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기부’나선 대학로발전소 노희순 대표
좌석수익 일부를 더 어려운 극단 등에 지원
연출자·배우가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케팅·판매·세무 등 대행 서비스 내놓아
코로나19 사태로 연극판이 꽁꽁 얼어붙었다. 관객이 급감해 개점 휴업상태라고 한다. 극단과 배우는 물론 대학로 인근 상인들까지 그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개봉한 코미디극 ‘운빨로맨스’의 기획사 ‘대학로발전소’가 좌석 기부에 나서 화제다. 관객이 아무리 줄었다 해도 객석 맨 앞열 등 VVIP석엔 관객이 찬다. 이중 일부 좌석 판매 수익을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로 사람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다같이 힘든 상황에서 기부에 나선 것 자체도 훌륭하지만, 그 방식도 참신하다. 노희순(37) 대학로발전소 대표에게 기부에 나선 이유를 물었더니 “연극판에서 안해본 일이 없다보니 그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 대표는 현재 기획사 겸 극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극 홍보마케터, 조연출, AD, 막내스테프, 그리고 티켓판매담당 등을 거쳤다. 티켓판매담당을 흔히 ‘삐끼’라고 부른다.
노희순 대학로발전소 대표. /대학로발전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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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판 삐끼는 어떻게 일을 하나?
“지금은 모바일·온라인 티켓 판매가 보편화됐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4호선 혜화역엔 티켓을 파는 삐끼가 각 출구마다 10명씩은 있었다. 2011년 스물일곱 나이에 공연 연출자가 되겠다고 무작정 대학로에 왔었고, 그때 얻은 첫 직업이 삐끼였다.”
-연출자가 되겠다면서 왜 삐끼를 했나?
“원래 연극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었다. 연극이나 연출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막내일’ 시키기엔 좀 애매한 20대 후반 나이의 무경험자가 찾아와 무턱대고 일을 달라고 하니 거부하는게 당연하겠다. 그런데 ‘전단팀’이란 곳에서 ‘할 수 있으면 와서 해보라’고 하더라.”
KBS의 한 교양프로그램에 소개된 노희순 대표. /인터넷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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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왜 그 나이에 시작을 한 것인가?
“버스 두 번 타야 시내에 닿는 벽지 출신이다. 문화생활을 할 수 없었다. 고교 때 견학행사 덕에 대학로에 처음 가보게 됐는데, 무대에서 객석으로 쏟아져 내리는 에너지에 충격을 받았다. 성인이 된 뒤에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꾸준히 연극을 봤지만, 연출자가 되겠다고 생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난 경제학과 졸업 후 제법 큰 증권사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렇게 바라던 직장이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다. 공부할 때는 재밌었는데, 주가의 등락만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에 숨이 막혔다. 내가 정말 빨간색·파란색 선을 평생 들여다보며 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몰려와 그만뒀다. 어렵게 얻은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나니 우울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대학로에 간 것인가?
“거의 2년을 뚜렷한 일 없이 방황했던 것 같다. 스물일곱 즈음이 되니 더는 이러면 큰일 날 것 같았다. 한 취업 프로그램에서 인적성검사를 봤는데 ‘의사’와 ‘영화감독’이 적성에 맞다고 나왔다. 연극 연출이 체질이구나 싶었다. 아무튼 대학로가 허락한 일자리는 삐끼였고, 길거리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다가가 표를 파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처음 한 달은 실적이 거의 제로였다. 그런데도 두 달, 세 달을 버티니 다른 삐끼들이 안쓰러워 표 파는 법을 알려주더라. 조금 더 지나니 행인의 행동과 표정만으로 연극을 보러 온 사람인지 여부가 보였다. 연극을 볼 것 같은 분께 다가가서 말을 건다. ‘연극 보러 오셨나봐요? 뭐 보시고요?’ ‘A 볼까해요.’ ‘요즘에 A보는 사람도 있나요?’ ‘그럼 뭐가 재밌나요?’… 5개월차에 접어들자 제법 잘나가는 삐끼가 됐다. 삐끼 일을 성실히 잘 하자 극단에서 기회를 줬다. 2013년 연극 ‘몽타주’의 막내스테프가 됐다.”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운빨로맨스’ /대학로발전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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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스테프 일은 어땠나?
