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채팅 솔루션 업체 센드버드 개발자
2년 연속 애플 WWDC 장학생 출신 김민혁, 이재성씨

애플은 매년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차세대 운영체제와 주요 제품을 발표한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WWDC는 개발자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WWDC에 모인 개발자들은 서로의 개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고 애플에 의견을 전달하는 기회를 갖는다. 애플은 전문 개발자뿐 아니라 학생에게도 WWDC를 경험하게 해준다. 매년 전 세계에서 350명의 장학생을 선발한다. 장학생에겐 1599달러(약 183만원) 상당의 WWDC 티켓과 함께 일주일간의 숙박, 식사를 제공한다. 1년간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 멤버십도 무료로 지원한다. 장학생에 뽑히기 위해선 지원서와 함께 애플의 코딩 교육 앱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로 3분 안에 설명 가능한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


애플 장학생이자 센드버드 개발자인 이재성(왼쪽), 김민혁씨. /센드버드코리아 제공


국내에선 2018년 첫 WWDC 장학생이 나왔다. 2019년에는 두 명이 뽑혔다. 김민혁(21), 이재성(26)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민혁, 이재성씨는 2020년 2년 연속으로 장학생에 뽑혔다. 두 사람은 현재 센드버드(Sendbird)의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센드버드는 글로벌 1위 채팅 솔루션 업체로 기업들의 스마트폰 앱 안에 채팅 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매달 전세계 1억7000만명이 센드버드가 만든 채팅 서비스를 이용한다. 올해 4월에는 한국 최초로 B2B(기업 간 거래) 분야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에 올랐다.  센드버드 입사 당시 김민혁씨의 나이는 19살,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이재성씨는 24살,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재학생이었다. 남들보다 빠른 나이에 글로벌 기업 개발자로 취업한 두 사람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독학으로 코딩을 익혔다는 점이다. 코딩 독학으로 애플 장학생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19살에 이룬 개발자의 꿈 “배워도 배워도 재밌는 게 개발”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던 김민혁씨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개발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스스로 개론서를 찾아 읽고 유튜브에 올라온 대학 온라인 강의를 보면서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2019년 도전한 WWDC 장학생에 선발됐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WWDC에서 만난 센드버드 관계자로부터 인턴십 제안을 받았다. 개발자의 꿈이 현실이 된 건  김민혁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19살 때였다.

“직접 코딩을 배워서 프로그래밍을 해보니 제가 생각하는 대로 만들고 원하는 대로 돌아가는 게 좋았어요. 하면 할수록 배워야 할 게 많은데 제가 배우는 걸 좋아하거든요. 배워도 배워도 계속 배워야 하는 이 일이 재밌어요.”


고등학교 졸업 전인 19살에 센드버드에 입사해 3년차 개발자가 된 김민혁씨. 센드버드코리아 제공


-WWDC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요?

“애플을 어릴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어요. 매년 WWDC가 열릴 때마다 새벽에 일어나 챙겨보곤 했죠. 그러다 웹사이트에서 장학생 제도를 발견하고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매번 화면으로만 보던 WWDC에 공짜로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WWDC에 출품했던 프로그램은 뭐였나요?

“증강현실(AR)로 3D 쓰레기 모형을 구현해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환경 문제를 다룬 앱이었어요. 애플이 환경 문제와 증강현실에 관심이 많았어요. 전년도, 전전년도 응모작들을 참고해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WWDC 장학생으로 뽑힌 기분은 어땠어요?

“이메일로 결과를 알려주는데 수시로 메일함을 열어보곤 했어요. 장학생에 뽑혔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을 땐 순간 믿기지가 않았어요. 그때가 아침 8시였는데 자고 있던 형을 깨워서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WWDC에 가본 소감은요?

“수천명의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그 공간에 제가 있다는 것만으로 흥분되고 즐거웠습니다. 비록 팀쿡은 만나지 못했지만 많은 애플 개발자들을 만났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어요. 개발자들이 만나 소통하는 자리가 정말 많았어요. 센드버드 개발자 분들도  WWDC에서 만났어요.”

-센드버드에선 언제부터 일했나요? 지금 어떤 일을 하나요?

“WWDC에서 인턴십 제안을 받고 2019년 6월에 인턴 생활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클라이언트 파운데이션팀에서 센드버드에서 제공하는 채팅, 통화, 상담 제품을 수정·개선하고 관련된 부가 프로젝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입사 당시 고등학교 졸업 전이라 대학 진학을 두고 고민하진 않았나요? 센드버드 입사를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일단 인턴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회사에 와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지금 당장 대학에 가는 것보다 여기서 일하는 게 훨씬 경험하고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도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나이에 회사 생활하는 게 어렵진 않나요?

“여기 분위기 자체가 미국처럼 자유롭고 수평적이에요. 소통도 잘 이뤄지고요. 서로의 나이, 학력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묻지도 않아요. 다 같은 동료일 뿐이에요. 그래서 회사생활이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습니다.”

-일하면서 뿌듯할 땐 언제인가요?

“반년에 한번씩 스스로 성과를 체크하고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매번 성과 체크할 때마다 반년동안 성장했다는 걸 느낄 때 보람 있어요.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배포를 마쳤을 때도 뿌듯하고요. 고객사가 많아지고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앱도 늘면서 사용자들을 만날 때도 기분이 좋습니다.”

-2년 동안 개발자로 일해본 소감은?

