈퍼밴드’ 방송화면 캡처

-대리암, F=ma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인기를 실감하셨나요?


“슈퍼밴드 프로그램 이후 부산락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기회가 있어 공연장을 찾았어요. 그때는 어디를 돌아다녀도 사람들이 다 저를 알아보고, 사진을 요청하셔서 락스타가 된 기분을 느꼈어요. 사실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이 곡들로 얻은 수익으로 음악 관련 장비들을 업그레이드했으니 개인적으로는 엄청 고마운 곡이죠.”


-교원대에서도 밴드를 했다고요.


“아주 어릴 때부터 홍대 클럽씬에서 밴드를 해야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시도하려고 했었는데 학교가 서울에서 제법 떨어진 청주에 있었고, 의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해 실현할 수 없었죠. 이렇게 된 거 최대한 학교에 있을 때 음악적 역량을 키우고 임용고시를 서울로 봐서 합격한 후 밴드를 꾸려야겠다고 계획했어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밴드부에 들어갔고 악기 연습 뿐 아니라 음악 이론, 녹음과 믹싱, 프로듀싱 과정을 공부하고 다양한 습작을 만들었어요. 자작곡으로 공연도 했어요. 이 시절이 제 음악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는데요, 많은 대회에 참가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셔 좌절한 채 편의점 앞에서 깡소주를 마신 적이 있어요. 이때 아르바이트생이 나와 위로를 해주더라고요. 이런 시절들을 거쳐 서울에 올라와 밴드를 결성했고 결국 홍대 클럽씬에 입성하는데 성공했어요.”


왼쪽부터 경인고 교사 시절 수업 준비를 하는 모습, 집에 설치된 방음부스에서 음악 작업을 하는 모습

출처안성진 유튜브 채널 ‘Dr.Mamba STUDIO’ 화면 캡처

-밴드 활동이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나요?


“둘 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가 만들어낸 무언가와 함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강약 및 템포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든가 무대 또는 강단에서 기본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점 등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요. 수업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는 거기에 집중하고, 수업 준비가 여유로워지면 음악에 집중도를 높여주는 식으로 하다 보니 병행도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정 시간이 부족하면 잠자는 시간을 줄였죠.”


-앞으로의 목표와 하고싶은 말.


“지속적으로 음악적 역량과 강의력을 키워 나가는 게 목표예요. 음악을 통해, 또 과학을 통해 우주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함께 공감하는 게 궁극적 목표이기는 하지만 이 목표 자체를 쫓기보다는 저 자신이 만족할 만한 능력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목표도 이뤄질 거라 생각하고요.


더 바이퍼스의 정규앨범을 올해 낼 수 있도록 현재 작업 중이고, 강의에 활용할 만한 콘텐츠도 계속 만들고 있어요. 내년에 이투스에서 수능 강의를 론칭하기 위해 교재연구 등도 진행 중이에요. EBSi 강의도 열심히 제작하고 있고요. 일단은 이 모든 것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게 제 올해의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께 열정의 아이콘으로 꾸준한 음악활동과 전문성, 실력을 갖춘 강사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