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세상살이에 점점 각박해져만 갑니다. 이러한 상황에 최근 가슴 따뜻해지는 선행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선행을 베풀어 우리 주변의 어둠을 밝혀주는 이웃 천사들의 사례를 모아봤습니다.

◇배고픈 이웃에게 호의를 베푼 점주들

인천시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황진성씨는 최근 한 고객에게 공짜로 피자를 선물해 표창장을 받았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8월 황씨는 실직 후 딸 생일을 맞은 한부모 아빠 A씨로부터 피자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는 주문 접수 당시 “7살 딸을 혼자 키우는데 당장 돈이 없어 부탁드려본다”면서 “기초생활 급여를 받으면 돈을 드리겠다”는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일자리를 잃어 돈이 없던 A씨가 딸의 생일을 맞아 피자를 주문한 겁니다. 이를 본 황씨는 ‘만나서 카드 결제’로 적혀 있던 주문을 ‘결제 완료’로 바꿨습니다. 또 서비스로 치즈볼까지 함께 챙겨 피자를 배달했습니다. 피자 상자에는 “부담 갖지 마시고 또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 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피자로 선행을 실천한 황진성씨./ 연합뉴스TV

A씨는 자신의 겪은 사연을 알렸고, 훈훈한 선행이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황씨 가게에는 시민들의 ‘돈쭐’(돈과 혼쭐의 합성어) 세례가 이어지면서 주문이 몰렸습니다. 또 인천시 남동구는 황씨에게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지역사회발전 유공 표창을 10월6일 줬습니다. 황씨는 최근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남동구 3곳과 부평구·미추홀구 각 1곳의 지역아동센터 관리 가정에 피자 100판을 전달하는 등 선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황씨는 “사소한 선행에 많은 분이 따뜻한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황씨처럼 돈이 없어 배고파하던 이웃에게 호의를 베푼 사례는 또 있습니다. 서울 마포에서 치킨집 ‘철인7호’를 운영하는 박재휘 대표는 지난 3월 주머니에 5000원 밖에 없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내줬습니다. 박 대표는 돈이 없어 치킨집 앞을 서성이던 형제를 봤습니다. 이에 형제를 불러 치킨을 튀겨 줬습니다. 이후에도 박 대표는 형제에게 여러 번 치킨을 대접했고, 자신이 다니던 미용실로 데려가 머리를 깎아 주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형편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제공해 돈쭐이난 서울 마포 ‘철인7호’ 치킨집 대표 박재휘씨는 수익금에 자비를 보태 마련한 600만원을 마포구청에 기부하며 또다른 선행을 실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사연이 전해지면서 ‘돈쭐’을 내주자는 소비자의 주문이 이어졌습니다. 배달 지역이 아닌 강원도, 부산 등에 사는 사람이 치킨은 받지 않고 주문만 하기도 했습니다. 주문이 폭주하자 박 대표는 영업을 중단하기까지 했습니다. 박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벌어들인 수익금에 자비를 보태 600만원을 마포구청에 기부했습니다. 선행을 베풀어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됐다는 이유로 지난 6월에는 ‘식품 분야 유공’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습니다.

◇오랜 기간 지역 사회의 ‘얼굴 없는 천사’로 활동하기도

한 번도 힘든데 수십 년간 이웃에게 선행을 베풀어 온 천사도 있습니다. 지난 추석 명절 때에도 얼굴 없는 천사들의 선행 소식 이어졌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에는 매년 명절마다 ‘천사’가 찾아옵니다. 일명 노고록(여유롭고 편안하다는 뜻의 제주어) 아저씨로 불립니다. 노고록 아저씨는 9월13일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해 써달라면서 쌀 100포대(300만원 상당)를 기탁했습니다. 

노고록 아저씨가 제주 서홍동 주민센터에 기탁한 쌀./제주 서홍동 제공

노고록 아저씨의 선행은 무려 21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는 2000년부터 매해 설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홍동주민센터를 찾아 익명으로 쌀을 기탁해왔습니다. 그는 쌀을 기부하면서 항상 “어떵 편안허우꽝. 추석명절 노고록하게 보냅서(편안하시죠? 추석명절 여유롭고 편안히 지내세요)”라는 글을 남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고록 아저씨입니다. 

서귀포시에 ‘노고록 아저씨’가 있다면 제주시에는 또 다른 천사가 있습니다. 그의 선행도 벌써 20년째입니다. 2001년부터 설과 추석 때마다 10kg짜리 쌀을 1000포대씩 제주시에 기탁해왔습니다. 20년간 그가 기탁한 쌀 포대는 2만포대가 넘습니다. 액수로는 7억원에 달합니다. 이제는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쌀을 기탁한다고 합니다. 제주시에서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그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의 사업가라는 것만 알려져 있습니다. 

