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학계가 주목하는 ‘한국계 작가’
뉴베리상·LA타임스 도서상 등 수상
이민자 시선으로 이야기 풀어내

한인 20~30대 이른바 MZ세대 작가들이 미국 문단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수준 높은 작품으로 다문화 사회인 미국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아동문학계에서 노벨상으로 불리는 뉴베리상을 받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작품을 올리기도 한다. 작품성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바탕으로 쓴 글, 죠리퐁, 삼겹살이 등장하는 글에 미국 독자와 문단이 고개를 끄덕인다. 최근 미국 문학에서 주목받은 MZ세대 한국계 작가는 누구인지 알아봤다.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감받은 태 켈러


태 켈러와 그녀가 쓴 장편동화. /태 켈러 홈페이지



“나를 키운 건 김치와 흑미밥,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한국계 작가 태 켈러(27)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자기소개글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호랑이를 잡을 때’(When You Trap a Tiger)라는 장편 동화로 ‘2021 뉴베리 메달’(John Newberry Medal)을 수상했다. 뉴베리상은 미국 아동문학 발전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미국도서관협회가 1922년부터 매년 1명씩 수상자를 발표한다. 아동·청소년계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권위 있는 상이다. 그녀가 쓴 ‘호랑이를 잡을 때’는 100번째 수상작이다.

켈러는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들은 한국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장편 동화를 썼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며 위협하는 호랑이가 등장한 ‘해와 달’(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그녀 소설의 뿌리다. 호랑이는 그녀가 쓴 동화에서도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한국계 미국 소녀 릴리는 병에 걸린 할머니를 낫게 하고자 ‘마법 호랑이’와 대결을 벌인다. 호랑이는 공포스러운 존재이면서도 릴리와 할머니를 고통에서 구원하는 구세주다. 미국도서관협회(ALA)는 그녀의 이야기를 “마술적이면서 사실주의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태 켈러와 그녀의 외할머니. /태 켈러 인스타그램



켈러는 스스로를 4분 1 한국인이라고 말한다. 한국인 외할머니와 독일인 외할아버지, 미국인 아버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작가로서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유명 작가인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 노라 옥자 켈러(54)는 전미도서상과 엘리엇 케이즈상을 받은 소설 ‘종군위안부’와 ‘여우소녀’를 쓴 한국계 미국 작가다. 세 살 때까지 서울에 살다가 하와이로 이주한 후 미국인 남성과 결혼해 태 켈러를 낳았다.

켈러는 펜실베니아주 리버럴아츠 칼리지 브린모어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뉴욕 출판업계에서 일했고 2018년 첫 작품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The Science of Breakable Things)을 발표했다.


◇’두순자 사건’·‘LA폭동’을 소재로 이야기 쓴 스테프 차


스테프 차와 그녀가 쓴 장편 소설. /스테프 차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테프 차(35)는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Your House Will Pay)로 작년 LA 타임스 도서상 미스터리·스릴러 부문상을 수상했다. 장르 거장인 스티븐 킹, 발 맥더미드, 돈 윈슬로도 미스터리·스릴러 부문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1992년 LA 폭동 도화선 역할을 했던 두순자 사건을 바탕에 깔고 있다. 1991년 LA 흑인 밀집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한인 여성 두순자가 흑인 소녀 라타샤 할린스를 절도범으로 오해하고, 우발적으로 총을 쐈다. 결국 흑인들이 폭도로 변해 한인 타운으로 몰려가 난동을 부렸다. 소설은 흑인과 한인 커뮤니티 간 갈등을 통해 미국 내 인종차별과 계급갈등을 다룬다.


스테프 차. /스테프 차 인스타그램


스테프 차 역시 한인 2세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이후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무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변호사가 아닌 작가의 길을 택했다. 평소 미스테리·범죄 소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2013년 발표한 추리소설 ‘팔로우 허 홈’(Follow Her Home)으로 인기를 얻었다. 현재 LA타임스·USA투데이 평론가, HBO 맥스 범죄 시리즈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인마트 추억 떠올리며 에세이집 펴낸 미셸 자우너

미셸 자우너 /미셸 자우너 인스타그램


미셸 자우너가 쓴 에세이. /미셸 자우너 인스타그램


H 마트에서의 눈물’(Crying in H Mart)은 한국계 작가 미셸 자우너(32)의 첫 작품이다. 올해 4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녀의 에세이를 꼭 읽어야 할 신간으로 꼽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선 논픽션 부문 2위를 기록했다.

자우너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오레곤주 유진에서 자란 한인 1.5세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추억하며 에세이를 썼다. 대형 아시안 슈퍼마켓 체인점 ‘H마트’가 주요 소재다. 생일이면 함께 미역국을 먹고, 삼겹살을 구워먹던 기억, 종이 스푼으로 죠리퐁을 먹은 이야기를 빠짐 없이 책에 남겼다. 혼혈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그녀의 정체성과 음식이 만드는 유대감을 다룬다.


재패니즈 브랙퍼스트로 가수 활동하는 미셸 자우너. /미셸 자우너 인스타그램



자우너는 펜실베니아에 있는 브린마워컬리지를 다니며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작가로서 수많은 호평을 받은 자우너는 사실 인디 음악계에서 ‘재패니즈 브랙퍼스트’(Japanese Breakfast)라는 예명으로 유명하다. 2016년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1집 ‘저승사자’(Psychopomp)로 데뷔했다. 이듬해 발표한 2집 ‘다른 별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는 스테레오검, 롤링스톤 등 음악매체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매거진은 그녀를 2021년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12인 중 한 명으로 꼽았다.


/미셸 자우너 인스타그램.





예명이 주는 인상과 달리 그녀는 일본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예명은 미국적인 단어 ‘브렉퍼스트’와 이국적인 단어 ‘재패니즈’를 합쳐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트위터에 “PSA: I’m Korean(공지: 나는 한국인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글 시시비비 이은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