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문화연구소 차상곤 소장 

층간소음 해결법 상담 및 연구 

“골든타임은 6개월”

“층간소음 분쟁은 6개월이 넘으면 전쟁의 종이 울립니다. 누구 하나 죽어야 끝이 나는거예요. 전쟁터가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집은 어렵게 마련한 재산 1호다. 하루종일 밖에서 시달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안식처다. 그런데 그 집이 전쟁터가 된다면 어떨까. 

주거문화연구소 차상곤(46) 소장은 층간소음 분쟁을 전쟁에 빗댔다. 분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건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은 흔히 자동차 경적소리에 비유된다. 차 안의 운전자는 자기가 울리는 경적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 반면 밖에 있는 사람들에겐 갑작스럽고 위협적이다. 층간소음도 소음을 내는 쪽과 듣는 쪽의 경험의 격차가 크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 살인·폭력·방화로 이어지는 투쟁이 시작된다. 집을 전쟁터가 아닌 안식처로 만들 비상구는 어디 있을까. 경기대에서 건축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20년 동안 층간소음 분쟁을 상담 중재하고 있는 차상곤 소장에게 층간소음 해결법을 들어봤다. 


주거문화연구소 차상곤 소장. /주거문화연구소 제공

-건축학 박사이신데 층간소음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부 시절 건축공학을 전공했고, 석사 때는 건축소음진동을 공부했습니다. 박사과정 당시 연구주제를 살펴보던 중 우연히 신문을 봤는데 층간소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실려있었어요. 그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가 부재한 상황이었죠. 그분들을 도와드리게 되면서 층간소음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 분야에서 20년 넘게 상담하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상담은 건축보다 심리 상담 영역에 더 가깝다고요. 

“층간소음은 해결이라는 게 없습니다. 윗층 소리가 아예 안들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해결점으로 좁혀가는 과정이 있을뿐이에요. 참고 살만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런 면에서 층간소음 상담을 감정적 측면에서 접근하기도 해요. 층간소음으로 서로간의 안좋아진 감정을 먼저 푸는게 중요합니다. 아랫집 입장에선 참고 참다가 윗집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 과정이 오랜 기간 반복되면 나중엔 윗집 사람만 봐도 살인 충동이 일어납니다. 층간소음 관련 사건 자료를 보면 대부분 갈등이 1년 이상으로 장기화 됐을 때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이 장기화된 경우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게 상담의 첫 걸음입니다.”

-현재까지 얼마나 많은 층간소음 상담을 진행하셨나요? 

“피해자를 직접 만나 상담하고 중재한 사례는 6000건 정도입니다. 그 외 전화 상담 등을 모두 포함하면 3만 건이 넘습니다. 층간소음 상담은 저마다 접근방법이 모두 다르지만 각종 유형과 대처법을 매뉴얼로 묶어 이론화했어요.”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외국에도 층간소음 문제가 있나요?

“층간소음 갈등은 다세대주택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어느나라나 비슷하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소음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됩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먹고 사는 문제가 크게 완화됐을 때 주변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죠. 사생활보호 같은 권리의식도 커지고요.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외국에서도 층간소음 문제는 있습니다.”


층간소음 관련 사건 사고 /MBC 뉴스 화면 캡처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KTV국민방송 캡처

-최근에 층간소음 관련 사건사고가 부쩍 늘었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시나요? 

“환경부 통계를 보면 층간소음 민원이 2019년까지 해마다 2만건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민원이 2배 이상 늘어난 4만건에 달했어요.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 것을 원인으로 볼 수 있죠.”

-심지어 교도소나 고급 빌라·아파트에서도 층간소음 문제가 있다고요. 

“한 건물에 다수의 사람이 살다보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한남더힐에서도 층간소음으로 입주민들간 분쟁이 있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또 한 번은 교도소에서 교도관에게 연락이 온 적도 있습니다. 2층으로 된 교도소에 층간소음 민원이 있다고요. 이렇게 층간소음은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에든 있어요.”

-건설회사의 책임도 없지 않아 보여요. 

