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밈으로 시작한 ‘민초 논쟁’
적극 상품화하는 식품업계들
MZ소비자는 “가성비보단 가잼비”


한정판으로 나온 민트초코맛 초코파이. /오리온


지난달 대상 청정원이 옥션에서 안주야 ‘혼술 선풍기’를 출시하자 하루 만에 물량 1200개가 다 팔렸다. 탁상용 선풍기에 술잔이 붙어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애초 간편식 안주 5종과 세트로 묶어 팔았지만, MZ 세대 소비자들이 열광하며 사실상 선풍기에 안주가 딸려오는 셈이 되었다. 물량이 적었어도 소셜미디어에 혼술 선풍기 인증 사진과 동영상이 돌면서 제품 홍보 효과가 컸다.


이처럼 요즘 식품업계는 MZ 세대의 흥미를 이끄는 기획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펀케팅(펀+마케팅)’ 전략이다. 사는 사람도 ‘맛보다는 재미로’ 이런 상품들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을 가져와 마케팅에 녹이기도 한다.


선풍기에 소주잔을 달아놓은 ‘혼술 선풍기’ /대상 청정원



팔도라면은 알바천국, GS25와 함께 지난 6일까지 특이한 아르바이트를 모집했다. ‘틈새빌런’ 500명과 ‘틈새수색단’ 50명이다. 틈새빌런은 팔도 틈새라면을 편의점 곳곳에 숨겨놓는 이를, 틈새수색단은 이를 찾는 이를 뜻한다. 알바천국에서 모집한 틈새빌런이 GS25 매장에 숨겨놓은 틈새라면을 틈새수색단이 찾는 이벤트이다. 이를 SNS에 인증하면 상품을 받는다.

인터넷 ‘짤’에서 착안한 마케팅이다. 제품명이 틈새라면이라서 매장 진열대 빈틈마다 라면을 끼워놓는 사람이 생겼고, 보다 못한 아르바이트생이 이를 찍어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 사이에서 개그코드로 유행했었다. 라면 자체를 팔려 하기보다는 브랜드를 친숙한 이미지로 가져가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틈새빌런이 숨겨놓은 ‘틈새라면’. /인터넷 캡쳐



인터넷 밈이 식품업계 트렌드가 된 대표적 사례가 ‘민트 초코맛 논쟁’이다. MZ세대는 호불호가 갈리는 이 맛을 두고 ‘민초단’과 ‘반(反)민초단’으로 편을 갈라 논다. 가수 아이유와 방탄소년단(BTS) 정국·제이홉이 대표적 민초단이다. 반면 방탄소년단 RM은 반(反)민초 선봉에 서 있다.

과거 탕수육 ‘찍먹파(소스를 찍어먹는 사람)’와 ‘부먹파(소스를 부어먹는 사람)’가 대립했던 양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초단 밈에 식품 업계가 적극 가세했다.

민트초코를 활용한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오리온은 여름 한정판으로 ‘민트초코파이’를 출시했다. 앞서 해태제과가 먼저 오예스 여름한정판으로 민트초코를 선보인 바 있다.



파리바게트는 민트 초코맛을 활용한 제품 7가지를 묶은 상품을 출시했다. /SPC



올 들어 파리바게트는 민트 초코맛 마카롱, 케이크, 도넛, 아이스바, 쉐이크 등 7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쿨 민초 컬렉션’을 선보였다. 서울우유와 동서식품 카누는 ‘민트초코라떼’를 출시했다. 배달의민족은 치킨용 민트초코소스를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런 상품에 민초단은 열광하고, 반민초단은 가벼운 조롱을 날린다.

‘민초 vs 반민초’ 밈에 편승한 이러한 마케팅은 실제로 판매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 4월 베스킨라빈스가 출시한 ‘민트초코봉봉’은 한 달간 싱글 레귤러 컵 300만개가 팔리며 신제품으로는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스타벅스가 내놓은 ‘민트 초콜릿 칩 블렌디드’도 2주 만에 50만잔을 팔았다.


팔도 비빔면 소스 맛을 활용한 베이커리 제품들. /SPC



맛보다 재미를 내세운 식품업계 ‘이색 혼종’은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파리바게뜨는 팔도와 협업해 비빔장을 활용한 ‘팔도 비빔빵’ 3종을 한정 출시했다. 지난 4월 말 공식 SNS 계정에서 ‘여름에 만나고 싶은 제품’ 투표를 진행해, 60% 이상 표를 얻어 개발한 상품이다. 역시 스테디셀러를 노린다기보다는 MZ세대 소비자와의 소통에 호응한다는 의미가 크다. 출시하기 무섭게 소셜미디어에는 구매 인증이 올라오고 있다. 한 20대 소비자는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올리려고 샀다”며 “음식보다는 좋아하는 브랜드의 재밌는 굿즈라고 생각하면 별로 돈이 아깝진 않다”고 했다. 파리바게트는 아이스크림 ‘비비빅’을 활용한 케이크와 음료를 최근 출시하기도 했다.

MZ 소비자의 인터넷 문화를 주시하다가 상품을 출시하는 식품업계 경향은 몇 년 전부터 꾸준하다. 작년에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가 치킨브랜드 교촌과 협업해 치킨맛 고로케를 내놓기도 했다. 이 상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20만개가 팔려 역대 최단시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앞서 ‘빙그레 귤맛 우유’, ‘포테토칩 육개장사발면맛’, ‘돼지바 시리얼’ 등이 있었다.

이처럼 재미에 지갑을 여는 MZ세대 트렌드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보다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가 MZ세대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잡는 모양새이다.

글 시시비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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