얼굴 없는 기부 천사가 광주 광산구 하남동 행정복지센터에 두고 간 과일 상자./광주 광산구 제공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동에도 10년째 기부를 해 온 ‘얼굴 없는 천사’가 있습니다.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이 기부자는 사과와 배 등 과일 50상자를 9월17일 하남동 행정복지센터 앞에 두고 갔습니다. 얼굴 없는 기부 천사는 2011년 20㎏짜리 쌀 35포대를 처음 기부했습니다. 그때부터 얼굴과 이름을 숨긴 채 매해 명절마다 과일이나 쌀, 떡 등을 두고 갔습니다. 기부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연이 있어 기부하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주에도 21년 동안 선행을 베풀어 온 사람이 있습니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탄절 전후 노송동 주민센터 옆 공터에 기부금을 놓고 갔습니다. 21년 동안 보내 준 성금은 총 7억3863만3150원에 달합니다. 

2019년에는 그가 놓고 간 성금이 도난당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기부자가 예년처럼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성금 상자를 둔 위치를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말한 곳에 상자는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 소식을 들은 2인조 도둑이 주민센터 직원이 오기 전 상자를 갖고 도망간 겁니다. 다행히 시민의 제보로 도둑을 붙잡았고 기부금도 무사히 되찾았습니다.

20년 동안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2020년 놓고 간 금액은 총 7012만8980원이었다./ 전주시

20년 동안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2020년 놓고 간 금액은 총 7012만8980원이었다./ 전주시

그동안 전주시와 주민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시는 2010년 주민센터 옆에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란 글씨가 새겨진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마을 이름을 ‘천사마을’이라고 짓고, 주민센터 입구에 천사기념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선행이 행운 불러오기도

좋은 마음으로 베푼 선행이 행운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B씨는 암 투병 중인 친구를 도와준 이후 복권 1등에 당첨됐다고 합니다. B씨는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복권판매점에서 즉석복권을 샀습니다. B씨가 산 복권은 그림 2개가 모두 일치하면 당첨되는 복권이었습니다. 1등 당첨금액은 5억원이었습니다. 복권을 사서 집에 온 B씨는 결과를 확인했고 1등에 당첨됐다는 걸 알았습니다.


복권 당첨금을 아픈 친구를 위해 쓰겠다고 밝힌 당첨자./ 동행복권 제공

B씨는 가장 먼저 투병 중인 친구에게 전화했다고 합니다. B씨는 “친구가 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있는데, 치료비 등을 도와준 적이 있다. 친구를 도와줘서 이러한 행운이 온 것 같다”고 했습니다. 또 당첨금은 아픈 친구를 위해 병원비로 쓸 계획이라고 해 훈훈함을 더했습니다. 

무료로 버스를 태워준 버스 기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버스 회사로 수십 개의 텀블러와 편지를 보낸 대학생도 있습니다. 대학생 C씨는 9월 22일 오후 11시쯤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역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23번 버스에 올랐습니다. C씨는 버스에 올라탄 뒤에야 버스 카드를 잘못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미 버스는 출발했고, C씨는 버스 기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그냥 타고 가라면서 버스비가 없던 C씨를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귀가한 C씨는 며칠 뒤 버스회사에 갔습니다. 당시 내지 못했던 버스비와 텀블러 30개, 그리고 편지 한 통을 건넸습니다. C씨는 편지에서 “당시 추석 연휴에 할 일이 많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었고,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면서 “기사님이 보여주신 선행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항상 안전 운전하시고, 모두의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이 사연은 의정부 지역 커뮤니티에 올라왔습니다. 이후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네티즌들은 “선행을 하면 언젠가는 더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드는 사연이다” “버스 기사님도 학생분도 모두 복 받으세요” “두 분 너무 따뜻하다” “훈훈한 내용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료로 버스를 태워준 기사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버스 회사에 선물을 보낸 의정부 시민./ 온라인 커뮤니티 ‘의정부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사연이 크게 관심받자 C씨는 10월2일 의정부 지역 커뮤니티에 “제가 행복해진 만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보인 행동에 여러분들도 따뜻해지셨다니 참 감사하고 보람차다”는 글을 적었습니다. 이어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기사님과 댓글로 응원해 주신 분들 덕에 용기를 얻어 간다. P.S 부자 아니고, 그냥 대학생 청년이다”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글 시시비비 귤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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