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반찬가게가 있다. 이 반찬 가게에서는 도대체 반찬을 만들기는 하는 건지 음식 냄새도 나지 않고, 응당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손맛 좋은 사장님도 없다. 그렇다면 진열대를 가득 채운 170여종의 반찬들은 그렇다면 어디서 온 걸까.


출처: 슈퍼메이커즈
슈퍼키친 교대역점

서울 곳곳에서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반찬가게 브랜드 ‘슈퍼키친’ 이야기다. 2017년 문을 연 슈퍼키친은 기존 반찬가게와 달리 매장 내 조리 시설을 없앴다. 33개 직영점에서 판매하는 반찬은 중앙 부엌 개념인 ‘센트럴 키친’에서 만들어 각 지점으로 매일 아침 배달된다.


슈퍼키친에서 판매하는 반찬은 각종 나물, 조림, 무침 등 한식부터 고추잡채와 꽃빵, 까르보나라, 유린기, 전복해물누룽지탕, 스끼야키 등 일품요리까지 다양하다. 슈퍼키친이 보유한 레시피는 500여가지 이상이다.


연평균 250% 이상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는 이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55억원이다. 굵직굵직한 투자사들로부터 100억원에 가까운 투자도 받았다. 흔하디흔한 반찬으로 수십억대 매출을 올리는 이 브랜드의 비결을 슈퍼키친 운영사 슈퍼메이커즈의 이진호 공동대표(39)에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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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키친 운영사 슈퍼메이커즈의 이진호 공동대표

-반찬은 시장, 마트, 동네 가게 등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고, 대부분의 소비자가 단골 반찬가게를 가지고 있다. 창업 아이템으로 반찬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이가 생기고 나니 건강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더라.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먹기에는 건강이 신경쓰이고 매번 외식을 하자니 비용이 부담스럽고, 요리를 하자니 너무 번거롭고 재료들도 많이 남아 자꾸 버리게 되더라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슈퍼키친은 이 고민을 대신 해결하고 요리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아껴 가족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오랜 시간 고객과 시장을 경험한 만큼 시장의 플레이어들보다 더 잘할 자신도 있었다.”


이 대표는 슈퍼키친을 만들기 전 신선식품 새벽 배송 업체 ‘덤앤더머스’를 공동 창업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 덤앤더머스는 배달의민족(배민)이 100억원에 인수했다. 이 대표도 배민에서 배민프레시, 배민찬 등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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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 키친 외관

-중앙에서 반찬을 만들어 각 지점에 공급하는 ‘센트럴 키친’ 운영 방식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오프라인 반찬가게를 살펴보니 매장 조리의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히 보였다. 연구·개발 인력이 없으니 항상 똑같은 메뉴를 팔고, 손맛에 의존하다보니 레시피가 없어 그때 그때 맛이 다르더라. 식재료를 대량으로 매입할 수 없으니 가격도 비싸고. 메뉴나 가격이야 아쉬운대로 이용해도 우리 가족이 먹는만큼 위생이나 안전은 양보할 수 없겠더라. 센트럴 키친을 통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게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가맹 형태로 하면 더 많은 곳에 더 빨리 매장을 내고 매출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가맹을 선택하면 쉽게 매장을 늘릴 순 있겠지만 회사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제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관리해야 제품의 질도 고객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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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키친 매장

-매일 각 매장으로 배송하는 반찬의 종류와 양은 어떻게 정하나요?


“각 매장의 점장과 매니저가 매일 시스템을 통해 제품을 주문하면, 매장별 주문이 모여 센트럴 키친의 작업 지시서가 생성된다. 모든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날짜가 지난 제품은 폐기한다.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해 주문이 이뤄지기에 폐기율은 2~2.5%에 그치고 있다.”


-슈퍼키친을 이용하는 주 고객층은?


“30~50대 여성 고객들이 90% 이상이다. 싱글족이나 남성들의 이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반찬은 무엇인가요.


“자주 오는 고객들이 질리지 않도록 매주 2~3개의 새로운 메뉴를 내놓고 있지만 아무래도 모두에게 익숙한 한식 제품들이 잘 팔리는 편이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 식재료가 조금씩 많이 쓰이는 메뉴, 집에서 하기 어려운 메뉴 위주로도 구매가 많이 이뤄진다.”


-반찬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요리 같은 메뉴들도 많아요. 잘 팔리나요?


“모두 잘 팔리는 메뉴들이다. 다른 반찬가게와 슈퍼키친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슈퍼키친의 제품들은 식당, 전문점 수준의 맛을 목표로 만들어진다. 대량으로 만들어 가성비도 훌륭하다. 처음에는 밑반찬을 사러 왔다 점점 일품요리까지 함께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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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키친 매장

-새로운 메뉴 개발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나요?


“메뉴 개발은 상품기획팀과 R&D팀이 함께하고 있다. 제철 식재료와 유행하는 메뉴, 고객 의견 등을 참조해 개발한다. 새 메뉴는 3~5번의 품평회를 거쳐 내놓고 있다.”


-슈퍼키친 사업을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요?


“투자자 설득이 어려웠다. 시장이 모두 온라인, 모바일에만 집중하고 있었기에 오프라인을 근간으로 한 서비스에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심사에 영향력이 큰 시니어 심사역들은 나이가 있다 보니 반찬을 사서 먹는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반찬과 집 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즘에는 너무 많은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힘들기도 하다.”(웃음)


-친환경용기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고객 요청에 따른 걸까요?


“고객분들이 다 좋은데 용기가 많이 나온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나 또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친환경용기 교체를 위해 1년 가까이 연구를 진행해왔다. 참고 사례가 많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친환경 용기는 이달 말부터 매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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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키친 운영사 슈퍼메이커즈의 이진호 공동대표

-만두나 핫도그, 냉동밥 등 대기업이 꽉 잡고 있는 냉동식품 라인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요?


“대기업이 힘을 가진 시장이지만 시장의 라이프 사이클(도입기-성장기-성숙기)로 보면 아직 이 시장은 도입기 수준인 것 같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전 단계다. 지금의 슈퍼키친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 이 브랜드 자산을 활용해 당연히 도전해야 할 시장이라고 판단한다.”


슈퍼키친은 창립 첫 해인 2017년 1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55억원. 아직까지는 제품 연구개발과 조리시설 강화를 위한 투자 비용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 2분기부터는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이다.


-덤앤더머스에 이어 슈퍼키친까지 두 번의 창업에서 연달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창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준비해야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 수 있을까요?


“창업과 사업 성장에는 운이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초기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과 팀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아이템이 팔릴만한) 시장이 있는지 성장하는 시장인지를 예측해 경쟁사보다 먼저 준비하고 함께할 수 있는 훌륭한 팀이 있다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슈퍼키친은 현재의 오프라인 매장에 더해 매장을 계속 확대해 올해 안으로 수도권 지역에서 6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여름에는 배달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사먹는 반찬은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만들어 먹는 것보다 슈퍼키친에서 사먹는 게 맛도 가격도 훨씬 낫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모든 동네분들에게 ‘슈퍼키친 덕분에 먹고 살기 좋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서비스를 발전시키겠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