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씨 사건 두고 “경찰·언론 못믿겠다” 음모론 기승

“음모론으로 돈 버는 것은 가짜뉴스 공장 유튜버들 뿐”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튜브 등 SNS에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식이다. 사망 전 손정민씨가 잠들어 있는데 그 옆에 친구 A씨가 쪼그리고 있는 사진을 올린 뒤 “A가 손씨에게 약물을 주입해 잠들게 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부검 결과 사망자에게서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A씨가 약물을 구입했거나 소지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다. 아예 사건과 무관한 영상을 올린 뒤 “제3의 인물이 손씨를 물에 던졌다”는 주장도 있다. 알고보니 한강에 쓰레기를 투척하던 사람들이었다. 최근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가 손씨 사망에 타살 증거가 현저히 낮다는 취지로 방송을 했다. 그러자 한 유튜버는 A씨의 변호사 정모씨가 형제인 SBS 보도본부 정모 부장에게 연락해 “A 에게 우호적인 내용을 방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가족도 지인도 아니라고 한다. 스토리도 엉성하다. 이 유튜버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부서와 뉴스보도 부서가 서로 다른 조직이라는 것도 몰랐나보다. 그런데 이런 조악한 가짜뉴스가 제법 먹힌다.

◇답답하다고 생사람 잡아도 되나?

송정애 대전지방경찰청장이 한강의대생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을 비판하며 ‘친구 A시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유튜브 영상. 송 청장의 사진을 무단 도용해 그럴듯하게 꾸민 가짜뉴스다. 송 청장 측은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에 대해 “음모론을 퍼트려 먹고 사는 유튜버들에겐 뜻밖의 호재”라고 말한다. 사망 경위에 결정적 증거가 없다. 손씨와 A씨가 마지막으로 함께 목격된 4월25일 오전 3시38분부터 행인이 누워있던 A씨를 깨운 4시27분까지 50분간의 행적을 알 수 없다. CCTV가 없기에 목격자 진술로 추정해야 한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한 상황으로 볼 때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이들은 답답하다. 서울 한 복판에서 멀쩡한 청년이 죽었는데 대체 왜 원인을 못찾는지 말이다. 이때 일부 유튜버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다. A씨와 손씨의 핸드폰이 바뀐 것, A씨가 신발을 버린 이유 등에 대해 경찰은 왜 설명하지 못하냐고 한다. 가뜩이나 경찰이나 언론에 대해 불신이 깊은 이들은 유튜버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유튜브 음모론의 입증책임은 유튜버가 아니라 가짜뉴스 피해자들에게 있다. 예컨대 한 유튜버가 “A의 친척 중에 경찰 고위직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방송 시청자들은 경찰이 나서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전까진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물론 그 후에도 계속 믿는 사람도 많다.

◇덕분에 월 4000만원 벌었네…

손정민씨가 사망한 한강시민공원에 누군가가 두고 간 글. /인터넷 화면 캡처

음모론 전문가인 얀 빌헬름 반 프로이엔 암스테르담대 교수는 “음모론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도구”라고 한다. 사건과 사건간 논리적 인과관계가 설명되지 않으니 비약을 한다. 범죄학자들은 “이런 주장을 정당한 의혹 제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엄연한 불법”이라고 강조한다. A씨의 가족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병원에 별점테러가 쏟아지며 ‘살인범 가족이 다니는 병원. 절대 가지 마시오’ 같은 악플이 달린다. 그런데 그 사이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유튜브 통계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 관련 영상을 올린 유튜브 계정 6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지난 한 달간 최대 3800만원에서 700만원을 벌어들였다는 추정치가 나왔다고 한다. 한 유튜버는 ‘증거를 확보하겠다’며 600만원가량의 후원 금액을 받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같은 가짜뉴스는 고인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수사를 방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엉뚱한 인물을 범죄자로 몰 수도 있다”며 “수위를 넘는다면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글 시시비비 가마돈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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