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소믈리에. /jobsN



워터소믈리에는 고객의 취향이나 주문한 음식에 어울리는 물을 추천하는 일을 한다.  21세기에 생긴 직업으로 웰빙 바람을 타고 급성장하고 있다. 2014년 교육부가 선정한 3대 유망직업으로 뽑혔고, 2025년 국내 유망직종 100위 안에 들기도 했다.

대학 시절 ‘물’에 빠져 워터소믈리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금까지 마셔본 물만 1000여가지에 달한다. 2014년에는 워터소믈리에 국가대표 부문 경기대회에서 우승했다. 워터 소믈리에이자 생수 유통·컨설팅 회사 ‘더좋은물’을 운영하는 김하늘(31) 부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하늘 소믈리에. /jobsN



-자기소개해 주세요.

“워터소믈리에 김하늘입니다. 현재 ‘더좋은물’ 부사장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소믈리에에서 파생한 말이에요. 소믈리에가 와인을 관리하면서 고객의 취향을 파악해 와인을 추천한다면 워터소믈리에는 고객의 취향이나 주문한 음식에 어울리는 물을 추천하는 일을 합니다.”

-일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엔 물이 아닌 와인을 먼저 공부했어요. 경희대학교에서 외식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와인을 접했습니다. 교내 와인 학회에서 활동하면서 2009년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어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향과 맛으로 와인 품종을 곧잘 맞춰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죠.

와인과 전통주를 공부하던 중 2012년 교수님의 소개로 워터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미래 이색 직업으로 떠오른다는 점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또 주류와 달리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눈여 봤죠. 와인이나 전통주와 달리 새로 생긴 분야라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좋았죠.

그러던 중 산학협력으로 프랑스 남부지역의 유명한 와이너리인 샤토 몽투스(Chateau Montus)’에 갔습니다. 직접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 과정도 배우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우연히 생필품을 사러 대형마트인 까르푸에 갔는데, 수많은 종류의 물을 접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해 갈 때마다 여러 종류의 물을 사 왔어요. 대부분 로컬 브랜드로 처음 보는 물이 많았는데 물병의 크기부터 모양까지 다양했습니다. 물에 관심이 있던 터라 사 온 물을 사진 찍고 테이스팅 노트도 만들었어요.

어느 날 일행들과 저녁에 컵라면을 먹으려고 했어요. 한국에서 하던 대로 커피포트에 수돗물을 담아 끓였죠. 한 입 먹고 났는데 라면에서 치약 맛이 났어요. 다들 어리둥절해 했죠. 일행 한 명이 혹시 수돗물을 끓였냐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수돗물의 불소가 문제였습니다. 근처에 있는 프랑스 남부 피레네산맥 영향으로 수돗물에 불소 함량이 높았던 거죠. 그때 처음으로 유럽인들이 물을 사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이후 까르푸에서 사 왔던 생수로 다시 한번 컵라면을 끓였어요. 역시나 치약 맛이 났어요. 분명 수돗물이 아닌 생수를 끓였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생수의 라벨을 살펴봤더니 불소 함유량이 높은 생수였습니다. 생수라고 해도 종류가 다 다르고, 상황과 때에 맞게 쓰는 물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수십 가지의 다양한 물이 있는 이유와 물을 골라 마시는 까닭을 안 거죠. 그때부터 물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워터소믈리에를 준비했습니다. 2014년 대학교 4학년 때는 더 많은 경험을 쌓고자 강남 신세계 백화점에 있는 워터바에서 1년간 일했습니다. 70여가지 다양한 물을 판매했어요. 평일에는 하루 평균 400명, 주말에는 1000여명의 고객을 맞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만 수백만원어치 사가는 손님, 특정 브랜드의 물만 고집하는 손님, 건강 상태에 따라 물을 골라 마시는 손님 등 현장에서 다양한 사례를 접했습니다. 테이스팅 노트를 정리하면서 고객의 연령대, 취향 등에 맞게 물을 추천했어요. 고객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데이터를 쌓았죠.

이전에 와인을 공부했던 터라 다른 사람보다 테이스팅에 익숙했어요. 다른 사람이 어려워하는 워터 블라인드 테이스팅 때도 와인 테이스팅 방법으로 제법 맞출 수 있었죠.”

2014년 김하늘씨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 주최한 제4회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해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자격을 얻었다. 2015년 5회 대회 땐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연속 입상했다.



-물 테이스팅 방법이 궁금합니다.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것과 비슷해요. 먼저 시각적으로 봐요. 물의 투명함, 점도 등을 보죠. 탄산수의 경우 기포의 크기, 양 등을 봅니다. 다음은 후각적으로 평가합니다. 물에서 나는 향이 있는지 봐요. 물에서 향이 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숲에 가면 맡을 수 있는 피톤치드 향 등이 물에서 나기도 해요. 상쾌한 새벽 공기 같은 향이죠. 반대로 보관을 잘못한 경우 흙, 모래, 페인트, 페트병, 젖은 박스, 종이, 유리 향 등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미각 평가를 합니다. 물의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등을 평가해요. 또 물의 부드러움, 무게 등 구강 촉감까지 느낍니다. 보통 칼슘과 칼륨은 단맛을 내고, 마그네슘과 나트륨은 쓰고 짠맛을 냅니다. 산성은 신맛을 내요.