“기본적으로 시공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게 가장 첫번째예요. 그런데 2019년 5월 감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고 소비자들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 법적 규제 기준을 잘 지켜 시공했다고 한 아파트 10곳 중 6곳이 최소 성능 기준에도 못 미친 겁니다. 그렇게 지어놓고 ‘층간소음 없는 아파트’라고 대대적인 광고를 했으니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죠. 시공단계에서 층간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럼 시공사가 건축을 잘하면 층간소음 문제는 사라질까요?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때 오래된 아파트는 층간소음 문제가 많을 것이고,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는 문제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정반대의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2018년에 국토부와 함께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층간소음 건축 규정이 생긴 2004년을 기점으로 전, 후에 지어진 아파트의 소음을 조사해 본 결과 신규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이 2004년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높았어요. 오래된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층간소음 민원이 적은 것이죠.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거주자들이 옆집이나 윗집, 아랫집에 서로 누가 사는지 알고 있어 이해의 폭이 더 넓습니다. 반면 신축 아파트는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분란이 더 자주 생기는 것이죠. 소음 문제는 단순히 시공만 잘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복합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소음은 주관적인 특성이 있어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소리를 듣더라도 누군가는 그 소리를 소음으로 인지하는 반면 다른 이는 소음으로 인지하지 않을 수 있죠.”

-소음에 ‘귀트임 현상’까지 경험하면 더욱 갈등이 심화된다고요. 

“예를 들어 못 긁는 소리를 들으면 아찔할 때가 있잖아요. 이런 것처럼 어떤 소리에 대해 한 번 안좋은 기억이 있으면 그 소리가 날 때마다 반응하게 돼있어요. 이게 하나의 귀트임 현상인데 층간소음도 똑같습니다. 한 번 어떤 소리에 피해를 입게 되면 다양한 소리가 나도 유독 그 소리만 들려요. 유사한 소리에도 반응하게 돼고요. 이걸 전문용어로 ‘칵테일 효과’라고 해요. 내가 집을 옮겨가더라도 한번 귀트임을 경험하면 똑같은 피해가 또다시 시작됩니다.

예전에 이런 사례가 있었어요. 서울 강동구에 사셨던 분인데 윗층에서 나는 뛰고 걷는 소리에 우울증을 앓게 됐죠. 결국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가셨어요. 10년이 지나고 이젠 괜찮아졌겠지하는 마음에 아파트로 집을 옮겼는데 다시 그 소리에 반응하게 된거예요. 결국 다시 주택으로 이사갔어요. 귀트임 현상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소음이 아랫집뿐 아니라 윗집, 대각선에서도 들릴 수 있다던데요.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음원을 찾아보면 윗집에서 아랫집으로 내려오는 소음이 65% 정도 됩니다. 아랫집에서 소음이 올라오거나 대각선집 또는 윗윗집에서 오는 소음은 모두 합쳐 35%를 차지해요. 저희는 바로 윗집에서 내려오는 소음에 주목합니다. 가장 소음 비중이 높기 때문이죠. 

민원 경향을 봤을 때도 아랫집에서 제기하는 민원이 85%, 아랫집의 보복소음이나 너무 자주 올라온다는 이유로 윗집에서 제기하는 민원이 15% 정도 됩니다. 결과적으로 아랫집의 피해상황이 가장 높은 것이죠.”

-층간소음 분쟁의 가장 많은 유형, 흔한 사례는 무엇인가요?

“아이 뛰고, 어른 걷는 소리입니다. 민원의 65~70%를 차지하고, 해마다 똑같은 비율이에요.”

-층간소음 해결의 골든타임은 6개월이라고요. 어떤 의미인가요? 

“6개월 이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그땐 소음만 해결이 되면 갈등이 금방 해소될 수 있어요. 그런데 6개월이 넘으면 감정이 개입돼 단순한 소음문제를 뛰어넘게 됩니다. 그땐 갈등이 소음 20%, 감정 80%가 돼요. 감정문제가 되는 셈이죠. 

