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지우지 마세요, 10초면 됩니다’, 여심 꿰뚫은 창업가




룰루랩 최용준 대표 

피부 스캔부터 제품 추천까지 10초 안에 끝내는 ‘AI 뷰티 솔루션’ 개발 

“국내, 해외 동시 공략…피부 데이터로 질병 예측 도전”


화장을 지우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작은 기기 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눈을 떴더니 ‘피부 나이’와 ‘최대 취약점’이 기기와 연결된 디바이스 화면에 나타났다. 주름, 색소침착, 붉은기, 모공, 피지, 트러블 등 세부항목별 ‘피부 점수’도 보여줬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피부를 분석하는 ‘루미니’의 성능이다. 루미니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 출신의 최용준(32) 대표가 만든 AI 뷰티 솔루션이다. 


시중에 AI를 활용해 피부 상태를 알려주는 솔루션이 나와있긴 하다. 하지만 피부에 기기를 직접 대지 않고 얼굴 전체를 진단한 후 나에게 맞는 제품까지 추천해 주는 서비스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미 헬스케어와 IT 업계에서는 라이징 스타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룰루랩은 2018년 세계 3대 뷰티 박람회 중 하나인 코스모프로프에서 IT 업체로는 처음으로 스킨케어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9에서는 바이오테크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룰루랩 최용준 대표. / jobsN


코넬대 재학 시절부터 창업 꿈꿔⋯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출발 


최 대표는 코넬대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 입사했다가 창업을 한 경우다. 삼성전자에서 세일즈 마케팅을 담당하다 ‘루미니 프로젝트’로 C랩에 도전, 1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내 평가단이 뽑은 최종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사내벤처는 2017년 3월 삼성전자 C랩에서 분사했다. 최 대표는 그해 5월 룰루랩 법인을 세웠다. 룰루랩은 현재 삼성전자 출신 4명을 포함해 17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생겼나. 


“어렸을 때부터 화학을 좋아해서 대학에 화학전공으로 입학했다. 군에 있는 동안 삶의 질을 올리는 일이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자연스럽게 전공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는 계기가 됐다. 제대를 하고 복학한 뒤 바이오 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결국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주변에 의학, 약학, 바이오 등에서 일하는 분들이 계셔서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울을 볼 때마다 '룰루~'할 수 있도록! '룰루랩'. / UNICON

-졸업 후 삼성전자에 바로 입사했나.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서 하버드 병원에서 유전자 분석과 질병의 연계성에 대한 연구를 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 예측도를 높이면 몸이 아픈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연구를 계속 하는 것보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게 돕는 일을 하는 쪽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당시 삼성이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헬스케어를 육성하겠다고 한 시점에 입사했다.” 

-C랩에 도전한 계기가 있나. 

“삼성전자 해외 세일즈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해서 일하다 2015년 말에 C랩 제도를 알게 됐다. 대학 때부터 창업에 대한 꿈은 막연하게나마 꿔왔다. 유전자 공부를 하면서 질병의 초기 증상이 피부로 나타난다는 자료를 접했다. 하지만 피부 자료를 토대로 질병에 대한 연관성을 분석한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피부 데이터 자체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피부 데이터와 질병에 대한 연관성을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룰루랩은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9에서는 바이오테크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 룰루랩 제공


-뷰티 시장과 접목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했다. 그러려면 쉽고 재밌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개 좋은 화장품을 추천받지만 막상 써보고 본인의 피부에 맞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를 봤다. 이유는 내 피부 상태를 정확하게 분석한 적이 없어서였다. AI를 활용해 피부 상태를 파악하고 어떤 성분과 제형이 들어간 제품이 좋은지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이유다.”  


◇ 화장 지우지 않고 10초 만에 피부 분석부터 제품 추천까지 


‘언제 어디서나 10초 만에 피부 상태 측정에서부터 제품 분석까지 가능하다.’ 룰루랩 솔루션이 갖는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루미니로 주변 조명의 밝기 여부, 화장 유무에 관계없이 피부를 측정할 수 있다. 조명, 색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알고리즘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하드웨어 자체 편의성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얼굴 전면을 찍는 기기임에도 가로 5㎝ 세로 14.5㎝로 한 손으로 쥐기 무리 없는 크기다. 


-특화된 기술력을 소개해달라. 


“피부를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정한 데이터를 얻는 것이다. 기존 측정기기들은 빛을 차단하는 형태로 조명을 컨트롤하기 때문에 측정 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오픈된 환경에서 조명이나 색에 대한 영향력을 자동으로 컨트롤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력은 우리가 세계 최초다. 통상 피부 상태를 측정할 때 화장을 지워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우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추천 알고리즘에도 AI를 적용하나.  


“화장품 데이터만 넣으면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피부과 의사들과 협업했다.” 


-기업들 반응은 어떤가. 


“우리가 어필하려는 포인트를 기업에서 먼저 얘기 해주는 현상이 벌어졌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이런 제품을 찾고 있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루미니는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디바이스와 비교했을 때 사용하기가 쉬울 뿐 아니라 나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까지 해주기 때문에 AI 뷰티 닥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이 타깃 세일즈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룰루랩 최용준 대표. / jobsN


-2019년 1월 CES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올해 열린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얼굴 전면 데이터를 뷰티 시장과 접목해 소비자들이 쉽게 활용하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CES 현장에서 AI 뷰티 스토어 부스를 차렸는데 아시아, 북미, 유럽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이 스토어에 관심을 보였다.”


-우선적으로 공략하는 해외 국가가 있나.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한다는 방향을 세우고 시작했다. 매출 비중도 해외가 95%, 국내가 5% 정도다. 피부 데이터는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효과와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이탈리아 등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생각이다.”


◇ 피부 상태로 질병 예측하는 단계까지 가는 게 목표


룰루랩은 B2B(기업 간 거래)부터 접근 중이다. 룰루랩은 2017년 5월부터 루미니 상용화를 시작, 2018년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백화점, 면세점, 드러그스토어 등에  루미니 제품과 루미니 솔루션이 들어간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백화점 등에서 루미니를 이용한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 


“제휴사와의 계약 문제 때문에 매출 등의 수치를 밝힐 수는 없다. 키오스크 형태로 진출한 백화점의 경우 매출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뛰었다. 3일간 1000명 이상이 체험할 정도로 이용자 관심도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형 제품 출시도 고민 중이다.” 


-루미니에 축적된 데이터양은 얼마나 되나.  


“지금까지 쌓은 피부 데이터는 20만 건에 달한다. 솔루션을 통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피부 진단 정확도가 높아지고 질병 예측에 대한 연구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올해 채용 계획이 있나. 


“비즈니스 파트너십과 해외 세일즈마케팅 분야 인력이 필요하다. 머신러닝 개발자들도 충원할 계획이다. 채용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도덕성이다. 우리 회사 비전은 인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자는 것이다. 이런 비전을 가진 회사에 다니면서 도덕성이 결여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되는 인재를 선호한다.”


글 CCBB 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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