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 스타가 되고 싶다고? 연락해!” 강사 캐스팅이 직업인 사람들




비상교육 수박씨닷컴 기획자 

김승호·정다현 파트장 인터뷰 

“강사 캐스팅에서 육성전략까지”

  

10년쯤 전 개그콘서트에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라는 대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인기 개그맨 한민관이 개콘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연예기획사 매니저 역할을 맡아 한 대사였다. 명함도 멋드러지게 뿌려댔다. 


교육사업 분야에서도 스타를 발굴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캐스팅디렉터가 있다. 줄잡아 중고교 인강(인터넷 강의) 분야에서 수십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인강PD라 불리는 기획자들이다. 이들은 인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에서 시작, 마케팅에서 강사 이미지 관리 등 전반을 맡는다. 인강에 들어가는 CG 문구를 검수하거나, 학생들이 게시판에 남긴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신규 강사 중에서 인강스타가 될 법한 사람을 찾아 캐스팅도 한다.



인터넷강의 기획자 김승호, 정다현씨./비상교육 제공


김승호(37)씨와 정다현(33)씨는 비상교육의 중학생 인강사이트 수박씨닷컴에서 인강기획자로 일한다. 1월 29일 서울 구로 비상교육 사옥에서 이들을 만났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승호·이하 김) “인강기획자다. 인강에서 촬영 빼고는 전부 다 담당한다. 강사들이 오프라인 입시설명회라도 하면 입간판까지 내가 세울 정도다. 국어·사회·역사 파트장으로 이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들을 담당하고 있다.”


(정다현·이하 정)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수학·영어·과학 파트장이다. 이 과목들 인강 관리를 총괄한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정) “사이트 관리와 운영은 기본이고, 강사 매니지먼트도 한다. 우리에게 강사는 연예기획사의 아티스트와 같다. 강사 영입에서 트레이닝, 데뷔는 물론이고, 데뷔 이후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강의 콘텐츠의 방향도 잡는다.”


-강사가 엔터테이너와 같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인강은 쇼핑몰 같기도 하고, 또 연예인 동영상 같기도 하다. 고교 과정은 수능이나 논술 등 내용이 어렵지만, 중학교 과정에서는 내용을 누가 더 잘 꿰고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용이 고교보다 쉬운데다, 교과서나 문제집이 고도로 발전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덜 성숙한 중학생들이 꾸준히 집중을 잘 하고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즉 엔터테이너적인 측면이 중요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교과과정을 뒷전으로 두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연예인처럼 강사들도 예쁘고 잘생겨야 한다는 이야긴가. 


“비주얼적인 면은 분명히 중요하다. 스스로의 동영상 속 이미지를 분명히 챙겨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외모에 그치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많은 스타강사들은 과학이라면 실험실을 직접 운영하면서 실험 영상을 강의 중에 넣거나, 전속 CG감독을 둬서 더 깔끔하게 집중이 잘 되는 그래픽을 입혀오는 경우도 많다.”(강의의 촬영이나 편집은 기본적으로 동영상 제작사에서 자체 비용으로 해준다. 하지만 강사 본인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강사가 직접 CG를 더 입히거나 업체를 써서 추가 보정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다.)


수박씨닷컴의 과학 '일타강사'인 안현정씨가 실험실에서 교과서에 나온 실험을 시연하고 있다./비상교육 제공


◇“교사·이러닝연구자 꿈꾸다가 제작자 입문”


-인강기획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정)“원래 교사가 꿈이었다. 그런데 임용고사를 보는 해에 내 전공(사회교육) 선발 인원이 0명이었다. 이후 중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하다가, 인터넷강의 콘텐츠기획이라는 직군을 알게 돼 일을 시작하게 됐다. 스카이에듀를 거쳐 2013년 비상교육에 합류했다.”  



김승호씨./비상교육 제공


(김)“본래 영문학 전공인데, 군 전역 후 친구 추천으로 교육학 개론을 들었다. 그 때 사람을 변화시켜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교육학의 매력을 느꼈다. 이후 교육학 복수전공 석사까지 하면서 이러닝(e-Learning)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김 파트장은 ‘이러닝 환경에서 학습정서가 학습동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김) “이러닝을 연구하면서, 실무적으로 이러닝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석사 마치고 2011년 비상교육에 입사했다.”


-하루 일과는 어떠한가.  