소음이 한번 생겼다고 바로 윗집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의 아랫집은 참고 참다가 올라갑니다. 그러니 윗층이 문을 열었을 때 감정이 확 쏟아져 나오죠. 윗집 입장에선 아랫집이 올라오니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었는데 소음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기분이 상하기 시작하죠. 이 패턴이 6개월 이상 반복되면 전쟁이 시작돼요. 그땐 무조건 전문가가 개입해야 합니다. 당사자끼리 해결이 안되거든요. 관리소나 전문 상담사를 찾아야 합니다.”


층간소음에 대처하는 배우 박보영.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렇다면 층간소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윗집과 아랫집이 각각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 아랫집은 바로 올라가기보다 인터폰이나 쪽지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때 윗집과 대화를 원할 시에는 미리 약속 시간을 정하고 어떤 일로 만나고자 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만났을 때는 구체적인 피해 시간대와 소음원을 말해줘야 합니다. ‘이런 형태의 소음이 있는데 어느 시간대에 이런 소음을 줄여주면 고맙겠습니다’고 말하면 좋죠. 만약 이런 접근이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아야 해요.

윗집 입장에선 층간소음 방지 매트를 까는 게 좋습니다. 그냥 매트를 깔았다고 얘기하기보다 설치하는 모습을 아랫집에 보여주는 게 좋아요. 직접 보여주거나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식으로요. 매트를 깔고 나면 소리가 많이 줄었는지 아랫집과 함께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매트가 소리를 어느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심리적인 효과도 있어요. 서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릴 수 있습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죠. 또 윗집에서 손님을 초대할 일이 있다면 미리 아랫집에 쪽지를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방문 시간대를 알려주면 아랫집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요. 그 시간 동안 나갔다 올 수도 있고요. 소음이 난다는 걸 미리 알고 있으면 소음 자체가 저감되는 효과가 있어요.”

-그럼에도 아이들 뛰는 소리같은 경우 통제가 쉽지 않을텐데,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 

“층간소음 매트도 아이들 뛰는 소리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서로간의 규칙이 필요합니다. 아파트 자체에 규칙이 있으면 더 좋아요. 예를 들어 우리 아파트는 저녁 8시부터 다음날 몇시까지 아이들 움직임을 자제하자고 알리는거죠. 그런 규칙이 없다면 윗집과 아랫집 사이에 약속을 정하는 게 좋습니다. 예컨대 아랫집이 윗집에 ‘아이들 뛰는 소리가 저녁 7시 이후엔 안났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하는거예요. 

윗집은 아이들에게 뛰지마란다고 아이들이 안 뛰는게 아니니 저녁 7시 이전까진 뛰어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허락하고 이후에는 노는 공간을 분명하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아랫집과 약속을 정하고 아이들에게 노는 시간대와 공간을 만들어준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거예요.”


/유튜브 ‘크랩’ 캡처

-반대로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면요?

“상호 비난하셔선 안됩니다. 비난은 안좋은 감정을 폭발하게 만듭니다. 또 보복을 하면 안돼요. 저희가 흔히 하는 말이 보복을 하려면 두 개의 무덤을 파라고 하거든요. 보복은 더 큰 보복을 불러와요. 둘 다 죽습니다.”

-층간소음이 없는 아파트를 고르는 팁이 있나요? 

“부동산이나 관리소에 찾아가서 층간소음 관련 민원건수를 알아보는 게 방법이에요. 또 이사갈 집에 미리 낮과 밤에 방문해 소음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아요. 소음이 아예 없을 수 없지만 들리는 소리가 참을만한 수준인지 확인해보는 겁니다. 그걸 미리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어요.”


층간소음 민원 상담 중인 차상곤 소장. /주거문화연구소 제공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층간소음 관련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파트별로 층간소음 등급을 매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에요. 개인집에 대한 층간소음 등급도 매길 수 있도록 하고요. 층간소음 등급이 좋은 집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관리 방법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면서 방향을 찾아나가고 싶어요. 현재 전국 단위로 조사하면서 평가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큰 바퀴를 움직이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움직여야 해요.”

글 시시비비 이은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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