“개발자에겐 협업이 중요하더라고요.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도 디자인, 테크니컬 등 다른 파트와 대화하며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해요. 학생일 때는 몰랐던 부분이에요. 실무를 해보니 피드백이 빨리 이뤄지고 일에 쫓기긴 하지만 그만큼 일의 숙련도는 올라가요. 어려운 문제는 같이 고민하고 해결할 수도 있고요. 덕분에 저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개발이라는 게 정보가 많고 그걸 다 흡수하는 건 어려워요. 돌이켜보면 독학할 때 저도 그게 힘들었어요. 계속 배워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힘들지만 꾸준히 새로운 걸 시도하고 새로운 정보를 보다보면 어느날 실력이 늘어있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힘들어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껄 만들어보고 포트폴리오를 쌓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영어는 잘할수록 좋습니다. 개발자들의 대화도 자료도 영어가 중심이니까요.”

-앞으로의 꿈, 목표가 궁금합니다.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로 쓰여 있는 문서를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옮기는 언어 번역 프로그램을 뜻하는 컴파일러  개발에 흥미가 생겼어요. 언젠가는 애플에서 컴파일러 엔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다른 실력 있는 개발자들과도 일해보고도 싶습니다. 몇년 뒤에 대학에 가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일단은 멀리 보지 않고 가까운 미래부터 천천히 목표를 이뤄나가고 싶어요.”


◇2년 연속 애플 장학생 뽑혀 “코딩보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

전역을 한 달 앞두고 이재성씨는 군대에서 코딩을 시작했다. 전역을 앞두고 동기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재성씨는 건국대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코딩과는 거리가 멀었다. 코딩이 너무 어려워 쉬운 걸 찾다찾다 발견한 게 애플 iOS였다. 애플이 공개한 문서가 있으니 그걸 찾아보고 외국 개발자의 유료 강의를 찾아 들으며 앱 개발 과정을 익혔다.    

“새로운 아이디어 내는 걸 좋아해요. 코딩을 배우고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니까 상상만 하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더라고요. 제게 든든한 도구가 생긴 기분이었어요.”


센드버드 개발자 이재성씨는 아직 건국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센드버드코리아 제공


-WWDC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요?

“iOS를 공부하면서 애플에 관한 자료들도 많이 보게 됐어요. 2018년에 한국에서 WWDC 장학생이 처음 나왔더라고요. 장학생 제도에 대해 관심도 생겼고 제가 공부한 결과를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2019년에 처음으로 WWDC 장학생에 도전하게 됐죠.”

-WWDC에 출품했던 프로그램은 뭐였나요?

“2019년에는 심폐소생술을 증강현실(AR)로 알려주는 앱을 만들었어요. 제가 적십자 활동을 한 적 있는데 심폐소생술 대회에도 나간 적 있어요. 그때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증강현실(AR)로 알려주는 앱을 만들었어요. 태권도를 주제로 했습니다. 친형이 태권도를 배워서 앱을 만들 때 동작을 보여달라고 하곤 했어요.”

-WWDC 장학생으로 뽑힌 기분은 어땠어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벅차요. 꿈을 찾기 위해 제가 해온 도전에 대한 답을 얻은 기분이었어요. 개발자라는 꿈에 확신도 생기고 재미도 느꼈어요. 두번째 결과를 받았을 땐 기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더 컸어요. 회사에 들어와 일하면서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이론적인 부분도 부족하고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잘한다고 했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어요. 그때 받은 WWDC 장학생 선발 소식은 제게 큰 힘이 됐어요.”

-WWDC에 가본 소감은요?

“2019년엔 직접 미국에 가서 키노트 행사를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비행기나 기숙사 지원 등 혜택도 많았고요. 팀쿡을 직접 만날 순 없었지만 도전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전 세계의 애플 장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어요. 2020년 WWDC는 코로나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장학생이나 개발자와의 직접적인 교류가 없어 아쉬웠어요.”

-센드버드에선 언제부터 일했나요? 지금 하는 일은 뭔가요?

“WWDC 현장에서 만난 센드버드 iOS 개발자의 적극적인 인턴십 제의로 센드버드에 입사하게 됐고 2019년 6월부터 인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현재 iOS 개발을 하고 있어요. 센드버드 UIki팀에서 채팅 화면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아직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센드버드 입사를 결심한 이유는?

“iOS 개발의 방향이 달랐어요. 센드버드는 채팅 기술을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해요. 채팅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의 앱에 기능을 만들어주는 거죠. 아이폰 사용자가 아니라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가 된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개발자로서 가능성을 생각할 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하는 직장생활은 어렵지 않나요?

“24살에 조금 빨리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회사니까 당연히 상사, 부하 직원 같은 수직적인 관계가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수평적인 분위기에 호칭도 자유로워요. 상사가 상사라기보다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느낌이 더 커요. 업무도 할당 가능한 한계선을 지켜서 워라밸을 지킬 수 있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의 매력은?

“개발자는 자기가 상상했던 걸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마법사 같기도 해요. 작가는 상상을 소설로 풀어내고 화가는 상상한 걸 그림으로 그리잖아요. 개발자는 상상을 코딩으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개발자가 되기 위해 꼭 전공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개발의 시작은 창의력이에요. 개발자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직업이에요. 아이디어도 없이 코딩만 한다면 진정한 개발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딩에만 집중하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자기만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SNS를 보면서 사람들의 관심사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는?

“창업을 해서 많은 사람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센드버드가 스타트업이다보니 회사가 커가는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요. 대표도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고요. 이곳에서의 경험이 나중에 창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거고 그래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