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연속 사업에 실패했다. 좌절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오답노트를 얻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차 운전대를 잡았다. 먹고살기 위한 건 아니었다. 또 한 번의 실패를 반복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 6개월간 대리운전을 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 ‘모시러’를 창업했다.

모시러와 기존 대리운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즉석에서 예약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리 예약을 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번개로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이들에게는 아쉽겠지만 이용자는 꽤 많다. 그간 확보한 드라이버의 수만도 3000명이 넘는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지, 이 서비스는 어떻게 만든 건지 궁금했다. 모시러 서비스를 운영하는 버틀러 이근우(37) 대표를 인터뷰했다.

버틀러 이근우 대표./ 버틀러

-이번이 네 번째 사업이죠. 나이에 비해 다양한 사업 경험을 했는데 직장을 다닌 경험은 없나요.

“20대에는 한 중견기업에서 일했어요.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고, 비즈니스적으로도 성장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기 부여가 잘 안 더라고요. 그때 창업을 결심하고, 퇴사했습니다. 혹시 망하더라도 더 일찍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죠. 2012년 그렇게 계획도 없이 회사를 나왔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계획도 없이 그만뒀으니 주변에서 많이 말렸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포함해 주변 모두가 말렸어요. 이해는 해요. 다 절 위해서였다는 것도 알고요. 그 와중에 유일하게 응원을 해준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여동생이에요. 어릴 적부터 엄청 싸우기도 하고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렸지만 창업 과정에서 많은 응원과 도움을 받았어요. 아직도 큰 힘을 주고 있고요. 고맙죠.”

-실패했다는 세 번의 사업은 어떤 것들이었나요. 실패 과정에서 어떤 점들을 배웠는지도 궁금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제주 여행을 갔는데 그날따라 중국인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이거다!’ 싶었죠. 제주 여행 매거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충분한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시작해 실패했어요. 중국인 여행객들은 제주를 무비자로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중국이 제네바협약에 가입돼 있지 않아 국제운전면허증 발급이 불가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국 여행객들이 제주에 오면 관광버스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거고요. 아무리 제주의 좋은 여행지를 소개해도 그들에게는 갈 수 없었던 곳이었어요.

아쉬워하던 때에 정부 사업에 지원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두 번째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매거진 사업을 하면서 콘텐츠에 눈을 떴잖아요. 그 과정에서 같은 여행지라도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었거든요. 예를 들면 ‘와인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 마시기 좋은 오름 TOP 10’이라는 콘텐츠는 일반적인 오름 소개와 느낌이 다르잖아요. 이런 콘텐츠들을 강점으로 제주를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여기서 또 놓친 부분이 있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작가와 플랫폼이 확보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치밀하게 짜기 어려웠고 그래서 수익을 얻기 힘들었어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세 번째 창업을 준비했어요. 당시 친구들이 제주에 내려오면 제가 빌렸던 렌터카를 이용해 구경을 시켜줬었거든요. 여기에 착안해 비즈니스를 개발했어요. 렌터카를 이용한 가이드요. 하지만 악성 투자자를 만나 투자도 받지 못하고 지분도 빼앗겼어요. 더 이상 비즈니스를 진행하기 어려워 정리했어요. 

세 번의 창업을 하면서 각각 다른 이유로 실패를 해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마치 오답노트를 가진 수험생처럼 어딘지 모르게 든든했다고나 할까요. (웃음)”

버틀러 이근우 대표./ 버틀러

그가 네 번째로 창업한 모시러 서비스는 시간제로 수행기사를 고용하는 서비스다. 고객의 차를 운전하는 1차원적인 서비스를 넘어 바이어의 공항 픽업, 라운딩을 위한 골프장 이동, 노약자의 병원 통원 에스코트,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 동행 등 일종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더했다. 고객 응 대서비스 교육을 받은 모시러의 드라이버들은 수트와 명찰 등 깔끔한 차림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서비스 비용은 서울시청에서 광진구 능동 어린이공원까지 간다고 가정했을 때 약 3만원 정도다.

-모시러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대리운전 기사 일을 1년 6개월 정도 했다고 합니다. 대리운전 시장을 굳이 경험해 보지 않아도 창업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직접 시장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인가요. 그 과정에서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도 소개해 주세요.

“모시러 창업 과정에서 가장 걱정했던 건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시장, 수익화, 좋은 경험. 이 가운데 시장을 확인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가장 좋은 건 직접 시장을 경험해 보는 것이더라고요. 플랫폼 대리운전 회사가 없던 시절이라 구인사이트에서 찾은 대리기사 모집 공고에 지원해 무작정 시작했어요. 대리운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시장에 ‘신뢰’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드라이버가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지, 못하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었고 사고가 났을 때 처리하는 방법들도 허술하더라고요. 특히 여성 고객은 이용할 때 항상 전화를 하면서 집으로 가시더라고요. 대리운전 기사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겠죠. 그래서 전 서비스에 신뢰를 더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들을 모시러 서비스에 적극 반영했어요.

