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빌리티 이상민 대표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
“배달 대행 산업 혁신할 것”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지갑을 연 스타트업이 있다. 정확한 투자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마음을 움직인 이곳은 자율주행로봇 개발 스타트업 ‘뉴빌리티(Neubility)’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로봇으로 실외 배달대행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보유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외에도 퓨처플레이, 캡스톤파트너스, 신한캐피탈 등으로부터 14억원 상당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액만 약 50억원이다.

뉴빌리티는 24살 이상민 대표가 26명의 직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많은 투자사의 관심을 받고 있는 스타트업이지만 처음부터 창업을 준비했던 건 아니었다. 이상민 대표에게 천문우주학을 전공하던 천문학도가 창업한 계기를 들었다.





이상민 대표. /뉴빌리티 제공

이상민 대표가 우주 공학에 관심을 가진 건 2013년이었다. 이 대표는 “나로호 발사를 보고 우주에 꽂혔다. 우주보다는 우주 공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 관심은 계속 이어져 ‘우주변기’ 개발까지 이어졌다. 우주변기는 고장이 많은 우주정거장에서 사용하는 화장실 변기를 개선한 아이디어다.

“우주 관련 뉴스를 보다가 우주정거장 변기가 자주 고장이 난다는 걸 발견했어요.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변기 고장을 못 고치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현재 문제점, 관련 특허, 설계도 등을 찾아봤어요. 그렇게 3명의 팀원을 더 구해 미국의 청소년 아이디어 공모전 ‘콘래드 스피릿 오브 이노베이션 챌린지(Conrad Spirit Of Innovation Challenge)’ 항공우주 부문에 참가했습니다.”

이들이 설계한 무동력 우주변기는 수압과 원심력으로만 배설물을 처리한다. 이 우주변기는 나선형으로 생겼다. 우주비행사가 볼일을 보면 고속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이 배설물을 쓸고 내려간다. 이때 원심력으로 대변과 소변이 분리된다. 복잡한 기술과 전력 사용 때문에 고장나는 걸 파악하고 설계한 것이다. 이상민 대표 팀은 이 아이디어로 항공우주 부문에서 1위를 했다. 나사(NASA)견학, 특허등록 지원 등 다양한 혜택도 받았다.

과거 우주변기로 공모전 1위를 하고 언론에 보도된 모습. /KBS방송화면 캡처

대학에서도 천문우주학을 전공했다. 연구할 사무실이 갖고 싶던 이 대표는 로켓동아리도 운영했다. 6명의 팀원과 함께 사무실을 얻어 로켓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사무실 월세, 연구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윤민창의투자재단에 지원해 투자를 받았다. 사업 역시 로봇이나 자율 주행이 아닌 로켓 관련이었다.

“투자를 받고 1년 반 정도 하다 보니까 돈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때 막연하게 스타트업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어요. 지금까지 연구했던 걸 정리해 투자사에 메일을 보냈고 퓨처플레이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님과 미팅 후 제대로 된 창업에 눈을 떴죠. 6개월 동안 사업 기초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다만 그때는 사업 아이템이 없었어요. 용역 개발을 맡아 하면서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찾는 시기였죠. 그러다 우리가 잘하는 영역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자율주행이었습니다.

자율주행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3개입니다. 드론, 자동차, 로봇입니다. 항공우주를 전공해 드론의 한계를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항공법 이슈도 너무 강력하죠. 자동차는 이미 생산 과정이 정해져 있어요. 그 과정에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동차를 잘 몰랐습니다. 로봇은 생산 과정이 업체마다 다릅니다. 또 자동차와 달리 아직 시장에 거대 기업이 없어요. 로봇 중에서도 실내 서빙로봇은 이미 제품이 많지만 실외 배달 로봇은 없습니다. 규제 역시 좋은 방향으로 풀리고 있고 함께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상민 대표는 2017년 뉴빌리티라는 스타트업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자율 주행 기술은 보통 라이다 센서를 기반으로 한다. 라이다는 빛을 쏴서 물체에 닿고 다시 돌아오는 속도를 측정해 거리를 알아내고 형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대표는 라이다 대신 카메라를 택했다.

