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웍스 정은정 대표
지리산 꿀에 천연재료 더한 ‘블렌딩허니’
13가지 새로운 맛·감각적 디자인으로 인기

꿀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이 회사가 만든 꿀을 알고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로컬웍스’는 경남 산청 지리산 일대에서 채집한 벌꿀에 천연 재료를 더해 ‘블렌딩허니’를 만든다. ‘워커비(WORKERBEE)’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내놓은 꿀만 레몬, 유자, 초코, 생강, 바닐라, 시나몬, 모히또, 라벤더, 얼그레이 등 13종에 달한다. 맛도 맛이지만 기존의 꿀과 달리 끈적거리지 않고 얼음물에도 잘 녹는 게 특징. 투명한 보틀과 색색의 라벨, 포장박스의 감각적인 디자인도 인기다. 로컬웍스 정은정(38) 대표에게 이 색다른 꿀을 만드는 이유를 물었다.

로컬웍스 정은정 대표. /로컬웍스 제공

-로컬웍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꿀 만드는 회사를 만들게 된 건가요?

“꿀은 제게 친숙한 소재예요. 할아버지께서 경남 산청에서 양봉업을 하셨거든요. 어릴 때부터  꿀과 벌을 자주 접했습니다. 산청은 지금도 양봉업이 활발합니다. 부모님이 산청으로 귀촌을 하시고 부모님댁을 오가며 지역 양봉농가의 현실도 알게 됐어요. 시골에선 꿀 가격이 수십년째 그대로여서 팔아도 돈이 되지 않더라고요. 친척이나 지인에게 근거 없이 좋은 꿀이라고 파는 일도 비일비재했고요. 꿀의 가치를 제대로 따지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8년 9월부터 사업파트너인 친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꿀 관련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새로운 일을 찾아 움직이는 제 모습이 꿀을 찾아다니는 일벌(workerbee) 같단 생각을 했어요. 우리 사회에선 자신의 자리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20~30대가 일벌과 닮았고요. 20~30대를 타깃으로 ‘워커비’라는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어요. 문제는 20~30대가 꿀을 잘 먹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걸 바꾸는 게 숙제가 됐죠. 로컬웍스는 2018년 12월 31일 법인 등록을 했고 2019년 1월 7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블렌딩허니’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해외 여행을 하면서 블렌딩허니를 자주 접했어요. 홈메이드로 집에서 만든 블렌딩허니부터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도 있었죠. 거기서 착안해 워커비만의 블렌딩허니를 만들었습니다. 익숙한 맛부터 트렌디한 맛 등을 꿀에 넣어가며 테스트했어요. 물이나 탄산수, 술, 음식에도 뿌려봤고요. 맨처음 출시한 제품은 레몬, 장미, 생강, 시나몬, 바닐라 그리고 아카시아였습니다. 지금은 모히또, 초코, 라벤더, 샤프란, 얼그레이 등이 추가됐어요.”


워커비 블렌딩 허니. /로컬웍스

-블렌딩허니의 특징은?

“꿀을 먹을 때 불편했던 점들을 개선했어요. 먼저 사용하기 편하도록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어요. 끈적거리는 꿀이 손에 묻거나 흐르지 않습니다. 가운데가 불룩해서 눌러서 양을 조절할 수 있고요. 소스나 잼, 케첩, 머스터드 처럼 테이블에 올려두고 자주 쓸 수 있도록 사이즈는 줄이고 디자인은 예쁘게 만들었어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플라스틱 용기 외에 30g 미니병과 10g 스틱형이 있어 양과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요. 또 블렌딩허니를 음료나 디저트로 즐기는 분들을 위해 차가운 물에서도 잘 녹을 수 있도록 냉수 용해속도를 개선했습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프로그램으로 기술적인 도움을 받았어요. 블렌딩허니는 탄산수, 얼음물에도 엉겨붙지 않고 잘 녹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꿀맛을 더 맛있게 즐기는 팁이 있다면?

“커피에 바닐라꿀 넣으면 바닐라향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진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초코꿀은 우유와 잘 어울립니다. 초코우유나 핫초코 대신 초코꿀을 넣은 우유를 추천합니다. 카카오에 국내산 꿀을 배합해 건강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우유에 얼그레이꿀도 추천해요. 밀크티의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제품이 있나요?

“집에서 간단하게 꿀떡을 만들 수 있는 ‘우리쌀 꿀떡 만들기’ 키트가 있어요. 꿀을 좋아하지 않아도 집에서 간단히 만들며 놀 수 있는 집콕 아이템이에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놀이, 데이트 아이템으로 추천합니다. 키트를 담아주는 틴케이스가 예뻐서 주문하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틴케이스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워커비 우리쌀 꿀떡 만들기 kit /로컬웍스 제공

-주원료인 꿀 수급은 어떻게 하나요?

