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사 후 일본 여행 필수템서 아이디어 얻어 개발
여행, 등산, 운동 후 찝찝할 땐 쓱 닦아주기만 하면 보송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일본은 홍콩, 대만과 더불어 가장 만만하게 다녀올 수 있는 나라 중 하나였다. 거리가 가까운 데다 물가 또한 비슷해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들까지도 쉽게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약속이나 한 듯 가방 하나 가득 쇼핑 필수템이라는 동전 파스와 간식, 메이크업 도구 등을 잔뜩 사 왔다. 여름철에는 특히 찝찝한 땀을 닦는 파우더 시트 제품을 꼭 챙겨왔다.


박종명 다비코퍼레이션 대표와 모델들./ 다비코퍼레이션



2017년 당시 화장품 사업 아이템을 찾던 박종명(44) 다비코퍼레이션 대표의 지인은 박 대표에게 이 파우더 시트 제품을 추천했다. 박 대표는 일본 여행객들의 가방마다 들어있는 제품이기에 수요는 검증이 끝났고, 점점 여름이 길어지는 우리나라 날씨를 생각해보면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원제품보다 더 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박 대표는 곧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여름을 겨냥해 만든 제품은 의외의 수요가 하나둘 늘어나며 사계절 내내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즉각적으로 땀을 흡수하고 파우더로 피부를 보송하게 만들어주는 에이올 파우더 시트를 개발한 박 대표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땀을 빠르게 닦아내고 파우더가 들어있어 피부를 보송하게 유지해주는 에이올 파우더 시트는 한 장씩 포장돼 있다. 사이즈는 A4용지만하다./ 다비코퍼레이션



-2017년 파우더 시트 제품을 출시했어요. 일본 제품을 본 지인의 추천으로 개발에 착수했는데 원 제품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일본 제품은 일반 물티슈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크기도 비슷하고 여러 장을 함께 포장한 제품을 한 장씩 뽑아 쓰는 점에서요. 하지만 저는 이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A4용지 사이즈만큼 티슈를 크게 만들어 티슈 한 장으로 찝찝함을 모두 닦아낼 수 있도록 했어요. 한 장씩 포장해 더 위생적으로 만들었고요.”

-제품을 출시할 때쯤 경쟁사들도 생겼다고요.

“네. 당시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채널에 제품 동영상을 만들어 홍보를 진행하는 비디오 커머스가 유행이었어요.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파우더 시트 제품을 홍보하기에는 제격인 플랫폼이었죠. 비디오 커머스를 통해 홍보를 하던 차에 경쟁사들이 생겨났어요. ‘경쟁사가 생기면 안 좋은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좋았어요. 경쟁사들 덕분에 제가 개발한 제품의 강점이 부각돼 반사이익을 봤거든요.”

-온라인 채널을 통한 홍보에 평소 관심이 있었나요.

“회사를 차리기 전 다음(현 카카오)과 현대카드에서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했어요. 잘 아는 분야이다 보니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커머스 활동을 할 수 있었죠.”

-퇴사 후 바로 파우더 시트를 만든 건가요. 안정적인 대기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2015년 3월 퇴사했어요. 처음에는 경력을 살려 온라인 서비스 쪽으로 창업을 하려고 했어요. 동업을 해보자는 선배와 함께 사업을 구상해봤는데 막상 온라인 서비스라는 게 투자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시장 반응이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캐시카우(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아이템)’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다음 본사가 제주에 있었고 현대카드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제주도로 출장을 자주 다녔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엄청 사가던 생각이 나더라고요. ‘화장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를 바탕으로 한 아이템으로요. 사무실도 아예 제주로 옮기고 화장품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지인 추천으로 일단 파우더 시트를 먼저 만든 거죠. 첫 파우더 시트에는 제주의 알로에와 창포 등이 들어갔어요.

회사를 다니다 창업을 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어요.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과연 내가 회사생활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를 자주 고민했거든요. 너무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40살이 되기 전에 시작하자 마음먹고 39살에 시작했어요. 사실 이런 퇴사가 가능했던 건 제가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점도 일부 작용했던 것 같아요. 결혼 후에도 물론 퇴사를 할 수 있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었다면 아마 더 망설이지 않았을까 해서요. 회사를 나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많이 말렸어요. 사실 저도 지금 사업한다고 하는 친구들을 보면 말립니다. 사업을 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그간 해보지 못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했으니까요.”


샤워하기 어려울 때 간편하게 뜯어 사용 가능한 에이올 파우더 시트./ 다비코퍼레이션


-화장품 관련 사업은 처음이었는데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이었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했어요. 무작정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국내외 제품 10여 가지를 사서 먼저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이를 통해 원단의 두께가 어느 정도는 돼야 사용 중 찢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지 등을 확인했고, 향도 어떤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청량감을 주는지 등을 체크했죠. 어느 정도의 에센스가 들어가야 촉촉하면서도 잘 휘발될 수 있는지 등도 세밀하게 테스트했고요. 수십차례 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보완한 뒤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제품으로 돌아가서 궁금한 점이 있어요. 파우더 시트 대신 사실 물티슈를 쓰면 되지 않나요?

“물티슈는 말 그대로 물을 머금은 티슈라 닦아내도 바로 증발이 안 돼요. 특히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땀을 닦아도 찝찝함이 그대로 남죠. 파우더 시트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어 닦는 순간 바로 휘발되면서 몸의 온도를 낮춰주고 파우더 성분이 피부를 보송하게 해줘요. 피부 진정 성분도 들어있어 지친 피부나 예민해진 피부에 휴식을 줄 수도 있죠.”

