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발견하면 수천만원에서 억까지 벌어요


최근 경남 함양 덕양산 자락에서 100년이 넘은 천종산삼이 나왔다. 천종산삼은 자연에서 50년 이상 자란 산삼을 말한다. 사람 손을 거치지 않아 하늘이 내린 산삼이라고도 한다. 이 천종산삼은 약초를 캐는 60대 여성이 발견했다. 감정가는 약 2억7000만원. 뿌리 무게 68g, 뿌리 길이가 63cm에 달해 천종산삼 중에서도 초대형에 속한다. 정형범 한국전통심마니협회 회장은 “22년간 심마니로 활동하며 이런 산삼은 처음 봤다”고도 평가했다. 산삼 감정가가 억대를 기록하면서 산삼을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남 함양 덕유산 자락에서 나온 천종산삼

출처한국전통심마니협회 제공

◇산삼 최고 감정가는 3억5000만원


산삼은 뿌리와 뇌두(산삼 머리), 색상, 크기, 무게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값어치를 결정한다. 법적으로 정해진 가격 기준은 없다. 한국전통심마니협회는 천종산삼 감정가를 200년 전 조선 말기 인삼 가격을 기준으로 현재 금값의 20배로 정하고 있다. 당시에는 비료나 농약 없이 자연의 퇴비나 거름 등을 통해 인삼을 재배했다. 하지만 실제 가격이 감정가 그대로 거래되는 것은 아니다. 심마니와 구매를 원하는 사람이 가격을 협의해 거래하는 것이 보통이다. 협회가 감정한 산삼 중 최고가는 2008년 전남 화순군 모후산에서 발견된 130년산 천종산삼 4 뿌리다. 감정가 3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2002년 강원 평창에서 발견한 124년산 천종산삼은 경매에서 1억원에 팔렸다. 2004년엔 106년 묵은 산삼이 5700만원에 낙찰됐다.


산삼은 산이나 밭에서 재배하는 인삼의 원종이다. 조류나 멧돼지, 곰, 토끼 등 자연 동물들의 배변활동을 통해 파종돼 스스로 자란 삼을 말한다. 인삼은 산삼의 씨를 받아 인가 주변에서 재배한 인공 삼이다. 인삼이나 산삼의 종자를 뿌려 재배한 삼을 장뇌삼이라 한다. 뇌두가 길다는 뜻도 있다. 산양삼은 장뇌삼을 새롭게 부르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 중국산 장뇌삼을 국내산으로 표기하거나 병든 인삼을 옮겨 심어 장뇌삼으로 판매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장뇌삼 이미지가 많이 나빠졌다. 1998년 1kg당 317만2000원이던 장뇌삼 가격이 2012년 45만7000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산림청은 장뇌삼 이미지 개선을 위해 2012년부터 산양삼이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장뇌삼 나이를 나타내는 뇌두를 길게 하기 위해 인삼뿐 아니라 나무뿌리를 공업용 접착제로 붙여 가짜 장뇌삼을 판매한 사건이 벌어졌다

출처KBS 뉴스 영상 캡처

보통 산삼의 수명은 100년이다. 수명을 다해 본 뿌리가 썩어 없어지면 실뿌리가 다시 본 뿌리가 된다. 이를 반복하면서 생을 연장하는 것이다. 산삼은 폭우, 폭설 등 외부 환경이 나쁘거나 뿌리 상태에 따라 잎을 틔우지 않고 수년간 땅속에서 잠을 잘 수 있다. 싹이 1년에 한 번씩 나올 때마다 나이가 올라간다. 소나무의 나이테와 같다. 산삼보다 약성이 약한 인삼만 하더라도 한 번 수확하는 데 8년이 걸린다. 2년 동안 예정지를 비옥하게 하고 6년 동안 인삼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땅에 인삼을 다시 심으려면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삼이 땅의 양분을 모두 흡수한 탓이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심마니 찾아가기도


