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기술로 만든 90%이상 발아율의 유기농발아현미
품종 연구·개발에서 가공 식품 생산까지
연매출 10억 농부과학자 ‘미실란’ 이동현 대표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매일 먹는 밥을 더 건강하게 즐기려면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먹는 게 좋다. 현미(玄米)는 수확한 벼에서 겉껍질인 왕겨만 벗겨낸 쌀을 말한다. 여러 번 도정한 백미(白米)에 비해 영양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쌀이 가진 영양가가 100이라면 백미는 5, 현미는 95다. 그러나 도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미는 식감이 까칠하다. 또 백미보다 소화가 잘 안 된다. 현미의 영양소와 백미의 부드러운 식감을 모두 갖춘 이상적인 쌀이 있다. 바로 발아현미다. 현미에 알맞은 온도와 수분, 산소를 공급하면 싹이 튼다. 싹을 틔운 현미가 바로 발아현미다.

벼가 누렇게 익은 들판에서 웃고 있는 미실란 이동현 대표. /미실란 제공


현미보다 건강에 좋은 발아현미를 직접 연구, 개발하고 농사까지 짓는 농부과학자가 전남 곡성에 있다. 농업회사법인 ‘미실란’ 이동현(51) 대표다. 미실란은 올해로 16년째 유기농 발아현미를 생산하고 가공식품을 만드는 전문 기업이다. 이 대표는 순천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농생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이후 일본 규슈대에서 문부성 초청장학생으로 발탁되어 생물자원개발관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미생물학 전문가다. 발아현미가 전문 분야도 아니고 사업도 해본 적 없는 과학자가 발아현미로 사업을 하고 농사를 짓는다. 발아현미가 대체 뭐길래, 박사 출신 과학자의 인생을 바꿨을까.

식약동원(食藥同源). 예로부터 먹는 음식은 약과 뿌리가 같다고 했다. 좋은 음식은 곧 약이 된다. 이 대표 가족들에겐 발아현미가 그런 존재였다. 좋은 음식은 좋은 원료에서 나온다고 믿고 벼 품종 연구를 통해 유기농에 적합하고 기능성이 풍부한 품종을 찾아 재배하고 자체 기술로 최고의 발아율을 높여 기능성이 풍부한 발아현미를 만들었다. 극심한 아토피에 시달리던 아들과 위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의 면역력과 기력을 찾는 데 도움을 준 최고의 발아현미였다.

-발아현미에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일본에서 공부하는 동안 작은 아들이 아토피가 심했다. 살갗이 벗겨져 '피범벅'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심했다. 병원을 다니며 전전긍긍해도 방법이 없었다. 고기며 달걀, 우유 같은 동물성 단백질은 물론이고 먹지 말라는 게 너무 많았다. 아들이 늘상 먹을 수 있으면서 기력과 면역력을 확보할 음식을 찾아야 했다. 그중에 하나가 발아현미였다. 약을 먹을수록 더 심각해지던 아이 상태가 발아현미를 주식으로 하고 환경친화적인 삶으로 전환하면서 달라졌다. 어머니가 위암 말기 투병하실 때는 미실란의 공법으로 발아현미를 넣은 미숫가루를 만들어드렸다. 박사 3년차에 암세포를 연구한 적 있는데 곡식이 암환자의 면역력을 키운다는 것을 알았다. 음식을 제대로 못 드시던 어머니가 발아현미가 들어간 미숫가루는 목넘김이 좋고 신트림이 나질 않는다며 편하게 드셨다. 덕분에 항암 치료를 받을 체력을 만들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발아현미는 어떤 효능이 있나?
“백미보다 현미가 건강에 좋지만 까끌까끌한 식감에다 소화가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발아현미는 소화 흡수가 잘된다. 현미를 발아시키면 새로운 영양소가 생겨나고 원래 있던 영양 성분은 효능이 더 커진다. 발아현미에 있는 가바(GABA)라는 성분은 뇌혈류를 개선한다.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에 좋다. 옥타코사놀, 항산화물질, 칼슘, 엽산은 당뇨와 비만에 효과적이다.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시켜 장 건강을 좋게 만든다. 식품 중에는 가장 완전한 식품, 히든 챔피언이라고 생각한다.”


발아현미에 적합한 벼 품종을 직접 연구, 개발하는 이동현 대표. /미실란 제공


-발아현미를 직접 연구, 개발하는 것도 모자라 농사까지 짓는 이유는?
“2003년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한국에 돌아왔다. 당시 나라에서 남아도는 쌀로 가공식품을 만든다고 난리였는데 제대로 나온 제품이 없었다. 반면 커피 붐이 불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커피 품종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었다. 우리 쌀 품종도 커피처럼 다양할 테고 품종마다 활용하는 방법이 다를 텐데 왜 활용하지 못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쌀 연구를 해보라는 주변의 제안도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연구를 중심으로 해오다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지인 덕분에 발아현미와 쌀에 관심이 생겼다. 2006년 전남 곡성에 들어와 품종을 심고 본격적으로 품종 연구와 함께 농사를 짓게 됐다. 2006년 첫해 품종을 파종하고 일일이 손모내기를 해가며 가꾸고 수확한 게 278종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품종을 심고 농사를 지어 수확을 하면서 발아현미와 친환경 기후 및 가공에 맞는 품종을 찾는다. 농사도 연구의 일종이다. 내가 농부가 된 이유다. "

-전문 분야도 아니고 박사 출신이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다행히도 아내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 이상한 눈으로 봤다. 특이하다, 제정신이 아니다, 미친놈 취급도 받았다. 미생물학자가 별안간 쌀을 연구한다고 하니 핀잔을 주는 사람도 많았고 어디까지 하나 보자라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연구한 발아현미와 발아현미를 활용한 제품과 진심을 믿어주고 제가 가는 길을 지지해주는 분들이 많아졌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친환경 발아현미와 가공에 적합한 품종을 함께 개발하고 발아현미와 가공제품에 대한 기능성 물질 분석 및 임상 실험도 함께하고 있다.”



