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걸린 댕댕이에 쩔쩔매던 이 사람, 농사지어 집밥 먹였다는데…

애니메이션 전공, 디자인업계 있다 귀농
반려견 아프자 농사지어 집밥 먹여
인근 농가와 협력해 반려견 먹거리 브랜드 차려

키우던 반려견 두두가 많이 아팠다. 강아지들에게 종종 발생하는 '파보 바이러스' 장염에 감염됐다. 시중에 판매되는 사료를 먹이면 설사와 구토를 반복하기 일쑤였다. 파보 장염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90%에 이른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다. 작은 농사를 지어 건강한 집밥을 만들어 먹였다. 반려견을 치료하는 건강 사료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황금변을 되찾은 두두와 반려견 집밥 브랜드 '메이에르' 전미화(34) 대표의 이야기다.


메이에르 전미화 대표와 반려견 두두.

출처메이에르 제공



반려견 두두.

출처인스타그램 @meilleur_mars 캡처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전 대표는 졸업 후 디자인 업계에서 일했다. 하지만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바쁜 서울살이에 지쳐갈 때 쯤 그녀에게 '귀농'이 눈에 들어왔다. 고향인 경기도 화성으로 돌아가 청년농부로 전향한 전 대표는 반려동물을 위한 농사를 직접 짓기 시작했다. 반려견 건강과 영양, 사료의 원재료에 대해 오랜 기간 공부했다. 영양가치가 부족한 육분 골분, 부산물, 찌꺼기 등 먹여서는 안되는 것들을 모아 고열처리 한 사료를 보고 많이 속상했다고 한다. 전 대표는 동업자인 친구와 함께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과 지역 농가에서 수매한 농산물을 이용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먹을 수록 건강해지는 반려견 집밥


메이에르(Meilleur)는 불어로 '가장 좋은 것'이라는 의미다. 가장 좋은 재료와 방법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우선시하겠다는 대표의 철학이 담겼다.


"메이에르는 새싹부터 식탁까지 ‘느린밭상'이라는 모토로 원재료 재배부터 반려동물 먹거리 생산까지를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화성시 농장에서 단호박과 쌀, 고구마 등을 직접 농사짓고 있습니다. 또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화성시 농부들의 농산물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이에르 제품 ‘그린밀’. 메이에르 제공

출처메이에르 제공

그린밀 사료 모습.

출처메이에르 제공

그린밀 원재료.

출처메이에르

메이에르에서 개발한 주력 제품 '그린밀'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사료와 모양이 다르다. 7mm~12mm크기로 길쭉하다.


“그린밀은 고온 압착을 통한 익스투르트 방식의 일반사료와 달리 저온에서 12시간 동안 에어드라이 공법으로 만들어 영양 손실을 막고 ‘바삭’한 식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주요 단백질원인 육류는 모두 무항생제 인증받은 고기만 사용합니다. 이외에도 메이에르 농장과 화성 지역 농장에서 자란 단호박, 당근, 밀웜, 아로니아와 남해안 다시마 등이 들어있습니다. 코코넛처럼 해외 수입 제품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만 사용합니다. 합성비타민, 첨가제가 없어 전성분 내용을 보면 소비자가 다 알 수 있는 재료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이에르 미미쿠키

출처메이에르 홈페이지

메이에르 팝팝라이스.

출처메이에르 홈페이지

“‘미미쿠키’는 메이에르 농장에서 수확 한 단호박과 직접 만든 수제 땅콩버터로 만든 반려견 쿠키 입니다. 밀가루 0%로 만든 쿠키로 글루텐 알레르기를 방지하며 콩과인 땅콩으로 설탕, 소금 없이 직접 만든 땅콩버터를 넣어서 비타민과 단백질을 제공합니다. 간식이지만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것이죠. 팝팝라이스는 화성쌀과 고구마, 화성밀웜으로 만든 반려견 뻥튀기입니다. 일반 뻥튀기는 설탕, 소금 등이 들어가지만 팝팝라이스에는 없습니다. 이빨이 약한 반려견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화성 고구마, 단호박, 남해안 다시마, 전복 등… .들어가는 재료가 전부 고급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도 먹을 수 있을까.


“모든 제품의 원재료는 사람이 먹는 원재료 농장에서 수확한 것과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어서 사람도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금, 설탕 등이 없어 맛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팝팝라이스는 종종 고객 분들께서 먹어보시곤 너무 맛있다며 본인들이 먹고 싶다는 후기들이 있었습니다.”


2018년 시작된 메이에르 매출 1위 제품은 그린밀이다.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매달 그린밀을 주문하는 단골 고객이 늘어나면서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월 매출은 1000만원 수준이다.


“온라인으로 확장하면서 제품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매월 구매하시는 고객들은 현재 50명 정도입니다. 저희는 대량으로 생산해 팔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생산 규모가 작고, 주문 들어오면 그때 만드는 시스템이다보니 현재 생산할 수 있는 라인에서 목표 고객 수는 70~100명 정도입니다.”