“산청의 양봉농가에서 수급하고 부족분은 양봉농협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아카시아꿀과 잡화꿀을 쓰고 있어요. 처음 꿀을 구할 땐 쉽지 않았어요. 지역 농가에선 대부분의 꿀을 소량으로 판매하는데 드럼(288㎏)단위로 달라고 하니  평생 그렇게 팔아왔다, 왜 통째로 줘야 하나, 나는 뭘 파나, 어린애가 팔 수 있냐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품질 성적서까지 받아달라 하니 귀찮아했고요. 그런데 한 해가 지나니 그런 반응들이 사라졌어요. 성과가 생기니까 설득하기도 쉬워졌고요. 옆에서 우리 것도 팔아달라는 분들도 생겨서 든든합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꿀이 흉작이라 걱정입니다. 농가에서 평소분의 1/10밖에 수확하지 못했다고 해요. 실제 원가는 50%가까이 올랐는데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2년여동안 가격을 동결하고 버텨왔지만, 깊은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워커비 제품이 양봉농가를 돕고 벌꿀을 보호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적정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꿀을 매입하는 판로 확보가 되면 양봉농가는 벌 개체수를 늘리고 싶어해요. 연소득을 늘리기 위해서죠. 꽃이 없는 겨울 동안 벌을 유지하기 위해 사양(벌사료)를 먹여 저장된 사양꿀도 소득화가 된다면 벌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희는 사양꿀도 매입해 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씁니다. 꿀 소비가 늘어나면 꿀 수급량이 늘어나고 그럼 양봉농가가 꿀벌 개체 수를 늘리게 됩니다. 꿀 소비가 늘수록 사라지는 벌꿀을 보호할 수 있어요.”

-친환경도 고려했다고 해요.

“꿀을 담은 플라스틱 보틀은 100% 재활용할 수 있는 단일 소재 페트병이에요. 보틀에는 쉽게 떨어지는 리무버블 라벨을 부착했고요. 포장용 하얀색 종이 박스는 인쇄를 최소화한 무코팅 용지로 만들었어요. 불필요한 쓰레기를 최소화하되 포장 용기 등은 재활용 하기 쉬운 걸로 사용하고 있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이 회사가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를 중요하게 보기도 하지만 저희가 먼저 환경적인 부분을 고민하려고 합니다.”

스틱형 블렌딩 허니. /로컬웍스 제공

-로컬웍스가 세번째 창업이라고 들었어요. 창업이 쉽지 않을 텐데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있나요?

“2004년, 대학교 2학년 때 첫 창업을 했어요. 여성의류쇼핑몰이었어요. 제가 수능 끝나고 두타에서 알바한 적이 있는데 언니는 동대문도매상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도매와 소매, 동대문의 생리를 알게 된 덕분에 옷을 떼다 팔 수 있었어요. 학생에게 넉넉한 수입을 안겨줬었죠. 3년 정도 운영했을 때 쇼핑몰 창업붐이 일었는데 거기선 1등을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권리금을 받고 쇼핑몰을 팔았어요. 그렇게 받은 권리금을 씨드머니 삼아  2007년 이벤트 컨설팅 전문회사를 창업했어요. 돌잔치부터 시작해서 무대 연출까지 할 만큼 회사가 커졌는데 남의 행사를 챙기면서 정작 나는 행사에 못가고 있더라고요. 10년을 채우고 회사를 넘겼어요. 그리고 317일동안 외국으로 1년살이를 떠났습니다. 다시 돌아와 세번째 창업을 한 지도 3년이 다 되어 가네요. 사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인지 저는 어릴 때부터 취업보다 창업을 생각했어요. 창업만 하다보니 이제는 취업이 더 어렵네 느껴져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낯선 상황에 처해지는 것도 즐깁니다. 긴장감이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한 창업 중엔 지금이 가장 어려워요. 식품제조업이 정말 까다롭습니다. 갖춰야 할 제반 사항과 장벽이 정말 많아요. 그래도 전 동네 장사보다는 제대로 신뢰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었어요. 다행히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면서 기술이나 유통기한 문제, 양산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요.

“바로 지금이요. 올해 벌꿀이 흉작이에요. 작년도 흉작이었는데 올해가 더 심한 상황이에요. 보통 꿀을 저장해두는데 저장할 꿀이 없어서 꿀 창고가 비어가고 있어요. 기상 이변에다 전국적으로 전염병까지 돌면서 벌이 폐사하기도 하고요. 매출은 상승하고 있는데 원재료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 빨간 불이 켜졌어요. 하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뛰어난 세계 각국의 꿀을 소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수입산 꿀에 워커비만의 블랜딩 기술을 접목하고 역수출 상품으로 돌파하는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보람 있거나 뿌듯할 땐 언제인가요?

“저희에게 꿀을 많이 주려고 하는 농가가 많아졌어요. 그럴 땐 인정받는 느낌이라 뿌듯해요. 내년에 꿀을 더 많이 생산해 더 주겠다는 든든한 아군도 생겼어요. 양봉농가가 없으면 저희는 존재할 수 없어요.”

워커비 제품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있는 정은정 대표 /로컬웍스 제공

-앞으로의 목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되는 게 첫번째 목표예요. 로컬웍스는 지금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공장만 전용으로 쓰고 있어요. 쇼룸과 기업부설연구소, 공장이 있는 로컬웍스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꿀을 넘어서 로얄젤리나 프로폴리스, 천연 밀랍 등 양봉산물을 모두 가공하는 꿀 대표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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