“공연 전후 정리, 조명·음향 보조, 청소, 극단대표 심부름 등이다. 허드렛일이지만, 그 덕에 한 작품을 수십번씩 관람할 수 있게됐다. 연극에선 손동작, 눈빛 하나하나에 다 이유가 있다. 배우들이 서로 주고받는 합이 보이기 시작했다. 월급 45만원 막내스테프에서 단계를 거쳐 월 120만원 받는 조연출까지 됐다. 조연출이 되니 소극장 연출가라는 목표가 사정거리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코앞까지 와서야 연출의 어려움을 알겠더라. 내가 쓴 시나리오 습작들도 평가를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벽이 만만치 않았다. 과연 내가 연출가로 입봉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엉뚱한 분야에서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았다. 조연출을 하며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연극을 홍보하는데 썼다. 이것을 본 선배들은 ‘그런걸 왜 해? 포스터나 붙이고 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티켓 파는 삐끼를 해서일까. SNS라는 새로운 채널을 통해 우리 작품을 많은 예비관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안하나 싶었다. 판매 영역에서도 변화가 불고 있었다. 이때부터 쿠팡·티몬·위메프 같은 소셜커머스를 통한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연출에서 기획·마케팅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극 ‘오백에삼십’의 한 장면. /인터넷 화면 캡처
-공연 기획·마케팅을 하며 어떤 일을 주로 하나?
“요컨대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관객의 관점에서 새롭게 전략을 짜는 일들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로 공연문화 관람권’ 발행이었다. 개별 연극을 파는 티켓이 아니라 대학로 극단을 하나로 묶어서 상시 할인권을 파는 것이다. 삐끼를 하며 연극은 보고싶은데 어떤 작품을 볼지 결정하지 못한 예비관객들을 많이 봤었다. 우선 상시 할인권을 구매한 뒤 약 30편의 대학로 공연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르면 된다. 기획·마케팅을 통해 대학로 연극판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대학로발전소를 창업해 이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극판을 돕는다는 것인가?
“대학로의 극단들은 대체로 규모가 작고, 인원도 적다. 한 쪽에서 연출도 하고 티켓 관리도 하면서 극단 세무 회계도 한다. 배우들도 작품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다양한 잡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잡일을 다 맡아주는 이가 있다면? 티켓 관리는 물론이고 고객 응대, 포스터 제작, 홍보영상 제작, SNS 마케팅부터 각종 세무회계까지 대학로발전소가 해주면 그만큼 극단들은 본연의 일에만 집중하기 편하다. 물론 대학로발전소가 직접 연극 기획을 하기도 한다.”
-대학로발전소의 대표작은?
“‘오백에삼십’을 발굴해 대학로 무대에 올렸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오픈런 공연 중 1위를 지켰던 작품이다. 월 평균 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좌석 기부도 이때 시작했었다. 주거문제를 다룬 코미디극이다. 좌석 기부를 통해 수익금 일부를 주거서민계층 지원에 썼다.”
노희순 대학로발전소 대표. /대학로발전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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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어떠한가?
“자금이 부족해 코로나 긴급대출을 신청했을 만큼 힘들었다. 언젠가는 직접 연극 제작도 해보자고 모아둔 ‘비상금’도 썼다. 그런데 우리 주변은 더 힘들다. 공연판에 12월은 최고 대목인데, 작년 12월 공연을 취소하는 극단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때에 비하면 점점 회복세다. 코로나19가 끝나고 다시금 혜화역이 붐비는 날이 올 것이다. ‘운빨로맨스’ 좌석 기부가 봄날을 앞당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할 따름이다.”
글 시시비비 가마돈
시시비비랩
시시비비 이거그냥 병신 찌라시노
조연출까지 해놓고 연출을 포기하고 극단운영으로 바꿔서 한다고?
극들어가는건 다 하지마라 상상하는것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