에피소드는 참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잊히지 않는 건 첫 운행 때였어요. 강남 선릉에서 송파로 이동하는 비교적 짧은 거리였고 남성 두 분이 탑승했어요. 탑승 시작부터 두 분이 말싸움을 하더니 종합운동장쯤 돼선 주먹다짐을 벌이시더라고요. 당황했지만 끼어들긴 어려운 상황이라 차를 근처 주차장에 안전하게 세우고 두 분에게 ‘다 싸우시고 알려주시면 다시 운전하겠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두 분이 차에서 내려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는 다시 탑승하시더라고요. 운행 종료 후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팁을 받았는데, 그제서야 저도 다리에 힘이 풀리더라고요. 속으로 많이 놀랐거든요. 액땜(?)을 제대로 했는지 그다음부터는 운행이 어렵지 않았어요. 

집에서는 과묵하지만 차에서는 수다쟁이가 되는 아버님, 젊은 사람이 대리운전 한다며 걱정해 주시는 어르신 등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운행했습니다. 안정적인 운전이나 의전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동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라는 걸 그때 느꼈고요.

운행 때마다 숙취해소 음료를 미리 구매를 해놨다가 고객 분들을 만날 때마다 한 병씩 드렸던 기억도 나요. 고객분들이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작은 선물이었지만 고객님들의 감동은 더 크셨던 것 같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팁을 주시는 고객님들도 많으셨고요. 그때의 경험들로 모시러도 운행 때마다 사용하시는 목적에 맞춰 웰컴 키트를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모시러의 서비스. 서비스 후에는 항균 물티슈 등을 이용해 핸들과 기어 노브 등을 닦아 청결을 유지한다./ 버틀러

-갖춰 입은 정장, 부가서비스(간식, 차내 클리닝 서비스 등) 이외 모시러와 기존 대리운전 서비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점은 저희는 음주 시장이 아닌 비음주 시장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이동뿐 아니라 에스코트, 차량 내부 청소 등 컨시어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도 차이고요.”

-코로나 상황이라 낯선 사람이 내 차를 운전한다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담당 드라이버의 최신 코로나 검사지를 고객에게 공유하고 있고, 운행을 마치면 항균 물티슈로 기어 노브와 핸들을 닦아 고객이 안심하고 이용하실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버 가운데 배우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쪽으로 특화해 드라이버를 모집한 결과인가요.

“대학 시절 동아리, 수업을 통해 단편영화를 찍을 기회들이 있었습니다. 그때 배우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됐고요. 배우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현실적인 부분들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데 촬영 스케줄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고정적으로 일하기가 힘든 상황이거든요. 저희는 사전 예약 서비스다 보니 스케줄이 가능한 시간에 운행 건을 매칭해줄 수 있어 많이들 지원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드라이버가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처리는 어떻게 되나요?

“대리운전 보험을 적용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의 이동을 돕는 ‘모시러 실버’ 서비스가 인상적입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병원 진료에 드라이버가 동행하나요?

“네, 현재는 모시러 드라이버가 동행도 해드리고 때에 따라 의사의 소견도 전달해드리고 있습니다. 차를 이용해 이동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도보로 이용하시는 고객님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에게는 헬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몸이 편찮으신 어르신들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통원길에 다치실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런 부분에 전문가인 간호사, 요양보호사분들을 섭외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체 VIP 의전./ 버틀러

-모시러 서비스의 주 이용 고객층은 어떤 이들인가요?

“처음 이용하는 분들은 주로 기업의 대표님이나 임원분들입니다. 이분들이 사용해 보고 가족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요.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서비스는 골프장에 가실 때 이용하는 서비스고 그다음은 아이 통학 서비스, 병원 동행 서비스 등입니다.”

-골프를 치러 가면서 이용하는 수요가 많군요.

“최근 골프 인구가 늘어나면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시러를 통해 골프장에 가시는 분들은 경기권보다는 강원, 충청권 골프장을 많이 이용하세요. 이동에 대한 피로감을 덜어드리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골프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라운딩 동안에는 고객 동의하에 차량 내부 청소 및 정리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목표가 궁금합니다.

“현재는 운전 영역에 비중이 높지만 향후에는 신뢰 있는 ‘사람’이 제공하는 컨시어지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이에 더해 실버와 키즈 시장 확대를 통해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작은 목표입니다.”

글 시시비비 포도당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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