이동현 대표가 직접 수확한 벼을 안고 서 있다. /미실란 제공


-농사를 지을 때 지키는 원칙이 있다면.
“화학 농약과 비료, 제초제를 쓰지 않는다. 유기농으로만 농사를 짓고 있다. 먹는 음식이기도 하거니와 환경을 위해서다. 지금 농사 짓는 논 바로 옆으로 섬진강이 흐른다. 농약과 비료, 제초제 등 화학제품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강으로 흘러들어가 바다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 조금 힘들지만 친환경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농사 규모는?
“지금은 4000평 정도 벼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주까지 품종으로 등록되어 활용 가능한 36품종를 3번에 걸쳐 모내기 했다. 올해는 특별히 690여 품종을 별도 시험포장 논에 손모내기 했다. 모내기는 기계 없이 손으로 직접 한다. 최대 1만1000평까지 농사를 지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생산보다 품종 연구에 주력하려고 규모를 축소했다. 지역 생산에 적합한 품종은 주변 농가에서 계약 재배하고 있다.”

-사업, 농사 어떤 게 더 어려운가.
“농사는 들이는 노력만큼 돌아오는 것 같다. 사업은 다르다. 학교에만 있느라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으니 사업도 잘 몰랐다. 물건을 팔아본 적도 없었다. 열정을 쏟으며 연구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마케팅을 못해서 고전하기도 했다. 자본이 부족해서 아이디어가 있어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어려웠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 자본이 많은 곳에서 먼저 출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자본이 모이면 새로운 걸 만들고, 다시 자본을 모으고 새로운 걸 만드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한 사람이 꾸준히 오랫동안 품종까지 연구해서 제품을 개발한다는 걸 신뢰해주는 분들이 점차 많아졌다. 덕분에 지난해 연매출 10억을 달성했다. 올해는 15억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발아현미에 곡성 토란을 넣어 만든 타로 미수. /미실란 제공

-최근 곡성 토란을 사용한 제품도 내놨다는데.
“곡성에서 사업을 하는 만큼 지역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곡성은 토란의 국내 최대 산지다. 토란을 발아현미와 함께 가공한 타로 미수를 개발했다. 미숫가루처럼 물이나 우유에 타서 먹는 제품이다. 최근 비건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발아오색타로미수 제품을 두유에 파 먹는 고객이 부쩍 늘고 있다. 토란은 무색무취라서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다. 토란에 들어 있는 뮤신(mucin)이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어 유기농 쌀뜨물에 토란을 삶아 알러지 성분을 제거했다. 다이어트식이나 간편식, 이유식으로 인기가 좋다.”

-미실란의 주 소비자는?
“초창기에는 암이나 당뇨를 앓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는 30~40대 주부들이 훨씬 많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엄마들로 고객층이 넓어졌다. 현대백화점의 온라인몰, 백화점에서도 꾸준히 미실란 제품이 팔려 나가고 있으며 미국에도 꾸준히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미실란 밥카페 '반(飯)하다'와 한상 차림. /미실란 제공


-밥카페 ‘반(飯)하다’는 어떻게 문을 열었나.
“일본 유학 중에 가본 농가 레스토랑이 인상적이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해외 여행을 갈 때마다 농가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게 색달랐다. 2015~2017년 국내 쌀값이 바닥을 찍었다. 위기가 왔다. 직접 홍보하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품종 연구하는 논이 바로 앞에 있으니 생산 현장을 볼 수 있고 직접 재배한 발아현미로 만든 요리를 먹으면 쌀에 대한 관심도 생길 거라 생각했다. 2016년 8월에 문을 연 밥카페에 도시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생겼다. 자연 속에서 가족들이 식사도 하고 들녘을 둘러보며 쉬어간다. 덕분에 미실란 매출도 늘었다.”

-16년째 한길을 걷다보면 위기도 있지만 보람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다.

“사업과 농사를 시작한 후로 늘상 위기다. 농민이나 농업법인이 스스로 저가 경쟁에 뛰어드는 게 현실이다. 최저가 경쟁만 하다보니 서로가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위기에 빠진다. 스스로 생산한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쟁은 지양했으면 좋겠다. 반대로 국가연구기관에서 미실란의 제품을 인정해줄 때 정말 뿌듯하다. 농촌진흥청에서 연구를 제안하고 발아현미의 가치를 인정해줄 때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다.”


UN식량농업기구(FAO) 모범농민상을 수상한 이동현 대표와 아내 남근숙 이사. /미실란 제공


이 대표는 2019년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큰 상을 받았다. UN식량농업기구(FAO) 아태지역사무소가 주는 모범농민상을 수상한 것. UN식량농업기구는 매년 세계 식량의 날(10월 16일) 3~5개 국가의 모범농민을 뽑아 표창한다. 이 대표는 유기농 발아 현미를 생산하고 밥카페, 작은 음악회 등을 운영하며 지역 공동체와 공생을 모색해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의 모델로 인정 받았다.

-앞으로의 목표는 ?
“올해 여름에는 발아현미와 도담쌀로 만든 다이어트 제품을 출시한다. 다이어트 전용 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좋겠다. 발아현미가 다이어트와 비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현장에서 품종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할 것이다. 우리 쌀의 가치를 지키고 그 가치를 알리고 싶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