“배달 기사를 대체할 로봇이라면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라이다는 정밀한 센서기 때문에 가격이 비쌉니다. 이 센서를 달면 배달 로봇 한 대당 3000만원대에 달해요. 저희는 처음부터 로봇을 400만원 대에 제작하자는 가격 기준을 정해놓고 시작했죠. 또 라이다 센서는 빛을 쏘는데, 비나 눈이 오면 빛이 꺾여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배달은 눈이나 비가 올 때 더 필요한데 라이더 센서로는 한계가 있는 셈이죠. 더욱 정밀한 도심 주행에도 카메라 기반 기술이 더 필요합니다. 주변 환경 이미지 데이터를 축적하고 학습한다면 더 뛰어난 주행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시장이 원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라이더 센서 대신 카메라를 택했습니다. 카메라 기반으로 위치 추정, 경로 설정 등 기술을 개발했죠. 저희 뉴빌리티는 최고의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닌 정해진 가격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소프트웨어만 개발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은 로봇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고 로봇개발을 함께했다.


“자율주행 로봇 초창기 버전을 ‘링크’라고 불렀습니다. 링크는 세 번째 버전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때 기구 설계를 잘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같은 소프트웨어라도 하드웨어를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성능차이가 20~30배 나기 때문이에요. 링크 다음 버전이 ‘뉴비’입니다. 뉴비 버전 1부터는 로봇 설계 전문가를 모셔서 개발을 함께했습니다. 가장 최근 버전이 뉴비 3입니다. 링크1부터 뉴비3까지 1년 2개월에 걸쳐 개발했습니다.

이미 2021년 7월 뉴비의 주행 수준은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올 10월에는 시범 운행도 시작합니다. 인천 송도, 강남 3구, 여의도, 종로구에서 뉴비가 직접 음식을 배달할 예정이에요. 이번 시범 운행은 치킨 브랜드와 편의점이 함께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복잡한 도심에서의 주행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보완하고 서비스 부문에서는 소비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예정입니다.”

곧 시범 운행 시작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뉴빌리티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많다. 아직 국내에서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을 자유롭게 운행하기에는 생활물류법, 도로교통법, 공원녹지법 등 많은 규제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로봇 뉴비는 계속해서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주행한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미지 데이터를 3일 이상 보관하거나 수집할 수 없다. 데이터 축적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이상민 대표는 “이런 규제를 시대 흐름에 맞게 마스킹, 블러 처리 등 적절한 방법을 찾아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빌리티가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 로봇 ‘뉴비’. /뉴빌리티 제공

자율 주행 산업 관련 규제는 물론 뉴빌리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극복해야 했던 큰 숙제기도 했다.

“사실 소비자나 투자사가 로봇 배달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피칭할 기회조차 없었어요. 우리 비전에 공감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 투자 받기도 어려웠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급성장했어요. 자율 주행 배달 로봇 시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반기부터는 투자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이런 저희를 믿고 초창기에 투자해 주신 만도 김윤기 상무님,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님께 감사해요. 저희가 이 분야에 들어올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 주신 셈입니다.”

지금은 큰 벤처사로부터 투자 유치도 하고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는 미래가 창창한 스타트업이지만 이상민 대표는 배고팠던 과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추운 겨울 돈이 없어 동료들과 사무실에서 물을 끓여가며 몸을 녹였던 때가 잊히지 않는다. 그때는 투자사를 만나거나 지원 사업 발표 자리에서 ‘너무 어려서 사업 리스크가 크다’, ‘군대나 다녀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게 가장 힘들 때 함께한 동료와 으쌰으쌰하던 우리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바닥부터 시작해 한 단계, 한 단계씩 성장해온 뉴빌리티의 목표는 고착화돼있는 배달대행 산업을 로봇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가까운 목표는 뉴비의 상용화이고 배달 로봇 관련 규제를 풀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거예요. 사실 최종 목표는 정해 놓지 않습니다. 목표를 정해놨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오늘을 충실히 지내면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그 큰일을 해내는 조직이 되고 싶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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