실제 산삼의 효능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지만 호전 사례는 있다. 백혈병, 파킨슨병, 혈액암 등에 걸린 환자가 완치된 사례도 여럿이다. 동의보감은 천종산삼을 원기를 북돋우고 면역력을 높여 기가 약한 사람을 치료하는 귀한 약재라고 기록했다. 남양주에서 활동하는 배용수 심마니는 고등학생이던 큰딸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심마니길에 접어들었다. “병원에서 산삼이 딸의 병에 좋다는 말을 들었지만 구입하기엔 턱없이 비쌌다”며 “딸을 살려야겠다는 일념에 온 산을 누볐다”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 달간 산을 누빈 끝에 그는 작은 산삼 한 뿌리를 캤다. 큰딸에게 먹이자 등이 빨갛게 되면서 혈액순환이 되기 시작했다. 산삼을 먹은 딸은 병을 완치했다. 배용수 심마니가 산삼으로 살린 사람만 여럿이다. 43세에 파킨슨병이 온 조카도 산삼을 먹고 완치했다. 산삼에는 다량의 사포닌이 들어 있다. 사포닌은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다. 질병에 대한 자연치유력을 높여준다.


정주영 고 현대그룹 회장이 먹었다는 650년 된 1m30cm 짜리 산삼

출처조선DB,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렇다 보니 유명인들도 산삼을 찾는다. 대기업이나 고위 인사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과 삼성 이건희 회장도 산삼을 즐긴 것으로 유명하다. 정주영 회장은 직접 심마니를 찾아가 산삼을 구입한 일화가 알려지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은 650년 묵은 1m30cm 짜리 산삼을 보기 위해 7800만원을 냈다. 당시 1980년대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 34평형 분양가가 2000만원,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이 30만원대였다. 단순히 산삼을 보는 것만으로도 현찰을 보여줘야 한다. 산삼은 사람 손이 한 번씩 닿을 때마다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현장 구매해 산삼 한 뿌리를 3시간 30분 동안 먹고 갔다. 산삼은 한 번에 다 먹어야 약효가 나서 오랫동안 잘근잘근 씹어먹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산삼 구입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산삼을 캔 심마니 소식을 접하면 직원이 직접 심마니를 만나 산삼을 구입해 가는 식이다.


◇일반인이 3억원 천종산삼 발견하기도


심마니들은 산에 들어가기 전에 산삼을 캐낸 몫을 나누는 방법을 미리 정한다. 누가 산삼을 발견하든 골고루 나눠 갖는 ‘원앙메’ 방식과 먼저 발견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독메’ 방식을 택한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발견하면 큰소리로 ‘심봤다’라고 외치는 것은 자신이 캔 산삼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보통 독메 방식일 때 쓴다. 삼을 발견한 이가 ‘심봤다’를 3번 외치면 다른 이들은 그 자리에 모두 엎드려야 한다. 자신이 발견한 산삼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서다. 나머지 사람들은 표시한 자리를 제외하고 산삼을 찾아야 한다.


한 방송에서 일일 심마니 체험을 한 가수 딘딘

출처KBS 1박2일 영상 캡처

시간이 갈수록 전문 심마니 수는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산사람이라 부르는 심마니와 약초꾼은 특수직종으로 통했다. 하지만 심마니가 캔 산삼의 감정가나 가격이 공개되자 너도나도 산을 찾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재정위기 등 경기 불황으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향했다. 이렇다 보니 심마니들도 평생에 한 번 캐기 어려운 천종산삼을 일반인이 캐는 경우도 나왔다. 2018년 지리산 산행에 오른 등산객이 120년 된 천종산삼 세 뿌리를 우연히 발견했다. 모삼(어미 산삼)의 감정가는 무려 3억원이었다. 명절을 앞두고 벌초하던 40대 남성도 행운을 맞았다. 전남 백아산에서 조상 묘를 벌초하던 그는 1억원 상당의 천종산삼 12뿌리를 발견했다. 두 시간 가까이 45cm의 모삼과 15년 넘은 자삼(아들산삼)을 캐냈다.


글 시시비비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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