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열기는 여전하다. 투혼과 감동의 경기가 연일 화제가 되면서 올림픽 스타들이 대거 탄생했다. 이들의 활약은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안겼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에서 선수 못지 않게 활약이 돋보인 이들이 있다. 직업도 생소한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해 더욱 주목 받았다. 올림픽 스타만큼 빛나는 조연들이다.

◇여자배구 대표팀 통역사

외국인 감독이나 코치의 경우 낯선 땅에서 선수들에게 바른 지도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언어장벽 때문이다. 스포츠 통역사는 외국에서 영입한 감독이나 코치, 선수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언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의도와 의미를 정확히 전달해 감독 및 코치와 선수의 정신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여자배구 대표팀 통역사 최윤지가 작전타임 중 통역하는 모습. /KBS2 캡처



여자배구 대표팀 통역사 최윤지가 작전타임 중 통역하는 모습. /MBCNEWS 캡처


최근 도쿄올림픽에서 이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화제가 된 통역사가 있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통역사 최윤지(30)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타임아웃을 십분 활용해 다수의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작전타임 때마다 최윤지 통역사는  감독의 입이 돼 선수들을 격려하고 조언했다. 그녀가 통역하는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 담겼다. 경기 중 위기의 순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은 버리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지키면 돼”라고 하는 등 감독의 말을 전했다



최윤지 통역사. / 최윤지 인스타그램



최윤지 통역사. / 최윤지 인스타그램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과 최윤지 통역사. / 최윤지 인스타그램



최윤지 통역사는 현재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삼공사, 현대건설을 거쳐 흥국생명에서 일하고 있으며, 배구 비시즌에는 다른 곳에서 단기 통역을 맡거나 휴식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학교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그녀는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에도 능통하다. 스포츠와 관련한 구직 활동 중 통역사 길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지 통역사는 외국인 감독과 코치, 선수와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통역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감독의 말을 전달해야 하는 만큼 통역이 아닌 감독의 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윤지 인스타그램



현재 배구 종목에서 베테랑 통역사이지만 초기에는 배구 용어를 몰라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스포츠 통역사는 일상적인 외국어 능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맡은 스포츠 분야 지식에도 능통해야 한다. 또 통역을 맡은 코치나 감독, 선수 나라에 대한 문화나 사고를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최윤지 통역사는 “외국인 코치 스태프, 선수들과 한 몸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희로애락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선수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소통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핑 해설위원

도쿄올림픽 당시 해설위원 활약으로 화제가 된 종목이 있다. ‘서핑’이다. 서핑은 이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첫 선을 보였다. 해설자는 송민(42) 대한서핑협회 이사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겸직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서핑 장비 유통 업체를 운영하며 다양한 서핑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민 해설위원. /송민 인스타그램



송민 해설위원. /송민 인스타그램



/유튜브 ‘KBSNEWS’ 댓글창 캡처

송민 해설위원은 “똑같은 파도는 절대 오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아마 서핑이 인생하고 닮은 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등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KBS는 그가 중계한 방송을 재편집해 유튜브에 게재했다. 영상 조회수는 337만회를 넘어섰다. 시청자들이 그의 해설을 칭찬한 이유는 생소한 종목인 서핑 룰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또 결승에 오른 선수들의 인생 스토리도 함께 들려줘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를 테면 결승에 오른 브라질 페레이라 선수의 성장 환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전해 그가 우승했을 때 시청자들이 감동을 더 크게 느꼈다. 송민 위원은 페레이라 선수가 브라질 빈민촌에서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 일터에서 아이스박스 뚜껑을 보드처럼 이용해 서핑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해설을 맡은 이유에 대해 “국내 선수 출전은 하지 못했지만, 서핑 종목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송민 해설위원은 호주 유학 당시 서핑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는 시드니 공대에서 회계학과 스포츠경영을 전공했다. 어학원을 다니는 동안 홈스테이 가족이 서핑을 배워보라고 권유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용돈을 아껴 장비를 사고 서핑을 시작했다고 한다. 2008년 호주에서 직접 장비를 구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서핑을 업으로 삼게 됐다.


서핑하는 모습의 송민 해설위원. /송민 인스타그램



서핑하는 모습의 송민 해설위원. /송민 인스타그램



그는 현재 스포츠로서 국내 서핑은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했다. 2차 대전 후부터 서핑 역사가 시작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2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코리아서프리그라는 프로서핑리그를 운영하고 있다”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선수촌 영양사

도쿄올림픽 기간 동안 대한민국 선수단에게 제공된 도시락도 크게 주목 받았다. 한정숙 영양사 지휘 아래 만들어진 도시락이다. 국산 식자재로 만들어 맛과 영양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한정숙 영양사. /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캡처



도쿄올림픽 한국 급식센터. /온라인 커뮤니티



도쿄올림픽 한국 급식센터. /온라인 커뮤니티



한식 도시락. /온라인 커뮤니티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근처에 급식센터를 따로 만들어 운영했다.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사용한 식사가 국내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급식센터는 한정숙 영양사를 비롯해 검식사, 조리사 등 총 28명으로 구성됐다. 하루 평균 425끼, 대회 기간 8500끼의 도시락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숙 영양사는 태릉·진전 선수촌에서 34년간 영양사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선수촌에서 꽃등심 스테이크, 전복, 오리백숙, 장어 등 매 끼니마다 영양 잡힌 식사를 제공해왔다. 또 생일을 맞은 선수들에게는 미역국을 끓여주기도 해 선수들 사이에서는 ‘어머니’같은 존재로 통한다고 한다. 한정숙 영양사 역시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자식들 뒷바라지 하는 데 전념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연경 선수가 남긴 도시락 후기. /진종오 인스타그램



진종오 선수가 남긴 도시락 후기. /진종오 인스타그램



한정숙 영양사는 2012 런던올림픽, 2014 소치동계올림픽 지원 센터에도 다녀온 베테랑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30일치 하루 세끼 메뉴를 짜온 후 올림픽 기간 매일 오전 4시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했다. 그녀는 “코로나19, 일본 후쿠시마산 식자재 등 어려운 상황에서 열리는 올림픽인만큼 끝까지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도시락을 선수들에게 제공해 만족감을 높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연경, 진종오 등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그녀가 만든 도시락에 극찬을 보냈다.

글 시시비비 이은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