메이에르는 재구매율이 높다고 한다. 일단 제품을 접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희 제품을 찾으시는 분들은 알아볼 때까지 다 알아보고 오신 분들이 많아 제품 필요성을 느끼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나이가 있거나, 건강에 관심이 있는 고객분들은 구매 하기 전 상담을 진행합니다. 질병이 있어서 먹지 말아야 하는 재료와 사료 급여상황에 대한 것들을 상담하고 처방식을 먹이는 분들도 많습니다.”


고객들의 메이에르 제품 구매 후기.

출처메이에르 홈페이지

반려견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메이에르를 찾다보니 제품 후기도 남다르다.


“논문급의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식품영양학을 공부하신다는 한 고객은 저희 제품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상세하게 적어주셨습니다. 또 다른 분은 강아지가 신장질환을 앓아 저희 제품을 반년 정도 먹였는데 검사 결과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남겨주셨다. 이렇게 후기를 남겨주시는 분들 덕분에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고 코 끝이 찡할 때가 있습니다.”


◇농사도, 사업도 처음...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


농사도, 사업도 처음이었던 전 대표는 준비하던 모든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와 함께 사업을 구상 했습니다. 하지만 구상을 현실화 한다는 게 많이 막막했습니다. 어릴적 할아버지가 농사를 지을 때 몇 번 따라가 고추 따고 풀 베던 경험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식하게 일단 들이댔습니다. ‘이런 사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인데 제가 농업 기술을 전혀 모른다. 배울 수 있는 곳을 소개시켜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화성시 농업기술센터였다. 이 곳에서 소개받은 곳이 ‘그린농업대학’이었다. 나름 서류와 면접을 통과하고 가공과에서 수업을 받았다. “막상 찾아갔지만 저와 동기 한명 빼곤 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 뻘이셨습니다. 은퇴하시고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낯설기도 했지만 이분들과 함께 농업과 가공을 배우는 일은 특별하기도 했습니다. 서로를 낯설어하기도 했지만 의지가 많이 됐습니다.”


메이에르 농장

출처메이에르

전 대표는 이렇게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농사를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농가와 함께 작목반에 들어 있는데 이분들이 일손을 많이 덜어주십니다. 품앗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가 맨 처음에 혼자 다했던 것들을 조금 더 큰 규모로 할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오랜 기간 심을 것도 다같이 심으니까 일에 속도가 붙고 조금은 수월해집니다.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병이 났을 것 같습니다.”


메이에르 작업 현장.

출처메이에르

메이에르 작업 현장.

출처메이에르

동업자와 자본금 2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전 대표는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뎌냈다고 한다.


“끝없이 준비를 위한 시간이었습니다. 메이에르는 시작부터 농업과 생산을 병행했기 때문에 이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저와 동업자는 1년 동안 새벽 4시 이후에 잠들고 7시에 일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아침에는 농작물을 돌보고 심고, 가꾸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 지역 농산물과 함께 시제품 만들고 테스팅 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는 농업·가공 수업이 있어서 교육을 듣고 다시 제조장으로 돌아와 일했습니다. 저녁에는 지원사업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썼습니다. 이 모든 걸 다 하고나면 시간이 새벽 4시쯤 됩니다. 또 중간 중간 홈페이지도 만들고, 패키징 작업도 하면서 정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젊어서 가능했던 것 같은데 그때 퇴행성관절염을 얻었습니다. 하하.”


◇“반려견과 반려인 함께 즐기는 먹거리, 문화 전파할 것”


메이에르는 반려견 행사도 주기적으로 연다. 우리동네 반려동물 무료검진 행사나 반려견 달리기 대회, 반려견과 함께하는 영화제, 반려동물 케이크 만들기 등이다. 올해 10월에는 반려견 할로윈 파티를 계획하고 자이언트 호박도 파종했다고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제가 두두의 반려인으로써 바랐던 문화 프로그램을 공유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두두가 질병을 이겨내면서 수의사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검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메이에르에서 주최한 반려견 행사.

출처메이에르

메이에르에서 주최한 반려견 행사.

출처메이에르

또 행사를 통해 올바른 식문화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분유사태로 파장이 있었던 것처럼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무엇인지 키우는 사람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시작했습니다. 반려견의 식문화에 대해 궁금한 부분들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놀이’를 통해 행사를 진행하는 식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팔고 사는 생산자와 고객과의 관계가 아닌 같은 반려인으로서 고민을 나누기 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알면 알수록 우리 반려동물은 더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에르는 반려견을 넘어 반려인을 위한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다. 제품 구매 시 제철 농산물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이 농산물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도 꽤 있다는 설명이다. 또 강아지들을 위한 단호박오리잼이 있는데, 반려인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밀키트 형식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대표는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다같이 마스크 없이 반려견과 뛰어놀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농사짓고, 더 좋은 농부들을 찾아, 건강한 방법으로 집밥을 만들어 모든 반려동물들이 건강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시시비비 이은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