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부동산 계약부터 이사 업체 선정, 입주 청소, 인테리어, 인터넷 설치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업체도 달라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 또 서비스를 이용하고 포인트를 받아도 다시 이사할 때까진 쓸 일이 없다. 이렇게 안 쓰고 쌓여 있다가 사라지는 포인트를 보고 창업을 결심한 사람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부동산, 인테리어, 청소, 세탁, 새벽 배송 등 주거 서비스의 포인트를 통합해 이용자가 필요로 할 때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블록체인 기반 주거 포인트 통합 서비스 ‘아지트’를 만든 피플스테크 남하람(35)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한 남 대표는 창업 전 게임 업계에서 10여년간 일했다.
“대학 졸업 후 2012년 게임 회사인 넥슨에 입사했습니다. PR(Public Relation·홍보)과 IR(investor relations·기업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홍보)을 담당했어요. 또 사업 마케팅 일도 하면서 10여년간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았습니다.
게임 업계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포인트·마일리지 등 멤버십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업 입장에서 멤버십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마일리지로 유저의 꾸준한 관심을 얻고 구매를 촉진하는 거죠. 넥슨에서 축구 게임인 피파온라인의 사업 마케팅을 담당했을 때 마일리지 제도를 잘 활용했었어요. 유저가 게임 내에서 아이템을 사는 등 결제를 하면 마일리지를 줬어요. 그리고 마일리지로만 살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을 따로 만들었죠. 나중에는 마일리지로만 살 수 있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결제를 하는 현상이 생기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어요. 마일리지 제도로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문제는 게임에서 받은 포인트를 다른 게임에서는 쓸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A라는 게임에서 받은 마일리지를 B라는 게임에서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었죠. 통합 포인트에 관한 유저의 니즈가 많아 게임 업계에서도 포인트를 통합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게임마다 적용하는 경제 체제가 달라 쉽지 않았습니다.
멤버십 시스템에 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쓰는 포인트와 마일리지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신용카드나 멤버십 카드를 쓸 때 여기저기에서 포인트를 많이 받는데 관리가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항공사 마일리지도 마찬가지였죠. 포인트가 있어도 적은 금액이라 쓰지 못하거나 금세 소멸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포인트를 유용하게 쓰지 못할 때가 많아 아쉬웠어요. C라는 플랫폼에서 받은 포인트는 C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도 답답했어요. 이용 빈도가 적은 플랫폼의 경우 포인트를 받아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았죠. 통합 포인트 시스템을 만들어 여러 플랫폼의 포인트를 한데 모아 쓸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뜻이 맞는 지인 2명과 2020년 11월 공동 창업했어요. 공동 창업자인 백재현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책임자)는 10여년간 아마존, 삼성 등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을 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황윤정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는 삼성전자에 11년간 일하면서 전략·기획·마케팅·인사 업무 등을 담당해 온 사업기획 및 운영 전문가입니다.
통합 포인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신기술인 블록체인에 주목했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 암호화폐에 쏠려 있지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실생활에 스며든 것처럼 블록체인도 앞으로 우리 생활에 더 녹아들 거로 생각했어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주거 포인트 통합 서비스인 ‘아지트(AziT)’ 개발에 나섰습니다.”
-여러 분야 중 왜 주거 서비스에 집중한 건가요.
“최근 10년간 7번 이사했어요. 이사할 때마다 부동산, 이사업체, 청소업체 등을 매번 찾아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연쇄적이더라고요. 부동산을 계약하고 나면 이사를 하고, 이사 후엔 입주 청소를 합니다. 또 인테리어도 하죠. 이후에도 청소, 세탁, 새벽 배송 등을 연달아 반복적으로 합니다. 주거 관련 서비스가 도미노처럼 이어져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프롭테크(Prop Tech)에 관심이 생겼어요.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를 뜻합니다. 프롭테크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어요.
포인트·마일리지에 관한 고민과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주거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게 하고 싶은 열망이 만나 아지트 플랫폼이 탄생했습니다. 주거 서비스를 하는 업체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포인트 제도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부동산 관련업 특성상 포인트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아요. 보통 계약 주기가 6개월, 길게는 1, 2년 정도라서 고객이 계속해서 포인트를 받거나 활용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전·월세, 이사, 인테리어, 청소 등 주거 서비스의 포인트를 한 데 묶어 모으면 기업과 고객 관점에서 모두 좋을 거로 봤어요.
아지트를 활용하면 부동산 계약 때 받은 포인트를 청소, 이사, 세탁, 인테리어 등 다른 주거 서비스에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세탁, 인테리어, 청소 등 주거 서비스로 얻은 포인트를 부동산 계약에 쓸 수도 있죠. 기업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시스템을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안 쓰는 포인트를 다른 서비스에 쓸 수 있어서 좋죠.”
-서비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사실 대기업의 경우 자본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포인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기업은 포인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큰 부담을 느낍니다. 아지트를 이용하면 마일리지 시스템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업체마다 포인트 체계가 달라 포인트 통합이 어렵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간편하게 기업 간의 포인트를 연동할 수 있어요. 고객사가 발행한 포인트를 암호화폐 기반 토큰으로 바꾸고, 이 토큰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향후에는 현금화도 가능하게 할 예정입니다. 포인트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자 해요. 또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마일리지의 이동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플스테크는 올해 안에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지난 6월 첫 제휴사로 참여했다. 다방은 11월 출시 예정인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전자 계약 서비스 ‘다방싸인’을 바탕으로 통합 마일리지 포인트 시스템과 통합 주거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현재 청소, 인테리어, 이사, 등 다양한 주거 분야 기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9월에는 국내 패션디자인 브랜드 ‘블루템버린’을 보유한 루비콘스와 패션디자인 제품의 위변조 방지를 위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겪고 있는 위변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지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패션디자인 제품에 발행한 NFT는 정품 인증 및 소유권을 보증할 때 쓰입니다. 또 원재료, 제조공정, 디자인 히스토리 등 해당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정보가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블루템버린의 패션디자인 제품은 9월11일 세계적인 패션 행사인 뉴욕 패션위크에서 최초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자산인 NFT를 온라인뿐 아니라 실물 제품에 연결한 자체 기술력을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쓸 수 있을 거로 봅니다.”
-사업 과정은 어떤가요.
“쉽지 않아요. 그래도 재밌습니다. 산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팀원 모두 함께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전을 공감해 주시는 분을 볼 때면 가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듭니다. 분명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가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현재 곧 정식 론칭할 앱 ‘아지트’ 막바지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한 만큼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또 다방을 시작으로 현재 청소, 빨래, 반려견 산책 등 다양한 주거 서비스를 하는 업체와 접촉하고 있습니다. 파트너사를 늘려나가는 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실생활에서 쓸 수 있도록 서비스에 적용해 나가고자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여러 회사와 상생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시시비비 귤
시시비비랩
여기까지 오셨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