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물 활용하는 기업들

15만톤. 2019년 기준 전 세계에서 1년에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 양입니다. 커피 소비량이 많은 만큼 커피를 내리고 남은 커피 부산물의 양도 만만치 않은 셈이죠. 실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위해 필요한 원두는 15g 정도입니다. 이때 커피를 만드는 데 쓰이는 원두는 0.2%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8%는 모두 커피 찌꺼기로 나와 버려집니다.

많은 양의 커피 부산물은 과거에 그냥 버려지던 쓰레기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한 곳에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은 탄소 성분이 50% 이상인 커피 부산물의 특성을 살려 숯으로 만듭니다. 다른 곳은 뷰티 제품으로도 가공하죠. 최근 커피 찌꺼기 외에도 부산물들이 각 산업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가공되기 전 맥주박(왼쪽). 맥주박과 식혜박으로 만든 에너지바(오른쪽). /SBS방송화면 캡처, 리하베스트 제공

맥주박→에너지바·대체 밀가루·피자

커피뿐 아니라 맥주 역시 부산물이 많이 나옵니다. 이를 맥주박이라고 부르는데요, 국내에서만 연 41만톤이 만들어집니다. 단백질, 식이섬유 등 영양분이 풍부한 맥주박은 45% 정도가 사료나 퇴비 등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버려집니다. 이때 들어가는 환경 부담금은 연 280억원, 탄소 배출량도 만만치 않죠.

푸드업사이클링 기업 ‘리하베스트’는 영양 성분이 풍부한 맥주 박의 특성을 활용해 에너지바, 대체 밀가루 등 새로운 먹거리를 만듭니다. 리하베스트는 9개월 넘게 연구해 부산물 원료화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리하베스트는 자외선과 원적외선으로 맥주박을 사전 처리하고 전용 세척용액으로 살균한다고 합니다. 이때 피드백 제어(기계 스스로 제어의 필요성을 판단하여 계속 수정 반복 동작하여 원하는 값을 얻는 방식)를 통해 원료의 영양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건조합니다. 세척과 건조 작업을 거친 후에는 부산물을 최대한 곱게 갈면서 이물을 분리합니다.

이렇게 가공한 원료로 다양한 제품을 만듭니다. 같은 공정으로 가공한 식혜 부산물과 맥주박에서 추출한 원료를 섞어 대체 밀가루 ‘리너지 가루’를 만들었습니다. 밀가루보다 단백질은 2배, 식이섬유는 20배 많이 함유돼 있고 탄수화물과 당류는 거의 없어 칼로리는 밀가루보다 40% 적은 것이 특징이죠. 또 OB맥주에서 나오는 맥주 부산물을 받아 에너지바인 ‘리너지바’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리너지바는 올해 1분기에만 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맛과 품질을 인증한 셈이죠. 카브루 맥주에서 나오는 맥주박으로는 원료를 만들어 다시 기업으로 보냅니다. 카브루 맥주는 이 원료로 피자 도우를 만들죠.

이렇게 리하베스트는 맥주를 만드는 주류 기업과 협업해 맥주박을 제공받습니다. 리하베스트는 제품을 만들고 주류 기업은 부산물을 처리하면서 환경 부담금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우뭇가사리 추출물로 만든 양갱(왼쪽)과 양갱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만든 계란판(오른쪽). /마린이노베이션 제공

해조류→계란판·포장 용기

해조류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기존 제품을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있습니다. 마린이노베이션은 해조류 추출물로 화장품 원료와 생분해 비닐봉지를 만듭니다. 이 기업의 제품은 사용 후 폐기했을 때 생분해됩니다. 이때 해조류 추출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기존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과 달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죠.

또 마린이노베이션은 해조류 추출물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나서 나오는 부산물에도 집중했습니다. 양갱을 만들기 위해 우뭇가사리에서 해당 성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활용해 계란판을 만들었습니다. 이 계란판은 공정 과정이 일반 종이보다 1/3 수준으로 간단하고 생산시간도 짧습니다. 그래서 펄프로 만든 종이 계란판보다 저렴하죠.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친환경 종이 제품 중에 생산 단가로 따지면 가장 저렴할 것이라고 자부했습니다. 그는 “일반적으로 친환경 제품이라고 하면 비쌉니다. 미국 스타트업 롤리웨어가 만든 머그컵은 컵 하나에 우리 돈으로 7000원이나 해요. 신기해서 한 번은 사볼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일회용품 수요를 맞추진 못하는 가격이죠. 부담 없는 가격에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우뭇가사리 부산물 계란판은 ‘2021 월드스타 글로벌패키징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해외에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슬래그로 만든 인공어초 트리톤(왼쪽), 포스코 최정우 회장과 직원이 규산질 슬래그 비료를 뿌리고 있다(오른쪽). /포스코 제공

철강→비료·인공어초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제품을 만들고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철강 기업 포스코는 철강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친환경 비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고 남은 부산물을 슬래그라고 합니다. 포스코는 이 슬래그를 건조하고 분쇄하는 과정을 거쳐 알갱이 형태의 비료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친환경 비료는 벼의 광합성을 촉진하고 줄기를 튼튼하게 하는 가용성규산 약 30%, 토양개량을 돕는 알칼리분 약 48%으로 구성돼있습니다. 규산은 벼의 줄기를 3배 이상 강하게 만듭니다. 튼튼한 줄기로 자연을 이겨내 수확량을 10~15% 증대하는 것이죠. 실제로 쌀 수확량이 7% 이상 높아졌습니다. 비료를 사용한 경우 벼의 이삭 수와 등숙률(벼 이삭이 익은 정도)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 친환경 규산 슬래그 비료는 비료에 포함된 철이온이 논에서 나오는 메탄양을 15~20%가량 감소합니다. 포스코는 비료가 연 약 110만~15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슬래그 비료 수요가 늘어나면 농가 소득은 물론 지구 대기 환경 보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포스코는 슬래그로 인공 어초 ‘트리톤’을 개발했습니다. 슬래그로 만든 인공어초는 광합성, 단백질 합성 필수 요소인 칼슘과 철 함량이 높아 바다 생물에게 최적의 생장 조건을 제공하죠.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짧은 시간에 회복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포스코는 지금까지 국내 30여 곳의 바다숲에 총 7654기의 트리톤 제작을 지원했습니다. 바다숲 조성으로 클린오션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