(정)“출근하면 우선 강사들의 글부터 살핀다. 강사들이 저녁 때나 밤시간 등에 학생들에게 남기는 말이나 강의록 등을 올리기 때문이다. 강사들의 발언 중 학생들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으면 강사와 급히 통화해 수정한다. 또한 이용자 학생들이 올린 글도 본다. 광고홍보성 글이나 부적절한 글이 올라오면 삭제한다. 


이후에는 매주 약속을 잡고 촬영 영상을 체크하거나, 편집본 시사회 등을 한다. 프로모션이나 매출 분석 같은 마케터로서의 역할도 한다. 그리고 매달 신규 또는 경력 영입 강사들의 시강(시범강의)을 듣는다.”



정다현씨./비상교육 제공


-인강을 들으면 집중이 잘 안 되지 않나. 학생은 물론이고 성인들도 의지가 있어야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김)“기존의 EBS 강의는 학교 칠판 강의를 TV화면으로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도입 당시에는 획기적이었지만, 학생들이 의지가 없으면 집중을 못한다. 인강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CG와 효과를 다양하게 넣는다. 화학 수업이 있으면 실험을 직접 연구실에서 해서 영상으로 보여준다. 수학 도형과제가 있으면 3D CG로 입체도형 안에 들어간 것처럼 구현한다.


그리고 인강은 반복이 원칙이다. 강의만 들어도 3번 정도 반복해서 학습한 것 같은 효과를 주려고 설계한다. 또한 학생이 수업을 듣고 궁금해하는 점이 있으면 강사가 24시간 내 답변을 해준다.”


◇스타강사, 콘텐츠도 비주얼도 모두 중요…육성전략안도 세워


-인강 강사는 어떻게 선발하나.


(김) “우선 서류를 본다. 포트폴리오가 있다면 함께 분석한다. 이후에는 시강을 한다. 학년과 단원을 지정해주고, 이에 대해 시강을 시킨다. 이후 시강에 대해 평가와 논의를 거쳐 영입을 결정한다. 영입이 결정되면, 기존 스타강사인 경우에는 좀 더 발전할 방향을 제시하고, 초보강사인 경우에는 ‘육성전략안’을 짠다.”


-육성전략안은 무엇인가.


(김) “파워포인트 50장 분량으로 강사의 모든 것을 분석한다. 강의 교안 등부터 시작해서 목소리 성량과 음색, 외모, 시청각 효과, 메이크업, 헤어, 학생들 질문 답변 태도 등 모든 것을 담는다. 이 강사를 어떻게 키워서, 얼마만큼의 수강생을 모을 수 있을지도 목표로 잡고 구체적 트레이닝 계획안도 잡는다.”


-스타강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정) “많다. 학교, 전공, 경력, 나이, 외모 등 모든 것이 다 조건이다. 카메라 앞에서 끼가 있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


-초보 강사가 뜨는 데 얼마나 걸리나.


“5~6년 걸린다. 단기간에 스타가 되기는 어렵다.”


-기억에 남는 스타강사가 있다면. 


(정) “전직장인 스카이에듀에서 근무했을 때 고교 수능 사탐을 가르친 이지영 강사가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서울대에 입학한 계기로 학생들에게 어필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필기스타일로 학생들을 사로잡는 강사다. ‘내 노트 보면 다른 강사 수업 못 들을 정도’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대단한 강사라서 기억에 남는다.


우리 회사 소속 강사 중에서는 중학교 과학을 가르치는 안현정 강사가 인상적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 전체를 개인 연구실에서 직접 실험해 본다. 이걸 적절한 강의 시간에 영상으로 편집해서 넣는다.”

 

-인강 스타강사가 되고 싶은 초보 강사들이 당신들에게 연락해도 되나. 


(김)“그렇다. 연락창구도 회사 홈페이지 내에 게시판이 있다. 매달 꾸준히 신규 강사들의 오디션을 보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가능성 있는 강사를 영입해 ‘일타강사’(수강생 1위 강사)로 키우는 것이 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패기 있는 젊은 강사들의 도전을 기다린다.”


-인강기획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한다면.


(정) “나도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교육회사에서 이렇게 바쁘게 일할지 몰랐다. 하지만 교육을 콘텐츠로 다룰 뿐, 엄연히 콘텐츠 제작회사고 또 동영상 기획자로서 일해야 한다. 바쁜 일상을 즐기는 사람, 내가 담당하는 강사가 스타가 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학생들과의 소통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만한 직업이다.”


글 CCBB 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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