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얼룩이 묻은 반죽, 그릇에서 나오는 곰팡이, 기름때 낀 환기장치…

KBS에서 공개된 던킨도너츠 안양 공장 위생 상태. /KBS 방송화면 캡처

2021년 10월21일 KBS에서 공개된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 ‘던킨도너츠’ 안양 공장의 모습입니다. 이곳에서는 도넛을 튀기는 기계와 시럽을 묻히는 그릇을 닦은 장갑에서는 까만 이물질이 묻어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온 시럽 주변이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고 화면에 보이는 이물질들은 곰팡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을 방송국에 제보한 공익신고자는 공장이 생긴 이후 한 번도 환풍기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튀김기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뜨거운 물에 약품을 타 세척하는 게 내부 기준이지만, 초과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이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던킨도너츠 측은 이런 위생 문제가 2018년부터 제기됐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 공장은 국내 던킨도너츠 전체 생산량의 60%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죠. 

이에 던킨도너츠를 운영사 비알코리아 측은 “현재 보도 내용을 확인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대내외적인 조치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통해 밝혔습니다. 이후 SPC그룹 비알코리아는 9월 30일 “던킨 안양공장 위생 이슈와 관련 보도에서 사용된 제보 영상에 대한 조작 의심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비알코리아가 획득한 영상에서 직원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설비 위 묻어 있는 기름을 주걱으로 긁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측은 조작이 의심되는 영상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민주노총 화섬노조 던킨지회장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이렇게 프랜차이즈 위생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회자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만석 닭강정입니다. 만석 닭강정은 속초 중앙시장의 명물로 속초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꼭 사 먹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이런 닭강정이 위생 논란이 있을 때마다 소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위생 불량으로 논란이었던 만선 닭강정 매장 모습. /방송화면 캡처

2018년 7월 위생 상태 불량 적발

만석닭강정은 1983년 설립된 닭강정 브랜드입니다. 속초중앙시장 작은 점포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탔고 그 인기는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속초 관광객 필수코스로도 자리 잡았죠. 전국구 인기에 힘입어 4층짜리 본사 건물을 세웠고 수도권 주요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이 브랜드는 매출액 134억46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만석닭강정은 2018년 위기를 맞습니다. 2018년 7월 위생 상태 불량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입니다. 당시 사업장 조사 결과 조리장 바닥과 선반에 음식 찌꺼기가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또 환기장치에는 먼지와 기름때가 그대로 있는 등 청결하지 않은 환경에서 음식을 조리한 것으로 밝혀졌죠.

이 소식과 함께 위생 상태 불량인 업소의 사진을 함께 본 누리꾼은 분노하고 나섰습니다. 누리꾼들은 ‘실망이다’,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만드는 음식을 사 먹다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등의 반응을 보였죠. 소비자의 분노는 고스란히 매출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당시 매출이 40% 정도 감소했고 매장을 찾는 손님의 발걸음도 뚝 끊겼습니다.


위생 불량 적발 이후 바뀐 만석 닭강정 매장. 금속검출기까지 무사히 통과해야 손님에게 전달된다. 매장 직원은 마치 반도체 공장 직원처럼 무장하고 근무하고 있었다. /유튜브 푸디랜드 캡처

‘만석 반도체’ 별명 얻어

위생 상태 불량 적발 이후 본사에서는 “고객 여러분들의 우려를 방지하고자 기존에 사용했던 후드와 닥트를 전면 교체하고 직원 위생교육도 강화하겠다.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한 번 등 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줘도 다시는 안 먹겠다’며 완강한 반응이었습니다.

당시 적발된 매장은 중앙시장점 142호 매장이었습니다. 본사는 과감히 해당 매장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143호 매장을 새로 오픈했습니다. 143호점은 그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약속대로 환기 시설을 모두 교체했고 밖에서 조리시설, 포장실, 판매 공간 등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리로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오픈 치킨인 셈입니다. 사람들은 주문을 기다리면서 닭강정을 튀기는 모습, 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모습 등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는 CCTV를 설치해 사각지대를 없앴습니다.

또 검수실에서 매대로 이어지는 컨베이어 벨트에는 금속검출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복장도 바뀌었습니다. 직원들 모두 흰옷과 위생모, 마스크, 장갑으로 무장하도록 했습니다. 외부에 노출된 부분은 눈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본 소비자는 이들이 일하는 모습이 마치 반도체 라인 같다며 ‘만석 반도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신뢰 회복, 매출 회복

본사 측은 “위생 불량에 대한 해결책을 떠올리면서 잡은 콘셉트가 ‘무균실’이었다. 문제가 됐던 점포 외에도 모든 점포를 이렇게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본사는 소를 잃었지만 최선을 다해 외양간을 고쳤습니다. 그러자 그 노력을 알아본 고객들이 다시 만석닭강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만석 반도체’를 본 손님들은 “진작에 이렇게 하지”, “이미 늦었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렇게라도 체계를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는 곳도 드물다”, “모든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조금 마음이 놓이긴 한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금씩 신뢰를 회복하자 2019년 초 매출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2020년에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푸디랜드’에도 등장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주문을 받는 순간부터 닭을 튀기고 검수를 거쳐 손님에게 나가는 모든 과정이 담겨있죠. “검사기(금속검출기)도 나온다. 무슨 공항이냐”, “위생에 신경 쓴 게 보인다” 등의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곽승연 만석닭강정 대표는 “솔직히 예전에는 만들면 무조건 팔렸다. 빨리 만들어서 파느라 바빴다. 그때도 열심히 청소한다고 했지만, 점점 바쁘다는 핑계로 부족한 걸 알면서도 외면했다. 이제는 좀 덜 팔더라도 그 대신 잘 만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석 닭강정이 2년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 되는 이유입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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