-이 파우더 시트도 데오드란트 제품처럼 닦으면 특유의 냄새가 나나요? 멘톨 성분이 들어있던데 그렇다면 멘톨향이 나나요? 아이라이너 같은 진한 화장품도 지워주던데 클렌징 티슈처럼도 쓸 수 있나요.

“에이올 파우더 시트는 데오드란트 제품은 아니지만 불쾌한 냄새와 땀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데오드란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요. 멘톨 성분을 포함하고 있지만 피부에 자극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청량감을 부여할 정도로만 아주 소량을 넣었어요. 향은 시원한 플로럴향이에요. 향도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최소화하며 만들었어요. 클렌징 티슈는 아니지만 연극하는 분들은 연습이나 공연 후 씻지를 못하니 파우더 시트로 화장을 지우고 몸을 닦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골프, 등산을 즐기는 모습./ 제시카, 이시영 인스타그램



-여름철 필수품으로 개발을 했는데 의외로 사계절 내내 잘 팔리는 제품이라고 해요. 파우더 시트는 어떤 용도로 많이 구매를 하나요.

“처음에는 정말 여름용 제품으로만 보고 접근을 했어요. 근데 판매를 하다 보니 사용처가 너무나 다양하더라고요. 마케팅도 그래서 사계절 제품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가장 의외였던 건 입원하시는 분들이 제품을 많이 구매를 한다는 거였어요. 입원을 하거나 수술을 하면 보통 편하게 씻을 수가 없잖아요. 찝찝하지만 참아야 하는 순간들도 많고요. 입원 전에 여러 개를 사서 본인도 쓰고 다른 분들도 나눠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점점 입소문이 난 것 같아요.

골프, 등산, 캠핑, 백패킹, 낚시 등을 즐기는 분들도 많이 구매를 해요. 코로나로 샤워가 금지된 운동시설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운동 후 샤워 티슈용으로 많이 쓰시고요. 올해 저희가 NC다이노스 스폰서로서 구단에 파우더 시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선수들도 이동 시 이 제품을 이용한다고 하더라고요. 최근에는 부산진구청에 코로나로 인해 고생하시는 의료진을 위에 파우더 시트를 기부하기도 했어요.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면 굉장히 땀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 쓰면 제격일 것 같아 기부했습니다.”


대나무와 에이올 파우더 시트 제품 특징./ 다비코퍼레이션



-코로나 이후 제품을 리뉴얼했다고 해요. 잘 팔리고 있었는데 리뉴얼을 한 이유가 있다면요.

“첫 제품은 레이온 부직포 원단으로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부직포 원단 대부분은 중국에서 수입을 해요. 근데 코로나로 부직포가 손 소독 티슈, 1회용 방호복, 마스크 등 코로나 방역 용품을 만드는 곳으로 다 들어가다 보니 수급이 어려워졌어요. 대안이 필요했어요.

마침 친환경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잖아요. 바로 연구에 착수해 친환경적인 대나무 원단으로 원단을 바꿨어요. 대나무 원단은 생분해가 가능하면서 내구성 또한 강해요. 대나무는 또 나무가 아니예요. 다년생 풀이에요. 나무는 최소 20년 이상 자라야 펄프의 원료가 되지만 대나무는 잘라내도 1년 만에 빠른 속도로 성장해요. 지속가능한 원료이면서 자연 분해되는 최적의 원단이죠. 물론 기존 원단에 비해 두 배 이상 가격이 비싸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하지만 환경과 트렌드를 생각해 과감하게 변경했어요.

원단뿐 아니라 피부에 자극을 조금 덜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기존 시트에 들어가던 제주 알로에와 창포 대신 동백, 유채꽃, 해조류, 감귤 등으로 원료를 바꿨어요. 라벤더, 마트리카리아 꽃 등 USDA(미국 농무부) 유기농 원료도 포함했고요. 비건 인증도 받았습니다. 1회용품에 그야말로 엄청 공을 들인 셈이죠. 리뉴얼로 원가가 많이 올랐지만 제품 가격은 이전과 비교해 거의 같은 수준이에요. 많은 분이 부담 없이 저희 제품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격을 많이 올리지 않았습니다.”



-에이올 파우더 시트 이외에도 화산송이 샴푸, 비정제 동백오일 천연샴푸, 용암해수 바디로션 등 제주의 물과 꽃 등을 이용한 헤어, 바디 제품들도 개발했어요.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화산송이 샴푸와 용암해수 트리트먼트예요. 두 제품 모두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죠. 요즘 헤어 제품을 보면 한 제품으로 관리에 필요한 과정들을 모두 끝낼 수 있다는 마케팅을 많이 하잖아요. 간편해 보이긴 하지만 한 가지 제품으로 여러 단계를 한 번에 해결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화학적 원료들이 많이 들어갔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요. 샴푸 또한 요즘에는 거품이 많이 나는 것, 머릿결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 나오는데 실질적으로는 세정력이 떨어지는 제품이 많아요.

저희는 거품이나 머릿결 보다는 자연유래 계면활성제(때를 씻어내는 성분)를 이용해 세정력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호불호가 있어요. 하지만 비싼 해외 제품을 쓰다가 저희 제품으로 돌아선 분들이 많아요. 특히 두피 트러블로 고생하다 정착한 분들이 많고요. 트리트먼트 역시 장기간 사용해보신 분들이 저희 제품을 계속 써주세요.”


친환경 콘셉트로 전 제품을 리뉴얼 중인 에이올./ 다비코퍼레이션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목표는 30억원입니다. 매출 이외로는 제품 리뉴얼과 수출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예요. 올 초부터 비건, 친환경을 콘셉트로 전체 제품을 리뉴얼하고 있어요. 리뉴얼 작업이 끝나면 유럽 파트너사와 함께 인증을 완료하고 유럽으로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