지금까지 마셔본 물만 1000여가지에 달합니다. 물마다 특색이 달라요. 그래서 상황이나 음식에 따라 물을 선택해서 마십니다. 예를 들어 음주 후 자기 전이나 숙취가 있는 아침에는 이탈리아 탄산수를 마셔요. 이탈리아 탄산수는 보통 황산이온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황산이온은 이뇨작용을 촉진해 노폐물 배출에 효과가 있죠. 또 심혈관계 질환에 효과가 있는 해양심층수는 하루에 한 병정도 꾸준히 마시려고 합니다.”

워터 소믈리에는 2001년 뉴욕 리츠칼튼호텔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요리에 어울리는 물을 골라주는 전문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국내 최초의 워터 카페가 문을 열면서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알려졌다. 이후 2011년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한국 워터소믈리에협회를 창설해 한국수자원공사 K-water 수질연구센터와 함께 워터소믈리에 소믈리에 교육·검정 과정을 도입했다. 워터소믈리에가 되려면 협회에서 주관하는 전문 교육을 받고 자격 검정을 거쳐 민간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워터소믈리에는 전세계 1000명 이상으로 추산하는데 그 중 500여명이 한국인으로 가장 많다. 아카데미에서 자격을 취득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 협회, 대학기관 등이 협력해 체계적으로 교육 과정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김하늘 소믈리에. /jobsN



-워터소믈리에를 하려면 절대미각이어야 하나요. 필요한 역량이 궁금합니다.

“타고난 재능보다는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하고 연습하면 실력이 늘어요. 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고객에게 물을 추천한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해야 해요. 또 해외에서도 수요가 많아 영어를 잘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상적인 물의 기준이 있나요.

“자신의 입맛에 맞는 물이 가장 이상적인 물이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릅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치킨 브랜드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예요. 일반적으로는 인체에 무해하고 오염물질 없는 물을 좋은 물이라고 해요. 미네랄 산소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많은 물이죠. 반대로 향이나 맛이 오염되고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있는 물은 안 좋은 물이라고 봅니다.”

-식사 자리에서 워터 페어링이 왜 중요한가요.

“해산물, 육류, 튀김 등에 어울리는 물이 따로 있어요. 그래서 손님이 주문하는 음식 종류를 고려해 물을 추천합니다. 미쉐린 가이드 싱가포르의 한 칼럼니스트가 ‘잘못 선택한 물은 당신의 테이블을 망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물이 70점짜리의 식사를 90점으로 만들진 못하지만, 90점짜리를 50점으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실제로 워터 페어링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어요. 평소 테이스팅을 위해 항상 차 안에 생수 4~5가지를 싣고 다녀요. 여행 갈 때도 마찬가지죠. 여러 종류의 생수를 챙겨 다니면서 각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물을 찾아 마시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안면도에서 생선회와 게국지를 먹었는데, 해양심층수와 페어링해서 먹었어요. 별다른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죠. 이후 비교 페어링을 위해 식당에서 주는 정수기 물을 마셨어요. 컵에 두 번째 입을 대니 물이 너무 비려 더 마시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린내가 입에 계속 남아 음식 맛도 역하게 느껴졌죠. 다시 해양심층수로 입을 헹구고 먹었더니 비릿함이 가시고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약간의 짠맛과 쓴맛을 내는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해양심층수가 해산물의 비릿함을 상쇄시킨 거였어요.

이렇게 완벽한 미식 경험을 위해서 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워터소믈리에는 레스토랑 음식에 어울리는 워터 리스트를 추천해 주고, 워터 매출을 끌어올리는 일도 합니다. 최현석 셰프의 레스토랑 ‘초이닷’의 워터 리스트를 직접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음식과 어울리는 다양한 물을 추천했어요. 한 달 만에 워터 매출만 900만원이 나오면서 매출 증대에 도움을 줬습니다.



워터소믈리에 김하늘씨. /jobsN



김씨는 세계적인 프리미엄 워터 전문 품평회인 파인 워터스(Fine Waters) 국제 워터 품평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2019년에는 물 유통·컨설팅 회사인 ‘더 좋은 물’을 창업했다. 현재 부사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물 브랜드 ‘제주용암수’를 론칭하고 GS25편의점, 조선팰리스호텔, 각종 레스토랑, 온라인 홈페이지 등에 납품하고 있다. 또 레스토랑 등에 워터 컨설팅 교육도 한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인지 궁금합니다.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직업은 아니라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음료 시장에서 생수 매출이 크게 늘고 있어요. 건강과 취향에 따라 물에 관심을 두고 사서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죠. 물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워터 소믈리에의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이미 커피, 와인 등 다른 분야의 소믈리에는 포화상태인데, 워터소믈리에는 그렇지 않아요.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력 있는 직업으로 성장할 거로 봅니다.

또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워터소믈리에를 채용하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어요. 고객의 취향과 입맛, 요구사항에 맞게 물을 판매해 매출을 높이는 레스토랑이 늘면서 기회가 더 많아질 거로 생각합니다. 두바이, 뉴욕 등에서는 식사 한 끼에 수십만원어치 물이 팔리기도 해요. 물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레스토랑뿐 아니라 호텔, 병원 등에서도 워터소믈리에의 필요성이 더 커질 거로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워터소믈리에라는 직업을 더 알리고 싶어요. 미래에는 더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길을 더 열어주고 싶습니다. 또 사업을 확장해 판매 상품을 늘리고 싶어요. 고객에게 물을 추천해주는 앱도 만들고 싶습니다.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개개인에게 맛있고 건강한 물을 제안하고 싶어요.”

글 시시비비 귤
시시비비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