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영정사진 찍는 시대에도 흐름 못 따라가는 법규

올해 전북 임실에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공공 장묘 시설이 생겼다. ‘오수 펫 추모공원’이라고 이름 붙은 이곳은 임실군이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특화하기 위해 50억원을 들여 건립했다. 반려동물 화장로 3기와 추모시설, 목장지, 산책로 등을 갖췄다.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죽은 후 겪는 우울 등의 증상)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개장 두 달간 전국에서 100명이 이곳을 찾아 반려동물 장례를 치렀다. 장례 비용은 15만원대. 사설 장례식장의 70% 정도 가격이다. 

지난 10여년간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어느덧 노견(老犬)을 기르는 견주도 많아졌다. 그만큼 반려견 장례 수요도 늘었다는 뜻이다. 개 장례 문화도 사람의 그것과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다. 

자신의 반려견 ‘실비’ 장례를 치렀다. /정용진 인스타그램

직장인 한모(43)씨는 최근 직장 동료가 기르던 강아지가 죽자 조의금으로 5만원을 봉투에 넣어서 줬다. 한씨는 “강아지 임종을 지키겠다며 휴가까지 냈던 동료의 마음을 모르는 체할 수 없었다”며 “코로나 시국만 아니라면 조문까지 갔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반려동물 장례 문화는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조선일보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2002년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다. 당시만 해도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더 널리 쓰였고, 기르던 개가 죽으면 땅에 매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20년 전 반려견을 떠나보냈다는 어떤 이는 “서울에서 아파트에 살아 묻어줄 곳이 없어 마당이 딸린 주택에 사시는 할머니 댁까지 가서 묻어줬다”며 “할머니 댁까지 가는 3시간 동안 개를 안고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20년이 흐른 지금은 반려견 전문 상조업체들이 생길 정도로 시대가 달라졌다. 요즘에는 반려견이 죽으면 주로 경기 외곽에 있는 화장장에 데려가 장례지도사 안내에 따라 장례를 치른다. 사람의 장례처럼 염습하고, 수의를 입히고, 입관식도 한다. 장례업체가 마련해 놓은 납골당에 뼛가루를 안치하거나, 주인이 직접 집에 들고 가기도 한다. 유골을 내열 강화 유리와 함께 녹여 구슬로 만든 뒤 목걸이나 반지, 팔찌 형태로 몸에 지니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반려견 행동 훈련사 강형욱씨가 지금은 세상을 떠난 반려견 ‘다올이’와 함께 찍은 영정사진. /강형욱 인스타그램

어쨌거나 매장은 불법이다. 반려견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되는 터라 사유지라 하더라도 땅에 묻는 건 법에 어긋난다. 법이 허용하는 반려견 사체 처리법은 세 가지이다. 동물병원에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반려견을 ‘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처리법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려 해도, 합법 업체는 전국을 통틀어 50곳도 되지 않는 것도 한계다. 때문에 공공 동물장묘시설을 확대하라는 동물보호단체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하겠다’는 비율은 1.7%에 그친다. ‘동물화장장을 찾겠다’가 약 60%, ‘주거지나 야산에 매립’이 24%였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대다수가 ‘불법으로’ 땅에 묻거나 불법 장례 업체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과 달리, 이미 반려동물 장례 문화는 사람처럼 장례식을 치르는 것을 넘어, 미리 죽음에 대비하는 데까지 성숙해있다. 반려동물 영정사진을 미리 찍고 수의를 맞추는 문화도 퍼지고 있다. 

‘개통령(개+대통령)’으로 알려진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는 지난해 KBS2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 자신의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10년간 기른 그의 반려견 ‘다올이’는 당시 혈액암 투병 중이었고, 강씨는 다올이를 데리고 영정사진을 찍었다. 그는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게) 무섭다. 그래서 사실 (영정사진을) 찍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어가는 ‘개통령’도 자신의 가족인 반려견을 떠나보내는 두려움은 결코 작지 않았던 것이다. 

글 시시비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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